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면전서 '계엄령' 꺼낸 이재명, 용산 "말도 안되는 정치공세"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계엄령 관련 내용이 정치권에 파장을 낳았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에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완벽한 독재국가”라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정치개혁 관련 발언하는 도중 이런 발언을 했는데, 정치권에서는 “돌발성이 짙다”는 평가가 나왔다.
계엄령이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야당에서 계엄령 언급은 친명계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꺼냈다. 그는 지난달 21일 최고위에서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갑작스럽게 지명하고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란 발언도 했다”며 “이런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의원도 지난달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민생을 얘기하던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국가세력’ ‘총력대응’ 언급을 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올리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군사적 긴장감을 높여 계엄령 선포를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대표도 이같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올라 탄 모양새다.
구체적인 근거나 정황이 뚜렷하지 않은 계엄령 관련 내용을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과의 회담 자리에서 꺼낸 건 이례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언급한 ‘국회의원 체포·구금 계획’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분명한 근거를 대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은 8년 전인 2016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민주당이 준비할 당시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2016년 12월)와 헌법재판소의 파면(2017년 3월)결정까지는 의혹만 돌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7월 당시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는 ‘전시계엄수행방안’(2017년 3월 작성)을 공개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하지만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결과적으로 내란음모와 관련해 지난 2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불기소)을 받았다.
김민석 최고위원의 관련 발언 이후 그동안에도 여권에선 “민주당이 철 지난 음모론을 꺼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여론을 키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며 비판해왔는데, 이날 이 대표까지 이런 주장에 가담하자 대통령실이 펄쩍 뛰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하지도 않을, 하더라도 이뤄질 수 없는 계엄령을 말하는 것은 정치 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며 “계엄령은 설사 내리더라도 국회에서 바로 해제가 되는데 (계엄령 준비 의혹은)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이어 “(2018년 당시) 해외에 나가 계시던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하게 수사단을 꾸리고 수백명을 조사·수사했는데 단 한 명도 기소조차 못 했다”면서 “그 결과 기무사, 지금의 방첩사령부 인원만 1400명이 축소됐다. 우리 방첩 역량이 어마어마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짓 정치 공세에 우리 국민께서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우리 국군 장병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조국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효성·박태인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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