후쿠다 “간토학살 한일 공동조사를”

김현예 2024. 9. 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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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가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한국인 희생자 추념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후쿠다 야스오(88·사진) 전 일본 총리가 간토(関東)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역사적인 사실”이라며 ‘한·일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후쿠다 전 총리는 1일 일본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101주년 관동대진재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참석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일본 사람들은 아쉽게도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 사실 잘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민당 출신 전직 총리가 간토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쿠다 전 총리는 “사실 이런 (추념식 참석) 기회가 없었다”며 “과거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 아픔을 이제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91대 일본 총리를 지낸 그는 재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간 셔틀외교 활성화 등을 합의하기도 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10만명 넘게 사망하고, 화재로 30만여 채의 가옥이 전소했다. 당시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확산하면서 6600명이 넘는 조선인이 무참히 학살당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금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르면 올해 말을 목표로 간토 대지진 피해 보고서를 발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후쿠다 전 총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한일 양국 조사와 관련해선 “역사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조사는 필요하다”며 “정확한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인을 위해서 필요하다. 솔직한 여러 조사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추도문을 보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외국인 배척 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두려움과 동시에 이런 역사에서 무엇도 배우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나라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추도식엔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재일동포들과 일본 정치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정치권에선 후쿠다 전 총리 외에도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한의원연맹 안보·외교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철희 주일 대사는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하면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원 재일본대한민국민단도쿄본부 단장은 “과거의 사건에서 교훈을 얻고 민족 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념식에선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재일동포 2세 양방언 씨가 추모 연주를 했다. 그는 “저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조부도 부친도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다”며 “어린 시절부터 간토 대지진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고, 그때 희생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추념식엔 대지진 당시 소요 속에서도 수백명의 한국인을 구한 요코하마시 쓰루미 경찰서장 오카와 쓰네키치의 유족도 함께 했다. 같은 날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에서도 추도식이 열렸다. 우익 성향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번 추도식에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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