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연착륙 vs 경착륙 논란 [US REPORT]

2024. 9.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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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설’ 우세하지만 고용 둔화는 ‘암초’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AP)
지난 8월 초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뉴욕 증시가 폭락한 이후 미국 경제 진단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견조한 소비 등 나쁘지 않은 경제지표와 증시 회복 등을 내세우며 연착륙을 자신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 위축, 신용 시장 부실 확대 등으로 경착륙을 걱정한다. 전반적으로 연착륙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지만 완전히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침체 우려의 진원지는 제조업과 고용 시장이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을 기록해 예상치(48.8)를 밑돌았고, 7월 실업률이 4.3%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 이후 침체 공포에 나스닥지수는 전달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장에 진입했고 침체 우려가 전문가 사이에서도 확산됐다.

당시 ‘삼의 법칙’이 침체의 논거로 주목받았다. 클로디아 삼 삼컨설팅 대표가 2019년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던 시절 고안한 이 법칙은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의 저점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아지면 침체가 진행 중이라고 판단한다. 7월 실업률 발표 직후 삼의 법칙 지수는 0.53%포인트로 침체 기준을 넘어섰다. 삼의 법칙은 195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열한 번의 경기 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한 열 번의 사례에서 모두 들어맞았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미국 경제가 연착륙보다 경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이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연착륙 확률을 35~40%라고 봤던 기존 시각이 최근 변했느냐”는 질문에 “거의 달라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이먼 회장은 “경착륙을 바라지 않지만 불확실성이 많다”며 “지정학과 주택 시장 불안, 재정적자, 양적긴축, 선거 등의 요인들이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데

‘실업 우려’는 2014년 이후 최고치

그러나 8월 중순에 발표된 7월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1% 깜짝 증가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는 예상치(0.3%)보다 3배 이상 높고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의 가늠자기 때문에 미국 소비가 여전히 견조함을 확인했다.

덕분에 뉴욕 증시는 다시 상승 랠리를 보이며 이전의 폭락분을 모두 상쇄했다. 침체가 기우였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투자전문업체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설립자는 “인플레이션은 하강하고 경제가 침체를 피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8월 초 25%로 올렸으나 지난 8월 19일 다시 20%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더 나아가 오는 9월 6일에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가 상당히 좋아 보인다”면서 “경기 침체 확률을 8월 2일 전까지 거의 1년간 유지했던 15%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용 시장 냉각 등 경제 불안 요인은 지속적으로 남아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7월 고용 시장 관련 소비자기대설문(SCE) 결과 향후 4개월 안으로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평균 실업자 전환 가능성’이 4.4%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3.9%) 대비 0.5%포인트 올라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고용 불안이 있음을 뜻한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사는 고용 시장에 유의미한 균열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단 한 번의 보고서지만 연준과 경제학자들이 고용 시장 둔화를 경계하는 시점에 나온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해석했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yoon.wonsup@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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