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1100억 들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서울시가 없앤다, 왜
10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철거된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는 방안에 대해 이달 중 주민 공청회를 연다고 1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PJ호텔~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잇는 길이 1㎞의 다리 겸 보행로다.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6년 3월 세운상가 주변을 보존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 목적으로 건설이 추진됐고, 2022년 7월 완전히 개통됐다. 사업비로 든 1109억원은 전액 서울시 예산이다.
공중보행로 1㎞ 구간 가운데 삼풍상가·호텔PJ 사이 보행교(250m)가 우선 철거 대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나머지 750m 구간은 보행로가 상가 건물에 조성돼 있어 바로 철거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구간은 세운상가를 허물 때 함께 철거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포함된 세운 재정비 촉진 지구는 오세훈 시장과 박 전 시장의 정책 방향이 충돌했던 대표적인 사업지로 꼽힌다. 오 시장 재임 당시인 2006년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한 데 이어 2009년 세운상가 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 통합 개발을 뼈대로 한 재정비 촉진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취임 뒤 2014년 철거 계획을 취소하고 도시 재생 중심으로 재정비 촉진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나 공중보행로를 찾는 사람은 예상보다 드물어 그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지난 8월 감사원은 “총사업비 1109억원을 투입하고도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가 2022년 10월부터 1년간 공중보행로 보행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공중보행로를 조성하면 매년 10만5440명(예측량)이 지나다닐 것으로 봤으나, 실제 보행자는 11% 수준인 1만1731명(총 보행량)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도 있어 철거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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