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브라질서 차단당한 엑스…무법천지 SNS에 칼 빼든 각국 정부
각국 정부가 딥페이크·가짜뉴스 등 불법 콘텐트의 유통 통로가 된 SNS(소셜미디어)에 칼을 빼들었다. 브라질 전역에서는 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시민들의 엑스(X·옛 트위터) 접속이 전면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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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엑스 서비스는 이날 오전 0시부터 중단됐다. 전날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일부 계정 정지, 법률 대리인 지정 등을 요구한 자국 명령에 엑스가 따르지 않자 브라질 방송·통신 규제 기관 아나텔에 엑스 접속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브라질의 엑스 월간 이용자 수(MAU)는 약 400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이번 조치로 브라질에서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엑스에 접속하려는 사람은 하루 최대 5만 헤알(약 12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엑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검열 조치라며 반발했다.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 계정에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브라질의 선출되지 않은 가짜 판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2022년에도 텔레그램이 브라질 경찰에 범죄 관련 정보 제공을 거부하자 텔레그램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는 텔레그램이 바로 경찰에 협조하면서 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지난해에도 텔레그램이 네오나치 단체와 관련된 정보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자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차단한 바 있다.
‘독재자’ 대 ‘무법자’
모라이스 대법관은 이번 명령에서 머스크를 ‘무법자’라고 지칭하며 “(머스크는) 허위 정보, 증오 발언,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공격을 대규모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유권자들이 실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해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했다.
정부 “불법 행위, 방치 못 해”
최근 SNS 상에서 불법·딥페이크 콘텐트가 활개를 치자 브라질 뿐 아니라 각국의 정부들은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지난달 24일 프랑스 현지서 체포해 28일 기소했다. 두로프는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각종 불법 거래, 미성년자 성착취물 유포, 마약 거래·사기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 등으로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2일에는 미 법무부가 틱톡에 소송을 제기했다. 아동 개인정보 불법 수집과 부모 동의 없는 13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개설을 허용한 혐의다. EU는 2022년 시행된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유해 콘텐트 검열 의무를 규정했다. 플랫폼 운영사가 플랫폼 내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정부 개입이 플랫폼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AP통신은 엑스가 주로 러시아·중국·미얀마·북한 등 권위주의 정권에서 금지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가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할 때) 너무 관대하면 온라인 상의 논쟁이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고, 너무 엄격하면 시민들의 정당한 발언을 제한하게 된다”는 딜레마를 지적했다.
‘플랫폼 이민’에 웃는 후속 주자들
블루스카이, 스레드 등 엑스와 유사한 형태의 텍스트 기반 SNS 플랫폼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머스크의 엑스 인수 이후 대안 플랫폼을 자처하던 블루스카이는 브라질의 엑스 차단 명령 이후 지난 3일간 신규 가입자가 100만 명 늘었다. 블루스카이는 올해 5월 기준 600만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약 17%가 3일 만에 증가한 것이다. 메타가 운영하는 스레드 역시 브라질 앱스토어에서 블루스카이에 이어 다운로드 수 2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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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때
한국 정부도 텔레그램 등 주요 SNS와 플랫폼들에 대한 개입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딥페이크 사태를 계기로 구글·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엑스·틱톡·텀블러·핀터레스트·윅스·왓패드·미디엄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국내 지식 정보 사이트인 나무위키도 만날 계획이다. 나무위키 산하 웹사이트 아카라이브에 음란성 콘텐트가 수시로 게시돼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텔레그램 측에는 여러 방법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며 “프랑스 수사당국에도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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