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워크아웃 마쳤다…"中플랫폼 혹한기 끝" 시그널?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알리바바그룹의 독점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3년간의 워크아웃 조치를 끝마쳤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앞서 SAMR은 지난 2020년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내 인터넷 소매 플랫폼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자에게 경쟁사 매장 개설을 금지하는 ‘양자택일’ 요구를 강요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알리바바는 2021년 4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182억2800만 위안(약 3조4427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벌금과 함께 3년간 자체 조사 및 시정 워크아웃에 처해졌다.
SAMR은 이번에 이같은 규제 조치를 풀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성명에선 “검증 결과 알리바바그룹은 ‘양자택일’ 독점행위를 완전히 중단했으며, 플랫폼 주체로서 책임을 성실히 시행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당 중앙과 국무원(정부)은 플랫폼 경제 발전의 촉진을 매우 중시한다”며 “플랫폼 경제의 표준화되고 건전하며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은 "플랫폼 경제의 혹한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풀이했다. 왕펑(王鵬) 베이징시 사회과학원 부연구원은 “규제 당국이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지원하고 장려하겠다는 적극적 신호”라고 밝혔다. 판허린(盤和林) 공업정보화부 정보통신경제전문가위원회 위원은 “알리바바의 외부 규제 환경을 점차 완화해 새롭게 확장시키겠단 것”이라며 “앞으로 플랫폼 경제를 일자리 창출 촉진과 경제발전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말했다.
시장은 중국 당국의 발표를 환영했다. 이날 알리바바 주가는 미국 증시 개장 전 4.48% 상승했으며, 최종 2.86% 상승한 83.3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물론 현재 주가는 단속 직전 최고치인 주당 317.94달러(2020년 10월 27일)와 비교하면 73.8% 하락한 상태다.
당초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규제에 나선 배경엔 창업주 마윈(馬雲)의 당국 비판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마윈은 2020년 10월 상하이금융포럼에서 “조조의 적벽대전 전법이 현대 항공모함의 기원이었다”며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신용체계로 ‘전당포’식 사고를 대체해야 한다”고 중국의 금융 규제를 비판했다. 해당 발언 직후인 그해 11월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산하 금융부문인 앤트그룹 관계자를 '약담(約談·사전약속을 잡아 진행하는 조사와 교육)'했다. 이후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주식시장 상장을 무산시켰다. 마윈 역시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뒤 지난해 3월 귀국할 때까지 2년간 해외를 떠돌았다. 시장엔 "마윈이 경영권을 상실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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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해체는 ‘신형거국체제’ 일환”
이후 알리바바그룹은 중국 내 전자상거래,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 클라우드 컴퓨팅, 인터넷 지도 및 식품배달,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등 6개 법인으로 사실상 강제 분할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알리바바의 공중분해가 중국의 기술자립을 위한 국가총동원 체제를 일컫는 ‘신형 거국 체제’의 한 사례란 분석도 나온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야코프 군터 수석 경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알리바바가 국가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자신을 해체했다”며 “이 과정에서 직접적인 통제, 규제 및 정치적 압박이 여러 차례 가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리바바 해체 과정엔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공개(IPO) 차단, 플랫폼 부문에 대한 반독점 규제 단속, 특별의결권이 있는 황금주 1% 인수, 공동부유 기금 조성 등의 수법이 동원됐다"고 했다.
이번엔 반대로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의 글로벌 저력을 십분 활용할 태세다. 푸팡젠(傅方劍) 싱가포르 리콩첸경영대학원 교수는 "(알리바바의 워크아웃 졸업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과학기술 연구를 촉진하고 국제 경쟁에서 중국을 대표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 방송사의 50% 이상이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통한 파리 올림픽 생방송 신호를 사용한 건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푸 교수는 또 "미·중 경쟁 환경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 결정하는 열쇠는 경제"라며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가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구글·아마존과 경쟁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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