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병원 응급실 내일부터 일부 휴진...6개월 ‘과부하’에 의사 이탈 심화

문상혁 2024. 9. 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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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장기화로 병원 현장에선 ‘과부하’로 인한 의사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이 문제다. 응급실 전문의 인력난으로 전국 곳곳에서 야간·휴일 진료를 중단하는 응급실이 늘고 있다. 정부는 “응급실 운영은 관리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의료계는 “응급실 위기가 정부의 눈 가리기 대책 탓에 악화했다”고 반박했다.

강원대병원 야간진료 제한 안내문. 강원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1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은 2일부터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의료센터 운영시간을 축소한다. 2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성인 환자는 이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소아 청소년과 진료는 유지한다. 병원은 추석 연휴 기간(15∼17일)에는 다시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

강원대병원이 응급실 운영 축소를 결정한 이유는 응급실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원래 5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지만 이 중 2명이 휴직해 3명의 전문의로만 응급실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은 의료진이 충원될 때까지 운영시간 축소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충원 시까지 한시적으로 야간진료를 제한한다”고 말했다.

1일 오전 문이 닫힌 충북 충주시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 앞에 폐쇄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연합뉴스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응급실은 전문의 집단사직으로 아예 문을 닫을 뻔했다. 지난달 31일 응급실 전문의 7명이 병원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응급실 전문의 2명이 잔류하기로 하면서 전면 폐쇄는 면했다. 하지만 전문의를 더 확보할 때까지 진료 축소는 불가피하다. 9월부터 평일만 운영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건국대 충주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추가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내 핵심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은 최근 전문의 등 내부 구성원들과 응급실 과부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매주 수요일 하루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논의 이후 교수들이 힘을 내서 최악의 ‘셧다운’ 만은 막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선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지만 6개월 넘는 의정 갈등 속에서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가운데 4명 또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지만 병원 측의 설득 끝에 이들 모두 사직을 보류했다. 일단 이들이 업무를 이어가면서 응급실 진료 제한은 간신히 막았다.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응급실 의료진의 업무 피로가 누적되면서 지자체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일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어려움 겪는 아주대병원에 1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을 방문한 김 지사는 “경기도 전체 중증 응급환자의 25%를 담당하는 아주대가 의료진 자진 사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긴급 지원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의료기관 수·응급실 병상 수·현장 의료진의 헌신을 감안했을 때 응급의료 유지는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일부 응급실에서 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9월 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 응급대응 주간으로 지정해 대처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응급실 위기를 부정하고 있다며 “책임자를 문책하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응급실 위기라는 현 상황을 부정하고, 부적절하고 눈 가리기식 응급실 위기관리 대책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부에서는 문만 열고 있으면 정상으로 본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억지로 응급실 문을 열어 둔다고 환자를 받을 수 없다”면서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를 내려놓으면 뺑뺑이는 없어지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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