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합의 실패... 아쉬움만 남기고 끝난 여야 대표 회동
[곽우신 기자]
▲ 회담 마친 한동훈-이재명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양당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 남소연 |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11년 만에 만난 여야 대표는 당초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서 이야기를 나눴다. 당초 없을 것이라고 했던 '독대' 시간도 추가로 가지며 두 사람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큰 사안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는 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만나 양당 정책위원회 의장, 수석대변인과 함께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 모두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공개발언을 했던 만큼, 이날 회동 역시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였다(관련 기사: "판결 불복 빌드업" vs."해병대 특검 결단" 한방씩 주고받은 한동훈-이재명 ).
두 사람이 회담장으로 들어간 게 2시 30분께였고, 두 사람만의 독대까지 마치고 밖으로 나온 건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배석자 없이 만난 시간까지 합하면 150분 가까이 대화를 한 셈이다. 양당 대표는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서로 인사한 후 헤어졌다.
▲ 양당 대표 회담 결과 브리핑하는 곽규택-조승래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당 대표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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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항에 걸친 합의는 ▲양당의 민생공통 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 운영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협의 ▲의료사태 관련 추석연휴 응급 의료체계 구축에 만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 국회 차원의 대책 협의 ▲반도체·AI 산업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한 지원방안 적극 논의 ▲가계·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하기 위한 지원방안 적극 강구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 육아휴직 확대 위한 입법 과제 신속 추진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 심각성 같이하고 처벌·제재·예방 제도적 보완 방안 신속 추진 ▲정당 정치 활성화 위해 지구당 부활 문제 적극 협의 등이었다.
공동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점이나, 양당의 민감한 문제인 금투세 관련 검토에 들어가기로 한 점, 국회 차원의 의료사태 대책 협의에 나서기로 한 부분 등은 나름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합의의 틀이 구체적이지 않고, 가장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현장의 기자들이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부분이 공동 발표문에 빠진 점을 지적하자, 조승래 대변인은 "채상병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가 있었고, 제3자 특검 추진 등과 관련해서 저희 의견을 말씀드렸다"라고 밝혔다.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합의를 하지는 못했고, 서로 각자의 생각에 대해서 확인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라며 "국민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라는 이야기였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한에 맞춰서 당의 입장을 낼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 논의하는 과정이라는 말씀을 드렸고, 어떤 합의는 이르지 못했다"라고 부연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강하게 요구해온 금투세 관련해서 조승래 대변인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고. 최소한 내년도에 시행하는 부분을 유예하고 계속 논의하자고 했습지만, 이재명 대표께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상법 개정안 등에 포함된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같이 (논의) 해나가는 게 맞겠다는 내용"이라며, 이를 발표문에 반영했음을 설명했다.
곽 대변인은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서 시행 여부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비정상적인 여러가지 양태들, 근본적·구조적 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자본시장 활성화라든지 국민이 주식시장 통해서 자산을 증대화하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라며 "발표문에 담겨있는 것처럼 종합적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라고 덧붙였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양당 대표 회담을 마친 뒤 헤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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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구체적 합의를 만들지 못했고, 성과라고 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추석 때 응급 상황이 심각할 거라고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측에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는 것으로 정리했다"라고도 말했다.
곽 대변인은 "관련해서 양당 대표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라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를 할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합의에 이른 부분을 담아서 결과 발표문에 포함시켰다"라는 것.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은 이미 확정 발표 됐고, 이에 맞추어 입시가 준비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역적이라는 취지이다.
양당 대표 회동 정례화에 대해서는 "볼 수 있을 때 수시로 만나서 대화하자고 했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라는 게 조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형식적 회담 보다는 속내를 터놓고 할 수 있는 대화를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정리했다"라는 것. 또한 각 당이 원내지도부와도 협의 해야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 합의 보다는 이견만 확인한 것 아니냐는 물음이 자리에서 나오자, 조승래 대변인은 "민생과 경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합의가) 그만큼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양당 대표께서 오랜만에 이야기한 만큼, '모든 자리에서 다 합의할 수는 없다'는 이해도 같이 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낮은 수준의 합의이지만 나름 성과가 있다고 자평한 것.
곽 대변인 역시 "첫 번째로 담았던 것처럼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의 틀을 만들기로 했으니까. 가장 중요한 합의로 보면 되겠다"라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구체적 합의를 만들지 못했지만, 어떤 부분은 큰 방향에 대해서 논의의 방향을 합의한 부분도 있고, 논의의 틀을 또 정리한 부분도 있고 해서, 저희들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호응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연이어 쏟아졌지만, 양당 수석대변인은 질의응답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떠났다. 양당 모두 각 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와 입법 사항 등 협의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가장 민감한 사안들이 빠진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당의 경우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 혹은 한정(한동훈-정부) 갈등으로 번진 상황이다. 의료사태와 관련해 국회가 정부에 만전을 당부하거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함께 협의하겠다는 부분이 자칫 또 다른 여권 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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