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리면 길이 된다…30여년 버려진 땅도 공원으로 만든 비결

이수기 2024. 9.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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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녹천역과 창동역 사이의 한 녹지. 5425㎡(약 1644평) 면적의 너른 땅이었지만, 지난 30여년 간은 쓸모없는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높다란 방음벽으로 가로막힌 데다, 서울 도봉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단 등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정비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다 보니, 다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기던 곳이었다.

경원선(녹천역~창동역) 완충녹지 재정비 사업이 한창이다. 왼쪽 사진은 정비가 이뤄지기 전 모습. 30년 넘게 시민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버려진 공간이었다. 오른쪽은 정비 중인 완충녹지. 정비가 완료되면 길이 680m의 데크길과 녹지 공간이 만들어진다. 사진 서울 도봉구사진 서울 도봉구


하지만 최근 이곳이 바뀌고 있다. 나무 데크길이 들어서고 낡은 방음벽도 걷어내고 있다. 최근 서울 도봉구가 관련 공사비의 59%(13억9000만원)를 내기로 결정하면서다. 덕분에 올해 10월이면 버려졌던 철길 옆 완충녹지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가로정원으로 거듭난다. 가로정원에는 총 6개의 진ㆍ출입로가 설치된다. 높다란 방음벽 등으로 막혀 있던 과거와 달리 시민 누구나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총연장 680m에 이르는 무장애 데크길도 설치된다. 도봉구청 측은 1일 “공사가 완료되면 30여년간 폐쇄되었던 완충녹지가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명품숲길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길(路)을 내는데 진심인 자치구가 있다. 특히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를 집중해서 정비한다. 서울 도봉구 얘기다.


황톳길 만들었더니 방문객 396% 늘어


1일 서울 도봉구에 따르면 현재 중랑천 수변환경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우선 노원교와 상계교 구간(2㎞)의 제방길을 정비 중이다. 중랑천을 따라 길이 6.13㎞짜리 데크길도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말에는 중랑천 옆 공간을 활용해 길이 600m가 넘는 황톳길도 만들었다. 황톳길 설치는 방문객 증가로 이어졌다. 통신사 빅데이터를 통해 추산한 황톳길 유동인구는 올해 6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2%가 늘었다고 한다.
중랑천 제방길에 설치된 황톳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 길 중간중간 앉음벽의자, 평상쉼터, 데크로드 등이 설치돼 있다. 길 양쪽 끝에는 세족장이 마련돼 있다. 사진 도봉구

산책로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에도 열심이다. 기존 공간에 ‘매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도봉구의 허파’로 통하는 발바닥공원의 황톳길에 온실 하우스를 설치한 일이 대표적이다. 눈비 등 날씨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구비와 시비 10억원을 들여 정비를 마친 우이천 제방길은 서울시가 꼽은 아름다운 단풍길에 선정됐다. 아름다운 풍광 덕에 이곳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등의 촬영이 수시로 이뤄진다.

도봉구가 길을 내는 일에 열심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 동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도봉구는 예로부터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도봉구 방면을 통해 도봉산을 방문한 이는 3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 도심과 제법 떨어져 있는 데다, 산업기반이 약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다. 도봉구는 산책로 정비 등을 통해 구민뿐 아니라 도봉구를 찾아와 시간을 보내고 소비하는 ‘생활인구’를 늘려가겠다는 목표다. 자연스레 도봉구를 알리고, 이를 통해 지역 내 소비와 생산을 늘려가겠다는 포석이다.

도봉구는 이미 도봉산과 중랑천, 서울 둘레길을 잇는 총연장 21.3㎞의 순환 산책로 조성에도 착수했다. 사회 전체가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자연환경을 갖춘 도봉구에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믿음이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발바닥 공원에서 구민들과 만나 현장 민원을 접수 중인 오언석 도봉구청장. 사진 도봉구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도봉구를 단순히 베드타운(Bed town)이 아닌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가꿔가겠다”며 “도봉산과 중랑천 등 우수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잘 잇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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