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률 차이 없어"

이영광 2024. 9. 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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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이영광 기자]

 지난 8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 연합뉴스
최근 주차 중인 전기 자동차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화재는 발생하는데 왜 유독 전기 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는 걸까?

전기 자동차 화재의 원인과 대책 등이 궁금해 지난 8월 30일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상황은 전기자동차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부담 갖는 상황인 거죠. 사실 전기자동차가 화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기자동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한 거잖아요. 전기자동차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전기자동차가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시장에서 확산이 되는 추세죠. 그래서 정부도 대책 세우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 전기자동차 화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가요?

"전기자동차 화재 건수가 증가하는 건 맞아요. 왜냐하면 등록 대수 자체가 증가하고 있어서 그에 비례해 같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화재 관련 통계와 전기자동차·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대수를 비교해봤을 때 화재 발생률은 거의 차이가 없어요. 다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화재에 따라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가 더러 있으나 전기자동차 화재로 최근 3년 동안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어요."

- 왜 전기차 사고에선 사망자가 없는 건가요?

"내연기관자동차는 충돌로 인해, 전기자동차는 주차 중에 화재가 꽤 많이 발생하죠. 주차 중에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일부 이유가 되는 게 아닌가 하죠."

- 그럼, 전기차는 왜 주차 중에 화재가 날까요?

"전기자동차에서 발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발화될 수 있는 가장 큰 장소가 배터리입니다. 배터리 내부에 있는 셀의 여러 가지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추정하는 거죠. 그런데 배터리 셀은 주행할 때만 작용하는 게 아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주차 중에도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주차 중에도 화재가 난다고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겁니다."

- 그럼,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화재 발생 전에 알아볼 순 없을까요?

"문제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데, 그 시스템이 'BMS'입니다. 앞으로 주차 중에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또 이미 그렇게 하는 곳도 있어요. 예방적 차원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경우는 만들어낼 수 있으나 화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배터리 내부의 소재를 바꾸지 않는 한 없는 거죠."

- 그럼 배터리 사용 자체가 문제라고 봐도 될까요?

"배터리는 처음부터 문제 있다거나 없다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자체가 자동차에 들어왔을 때 그 자동차에서 얼마나 많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가지고 판단 해봐야 될 텐데요. 전기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쓰던 배터리 같은 게 자동차에 들어온 거잖아요, 근데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자동차에 써본 경험이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15~20년 동안 전기자동차 산업 자체가 성장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 거예요."

-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많이 나는 거 같아요. 물론 지상 주차장에서도 화재는 났죠. 혹시 주차를 어디에 하는지도 중요할까요?

"전기자동차는 가급적 지상에 주차하는 게 좋긴 하죠. 그런데 지하에 주차해도 스프링클러 시설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크게 피해 확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에 청라 화재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이 됐다면 큰 확산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 화재가 났을 때 옆에 주차된 차에 옮겨가는 것도 문제지만, 차주 입장에선 애초에 불이 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전기차에 불이 안 나는 게 제일 좋죠. 그런데 전기자동차에서 불이 날 수도 있잖아요. 그럼 가장 원천적인 대책은 불이 안 나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현실 세계에서는 배터리 셀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화재 가능성이 0%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0%가 될 수 있는 조치들은 지금 개발이 되고 있지만 그게 개발이 되기 전까지는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미리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구체적으로 BMS 정보를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거고요. 화재가 원천적으로 안 나도록 하는 것은 기술 개발 측면이,고 BMS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에요. 알림을 줬는데도 미리 조치 못 해서 화재가 났다면 그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건 스프링클러, 즉 소방의 역할인 거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자는 게 지금의 움직임이에요."

-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안 좋다는 얘기도 나와요.

"배터리에 에너지를 많이 담으면 그만큼 열도 많이 나요. 그래서 열이 많이 났을 때 혹시 배터리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가급적 100% 충전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죠. 하지만 원래 전기차에 들어있는 배터리는 100% 충전이 안 되도록 설계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표시상으로는 100%로 보지만 실질적으로 95%밖에 충전이 안 돼요."

-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자동차 배터리에서 불이 난다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안에서 화학 반응에 의한 거예요. 근데 배터리 팩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거잖아요. 여기에 물을 아무리 뿌려도 그 물이 배터리 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왜냐하면 안에 물 들어가지 말라고 만들어놨거든요. 그러니까 물을 뿌려봐야 안 들어가니까 꺼지진 않겠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쓰는 이유는 열을 낮춰주려고 하는 거예요. 열을 낮춰주면 셀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옆으로, 연쇄적으로 반응해서 연쇄 폭발하는 건 막을 수가 있습니다. 열을 낮춰주는 차원에서 얘기하는 거예요."

- 정부가 대책 세우려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평가하세요?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터리 셀 내부에 들어가는 소재를 바꾸는 건 정부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건 기업의 기술 개발 통해서 극복해야 될 문제고 정부 대책은 화재 발생 이후에 얼마나 확산을 억제할 건가에 맞춰져 있는 거예요. 확산 억제 측면에서의 대책으로 본다면 실효성이 있는 것도 있어요. 여기서 실효성이 있다고 하는 건 전국에 있는 공동주택의 스프링클러가 잘 작동하는지 한번 점검해 보라는 건 분명히 확산 방지에 효과가 있겠죠.

다만 90%만 충전하라고 하는 건 일종의 이용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그 외에 충전기가 자동차와 통신을 하는 경우에만 보조금 주겠다고 하는 대책은 안전장치를 하나 더 두는 것이기 때문에 없는 것보다는 나아요."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사실은 저는 정부 대책은 정부가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봐요. 왜냐하면 근본적인 원인은 배터리 셀에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아쉬운 점은 기술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 자금이 조금 적게 편성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있어요. 왜냐하면 배터리 회사들이 기술 개발 하는 데 많은 막대한 R&D 자금을 쓰고 있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조금 더 지원해 줘서 우리가 쉽게 말하는 대책이라고 하는, 고체 전해질 배터리가 빨리 나올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솔루션이 될 겁니다.

꼭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일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 회사들은 대기업보다 보폭이 빠르니 그런 보폭을 좀 더 빨리 갈 수 있게 좀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습니다."

- 화재 불안감 때문에 전기차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에 전기차를 사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타던 전기차를 중고로 내놓는 분들도 많고, 계약했다가 취소하는 사람도 있죠. 근데 전기자동차에 대한 포비아, 즉 공포까지 몰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은 내연기관 타시더라도 언젠가는 다 전기차를 타셔야 되는 세상이 올텐데 그때까지 거부할 건가요? 차라리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 삼아서 우리가 전기자동차 시대를 좀 더 빨리 경험하고, 안전 대책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게 훨씬 산업 주도권 측면에서도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 포비아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포비아를 일괄적으로 없앨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대비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만약 지난번에 청라 화재가 벤츠 한 대에만 일어나고 옆으로 확산이 안 됐다면 이런 포비아가 일어났을까요? 그리고 내연기관차는 불이 안 날까요? 그러니까 내연기관차 불나는 것처럼 전기차도 불이 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거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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