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사장 팬 ‘무전취식범’, 경찰에 발길질 파출소 불까지…‘먹튀' 신고만 한 해 10만 건

안대훈 2024. 9. 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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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4시간 새 3곳서 무전취식…


지난 2월 18일 오전 3시 20분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술집에서 112신고가 접수됐다. A씨(40대)가 ‘술값(20만5000원 상당)을 결제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전날(17일) 밤부터 의창구의 다른 술집 2곳에서도 술과 안주를 먹고 돈을 내지 않았다. 불과 4시간 사이, 그가 ‘무전취식’한 금액은 54만5000원. 애초 현금과 카드 등 결제 수단도 갖고 있지 않았다.

A씨는 상습범이었다. 약 24시간 전인 전날 오전 3시쯤 창원시 성산구의 한 술집에서도 5만3000원 상당을 술값을 계산하지 않았다. 그는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이 돈을 내지 않는 모습을 본 한 피해자가 “결제하고 가세요”라고 말하자, 그의 얼굴 등을 수차례 때렸다. 술집 업주가 휴대전화로 폭행 장면을 촬영하자, 휴대전화를 빼앗아 업주 이마를 내려찍기도 했다. 지난 14일 성산구의 한 유흥주점에서는 선불 결제를 수차례 요구하는 50대 여성 직원의 뺨을 10차례 폭행했다.


경찰한테도 발길질…파출소서 불까지


A씨는 경찰한테도 폭언·폭행을 일삼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순찰차 안에서 경찰관에게 욕설과 함께 침을 뱉었다. 파출소 조사실에서는 수갑을 채우는 경찰관한테 발길질을 했다. 주머니에 있던 휴지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기도 했다. 담배를 못 피우게 해 화가 난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이 곧장 진화하면서 불이 번지진 않았다.

이에 창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성환)는 사기·특수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최근 선고했다. A씨는 사기 등 동종범행으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지난 1월 22일 출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형 집행을 종료한 후 1달이 경과하기도 전에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한테서 법질서를 존중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체포 이미지. 연합뉴스


출소한 지 얼마 됐다고…반복된 ‘무전취식’


이처럼 상습적인 무전취식 범행이 전국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60대)는 지난달 24일 서울시 강동구의 한 식당과 주점에서 총 50만원 어치의 술과 음식을 먹고 돈을 내지 않은 혐의(사기)로 체포됐다. B씨도 A씨처럼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상습 무전취식으로 징역형을 살다가 지난달 16일 출소했다고 한다.

지난 6월 광주광역시에서도 C씨(50대)가 9차례에 걸쳐 마신 술값 560여만원을 계산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사기)로 구속됐다. C씨는 과거에도 상습적인 무전취식으로 형사 처벌을 받았는데, 누범기간 중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사기 등 전과 100여범인 C씨의 도주 우려가 높다고 보고, 구속 영장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전취식 등 신고 건수(무전취식·승차)는 매년 약 10만 건씩 접수된다. 2020년 10만5547건, 2021년 6만5217건, 2022년 9만4752건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감소 추세였지만, 지난해 12만818건으로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보복범죄’ 등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전취식 범행 현장. 사진 대전경찰청


‘솜방망이’ 처벌…“선결제도 하나의 예방책”


자영업자들은 잦은 무전취식, 일명 ‘먹튀’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낮다. 상당수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처벌 수위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 정도다.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피해 금액이 크고, 상습·고의성이 다분할 때이다. 사기죄는 징역 10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무전취식이 ‘생계형 범죄’로 경범죄 처벌하다 보니, 범죄 위하력(형벌로 위협함으로써 일반인을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힘)이 떨어진다”며 “지불 능력이 없음에도 자기의 즐거움이나 상인을 괴롭히기 위해 악의적인 무전취식이 이뤄지는 등 범죄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피해 금액의 몇 배에 달하는 벌금을 매기는 등 강경 대처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장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선결제 방식을 도입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며 “요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결제를 동시에 하는 시스템도 있고, 기기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평소 거래 과정에서 선결제 하는 관행이 자리 잡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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