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연착륙 vs 경착륙 논란 [US REPORT]
침체 우려의 진원지는 제조업과 고용 시장이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을 기록해 예상치(48.8)를 밑돌았고, 7월 실업률이 4.3%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 이후 침체 공포에 나스닥지수는 전달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했고 침체 우려가 전문가 사이에서도 확산됐다.
당시 ‘삼의 법칙’이 침체의 논거로 주목받았다. 클로디아 삼 삼컨설팅 대표가 2019년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던 시절 고안한 이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의 저점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침체가 진행 중이라고 판단한다. 7월 실업률 발표 직후 삼의 법칙 지수는 0.53%포인트로 침체 기준을 넘어섰다. 삼의 법칙은 195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열한 번의 경기 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한 열 번의 사례에서 모두 들어맞았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미국 경제가 연착륙보다 경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이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연착륙 확률을 35~40%라고 봤던 기존 시각이 최근 변했느냐”는 질문에 “거의 달라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이먼 회장은 “경착륙을 바라지 않지만 불확실성이 많다”며 “지정학과 주택 시장 불안, 재정적자, 양적긴축, 선거 등의 요인들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데
‘실업 우려’는 2014년 이후 최고치
그러나 8월 중순에 발표된 7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1% 깜짝 증가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는 예상치(0.3%)보다 3배 이상 높고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의 가늠자기 때문에 미국 소비가 여전히 견조함을 확인했다.
덕분에 뉴욕 증시는 다시 상승 랠리를 보이며 이전의 폭락분을 모두 상쇄했다. 침체가 기우였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투자전문업체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설립자는 “인플레이션은 하강하고 경제가 침체를 피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8월 초 25%로 올렸으나 지난 8월 19일 다시 20%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더 나아가 오는 9월 6일에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가 상당히 좋아 보인다”면서 “경기 침체 확률을 8월 2일 전까지 거의 1년간 유지했던 15%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용 시장 냉각 등 경제 불안 요인은 지속적으로 남아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7월 고용 시장 관련 소비자기대설문(SCE) 결과 향후 4개월 안으로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평균 실업자 전환 가능성’이 4.4%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3.9%) 대비 0.5%포인트 올라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고용 불안이 있음을 뜻한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사는 고용 시장에 유의미한 균열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단 한 번의 보고서지만 연준과 경제학자들이 고용 시장 둔화를 경계하는 시점에 나온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해석했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yoon.wonsup@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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