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어떻게 화성갔나…이 사진에 해답 있다[테크토크]
3개 세대 거치며 '단순화'
비용 절감이 혁신의 핵심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우주 발사체 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은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벌컨, 스타십 등에 탑재되는 로켓 엔진입니다.
스페이스X는 자체·설계 제조한 로켓 엔진만 쓰는데, 과거엔 멀린 엔진을 썼다가 현재는 랩터 엔진이라는 신개념 엔진을 사용 중입니다. 특히 해당 사진은 총 3세대를 거친 랩터 엔진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엔진에는 스페이스X, 나아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기술 철학'이 그대로 녹아나 있습니다.
"최고의 부품은 부품을 없애는 것"
사진을 보면 최신 랩터 엔진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왔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1세대 랩터 엔진은 엔진 외곽에 파이프, 밸브, 기계 장치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습이지요. 여느 로켓 엔진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2세대에선 이런 부품들이 많이 사라졌고, 3세대 들어서는 마치 한 번에 통째로 찍어낸 것처럼 깔끔한 모습입니다.
'부품 줄이기'는 스페이스X가 다른 그 어떤 기술 연구보다도 주력하는 분야입니다. 이는 머스크 CEO가 회사에 내린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도 합니다. 일명 '최고의 부품은 부품을 없애는 것(The Best part is No part)' 전략이지요. 머스크 CEO가 스페이스X의 경쟁력을 설명할 때마다 매번 강조하는 문구입니다.
로켓 엔진의 제반 기술은 1960년대에 거의 완성됐습니다. 즉,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먼 과거에 이미 다 입증됐다는 겁니다. 로켓 과학의 어려움은 첨단 기술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엔진 자체의 복잡성에서 오는 문제에 있습니다.
엔진의 바깥과 안쪽엔 폭발성 연료가 흐르는 무수한 파이프, 밸브, 씰이 통합돼 있으며, 이런 부품들은 로켓이 지구 대기권을 빠져나가는 긴 점화 구간에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작동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지막지한 열과 마찰까지 견뎌내야 합니다. 아무리 부품들을 꼼꼼하게 만든다고 해도 엔진 폭발의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할 순 없습니다. 결국 엔진의 내구성을 높일 최선의 방법은 아예 부품을 없애는 겁니다.
스페이스X는 현재까지 3세대의 랩터 엔진을 만들면서 여러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고, 외곽으로 도출된 부품을 내부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연구해 왔습니다. 또 모든 부품의 품질을 균일화하기 위해 3D 프린터를 공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중량은 2t(랩터 1)에서 1.5t(랩터 3)으로 줄었고, 제조 단가도 절반가량 아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낮아진 중량만큼 무게 대 추력비가 향상된 것도 부가적인 장점입니다.
랩터 3의 단순함은 기체 안정성을 끌어올려 다른 어떤 로켓도 할 수 없었던 '묘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머스크 CEO 최대의 염원인 사상 최대·최강의 로켓 스타십은 엔진 39개(1단 6개 + 2단 33개)를 한 번에 통제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단순화를 추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개발 난도가 훨씬 올라갔을 겁니다.
머스크 혁신의 핵심은 '단순화'…그러나 양날의 칼 될 수도
'단순화'는 머스크 CEO가 세운 기업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기술 철학입니다. 스페이스X, 인터넷 위성 스타링크, 테슬라,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에서도 머스크 CEO는 단순함을 밀어붙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링크 위성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작고 단순해집니다. 수만개의 인터넷 위성을 주기적으로 지구 궤도에 흩뿌리려면 제조 단가가 낮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가 프레스'도 제조 공정 단순화에 대한 고집에서 비롯됐습니다. 자동차 섀시를 단 한 개의 거대한 캐스팅 기계로 한 번에 찍어내는 방식이지요.
과거 트위터였던 엑스를 인수한 뒤 머스크 CEO가 가장 먼저 내린 조처는 대량 해고였습니다. SNS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덜어낸 뒤, 서비스 최적화 및 미래 경쟁력에 꼭 필요한 연구개발(R&D) 위주로 점차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다만 단순화, 비용 절감으로 대표되는 사업 전략이 반드시 언제나 유효한 건 아닙니다. 재사용 로켓, 전기차(EV)와 같은 신기술 분야는 막 시장이 열렸을 땐 공장 생산 능력과 공급망 여력이 모두 부족해 단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고, 저렴하게 최대한 많이 만드는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단순화 전략의 효용도 급격히 떨어집니다. 가격 경쟁력을 넘어 고품질의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나타나니까요.
또 단순화 구현을 위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장비·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면, 오히려 초기 투자 비용은 급격히 불어날 겁니다. 기가 캐스팅의 원조인 테슬라도 지난 5월 기가 캐스팅의 완전 구현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비스포크(Bespoke) 주문 제작품이라 매우 비싼 초대형 프레스기 투자 비용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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