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처 찾기 어려운 대구 '다자녀가정 자녀 입학축하금' 어떻게 사용해야 되나
[김영욱 기자]
▲ 대구로패이 대구로페이 안내 홍보포스터. |
ⓒ 대구시 |
다자녀가정 셋째 자녀부터 50만 원의 고등학교 입학축하금을 지급해온 대구시가 올해부터 지원 대상을 둘째 자녀로 확대하고, 지난 6월 3일부터 7월 31일까지 접수를 받았다. 셋째 자녀는 기존대로 50만 원이 지급되고 둘째 자녀에겐 30만 원이 지급된다.
8월 30일 입학축하금을 일괄 지급한 대구시 출산보육과는 같은 날 오전 10시 35분에 '대구시 다자녀가정 고등학교 입학축하금 지원관련 안내' 1차 문자를 지원 대상자로 확정된 신청자에게 일괄 발송했다. 안내 문자에는 대구로페이 모바일카드 충전지급, 사용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출산보육과는 같은 날 오후 2시 38분에 '고등학교 입학축하금 대구로페이카드 충전사용 추가 안내' 2차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이 문자에는 ▲ 충전지원 관련 사항 ▲ 대구로페이 모바일카드 사용에 관한 사항 ▲ 사용처 ▲ 유의사항 등의 내용이 포함됐는데, 출산보육과는 충전지원 완료 후 대구로페이 모바일카드 사용방법을 묻는 전화가 많다는 내용을 2차 문자 첫 머리글에 적시했다.
현금서 사용처 제한된 충전 포인트로
문제는 그동안 입학축하금을 현금으로 받아온 대다수 신청자들이 올해부터 현금 대신에 대구로페이 내 모바일카드 포인트로 충전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대구시가 1차 문자에서 적시한 문구(서적), 안경, 의류 등 대구로페이 가맹점을 찾아 한정된 물건을 구매하고, 또 모바일카드 결제 방법 중 하나인 QR코드 인식을 통해 결제를 해야 된다.
그동안 입학축하금을 현금으로 받아온 다자녀가정으로선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디지털 결제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구로페이 내 모바일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본인확인과 대구은행 통장 연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스마트폰 사용에 서툰 신청자들에겐 이 작업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바일카드 발급도 어려운데, 고작 가맹점 10%만 'QR코드 결제' 가능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렵사리 모바일카드를 발급받아 대구시의 입학축하금 충전까지 받았더라도,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대구로페이 가맹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실제로 대구로페이 가맹점 중 약 10%만이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대구시 경제정책관은 8월 30일 통화에서 "대구로페이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지난해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이 약 10% 정도"라며 "대구시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로페이 가맹점주에게 QR코드 결제 시스템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홍보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출산보육과 관계자는 "QR코드 결제 시스템이 가능한 가맹점이 많지 않아 입학축하금을 모바일카도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라는 기자의 질의에 "대구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1737개 가맹점에 가면 언제든지 결제가 가능하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기자는 "대구로페이를 담당하는 경제정책관이 전체 가맹점 중 약 10%만이 QR코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라는 대화 내용을 수차례 언급하자, 그제서야 "아 QR코드의 문제네요, 이 부분에 대해선 경제정책관과 협의하겠다"라고 답했다.
1737개 사용처엔 문제 없나
대구시가 입학축하금 사용처라고 홈페이지에 공개한 1737개 가맹점 현황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출산보육과 관계자는 8월 30일 통화에서 현금 대신 다른 재화를 제공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게 됐고, 충전 포인트의 무분별한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처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사용처를 문구, 서적, 안경, 신발, 가방, 시계 등의 업종으로 제한했다고 말했지만, 1737개 가맹점 현황에는 악기점, 화방표구점, 민예공예품, 화원, 기타전기제품, 카페트/커튼/천막/지물, 침구수예점, 액세서리, 기념품점, 기타잡화, 조명기구 등의 업종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 업종이 대구시가 강조한 무분별한 포인트 사용을 사전 차단하는 것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대구로페이 출시 초기부터 '불만' 터져나와
대구시는 지난해 실물카드 기반의 '행복페이'를 모바일카드 QR코드 결제 기반의 '대구로페이'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대구시와 대구은행이 QR코드 결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인 탓에 곳곳에서 "결제가 되지 않는다"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대구시는 모바일 기반의 전자 결제 서비스 수요 증가 등을 반영하기 위해 대구로페이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전자 결제 서비스의 핵심인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현황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단독 보도한 영남일보는 2023년 7월 6일 <대구로페이 출발부터 '삐걱'…"QR코드 결제 안돼요" 제하의 기사에서 "실제 영남일보 취재진이 (7월) 4일 오후 서구청 인근 상점 10곳을 대상으로 대구로페이 결제를 시도 결과, 편의점을 제외한 9곳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며 "대구시는 지난달(6월) 26일 전자상거래 확대와 모바일 기반의 전자 결제 서비스 수요 증가 등 변화된 디지털 상거래 환경을 반영하고, 시민생활종합플랫폼 '대구로' 활성화를 위해 '대구로페이' 출시를 발표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민도 올해 1월 29일 보도한 <대구로페이 판매 재개, 애플페이 결제는 여전히 불가> 제하의 기사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페이나 QR코드 결제만 지원하는 탓에 애플페이를 최근 공개한 아이폰 이용자는 대구로페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현재, 대구로페이를 통해 가능한 결제 시스템은 가맹점 10%에서만 결제가 가능한 QR코드 결제 시스템과, 대구로페이 모바일카드를 삼성페이나 네이페이에 심어서 사용하는 결제 시스템 뿐이다. 후자 역시 QR코드 인식을 통해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QR코드 인식 결제 시스템 도입 확대가 대구시로선 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편 중앙일보가 올해 2월 6일 보도한 <돌아온 지역화폐…'대구로' 앱쓰면 최대 12% 할인>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대구로페이는 2021년 8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회원 수 51만4000명, 누적 주문액 1385억원, 등록 가맹점 1만7000개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북인터넷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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