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고 혹했다고? 절대 장사하면 안 되는 사람" [월간중앙]
조현우 ‘장사는 건물주다’ 대표
“안 해본 직업 없을 정도…직장은 돈 받고 배우는 학교라고 생각했다”
“예비 창업자가 건물주 되는 모든 과정을 꼼꼼히 챙기는 게 내 미션”
조현우(32) ‘장사는 건물주다’ 대표는 20대 시절, 한 직장에서 1년을 넘게 다녀본 적 없는 메뚜기 직장인이었다고 했다. 언제나 머릿속에 비즈니스 구상이 가득한 그에게 직장이란 특정 분야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사회 각계의 데이터를 쌓는 과정에 불과했던 듯하다. ‘장사는 건물주다’의 고객은 예비 창업자들이다. 이들을 건물주로 키워나가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그의 사업 아이템이다. 그런 만큼 그의 비즈니스에는 그가 빌딩 중개업, 네이버 비즈니스판 기자, 마케팅 대행사 등 여러 직장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그만의 비결이 집약돼 있는 셈이다.
30대 초반인데, 많은 이력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 공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는데?
“내가 중학생이었던 2006년은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선망하던 시기였다. 특히 공무원이 붐이었다.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일찍부터 군인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고 공군특성화고에 입학했다. 평생직장이 보장된 데다가, 해당 고교를 나오면 2.5호봉부터 시작이라서 메리트가 많았다.”
그런데 왜 제대했나?
“입대한 지 일주일 만에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다. 정해진 룰 안에서 똑같은 일과를 기계적으로 보낸다는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체감하게 되니 미치겠더라(웃음). 그 후로 전역 생각을 안 했던 날이 없었다. 당장 전역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다 장교가 되면 권한이 많아지니까 군 생활이 달라질까 싶어 학점은행제로 학사 학위를 따고 장교로 신분을 전환했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더라. 의무복무 기간 8년을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버텼다.”
제대한 뒤 이력도 특이하다. 유럽여행 인솔자를 한 이유가 뭔가? 장교로 전역했으면 대기업 취업 기회가 많았을 텐데?
“27살에 중위로 전역했으니 연락 오는 데가 많았다. 아무래도 대기업에는 장교 전역자를 위한 특별전형도 있으니 여러모로 같은 나이대의 취업준비생보다 유리한 면이 많았다. 하지만 제가 군에서 관심이 많았던 분야가 동기부여 강연이었다. 보통은 꿈을 좇는 건 다 허상이라며 현실에 안주하라고 말하기 바쁜데, 동기부여 강사들은 그와 달리 자신의 열정을 따라가라고 말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군 생활하면서 여러 강의를 들으러 다녔고, 그중 ‘총각네 야채가게’를 세운 이영석 대표에게 ‘외국으로 떠나 세상을 보는 시야와 관점을 넓히라’는 조언을 듣고 해외여행 인솔자를 준비했다.”
취업 준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그때 수중에 돈이 없었다. 공군 퇴직금이 3000만원 정도 됐는데, 이런저런 교육 들으러 다닌다고 다 썼다. 그래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강남에 종일 영어공부만 하는 학원을 찾아가 6개월 코스를 다녔다. 어느 정도 생활영어를 할 수 있게 되자 인솔자 취업시험을 봐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됐다.”
공군 부사관, 해외여행 인솔, 빌딩 중개업 등 두루 경험
“그렇다. 인솔자는 한국에서 입국 수속과정 밟는 것부터 귀국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거기다 유럽 어디든 여행객들을 끌고 운전도 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나 사건이 발생하면 개입해서 중재해야 하고 난리도 아니다. 결국 9개월째를 맞아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일 자체는 재밌는데 월급도 200만원 수준으로 적었다. 일단 시야와 관점을 넓힌다는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아쉬움은 없었다.”
그리고는 무슨 일을 했나?
“빚이 그새 4000만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걸 한 번에 메우려면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제일 비싼 걸 팔면 되겠다 싶어 빌딩 중개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계약 1건을 성사시키면 0.9% 수수료가 들어오는데, 60억 원짜리를 팔면 6000만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면 빚도 단번에 갚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글쎄, 말이 수수료 0.9%지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맞다. 알고 보니 팀 전체가 받는 수수료가 0.9%였다. 그러니까 1건 성사해도 내게 최종적으로 들어오는 수준은 0.2%였다. 바짝 벌고 손을 털 생각이었는데 계속 다녀도 언제 빚을 갚을지 아득했다. 차라리 다니는 동안 부동산 공부를 해서 책 한 권은 쓰고 나오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출간한 서적이 ‘빌딩 투자 이렇게 한 번 해볼래요’다. 딱 3개월 하고 나왔다.”
강의 교육에도 뛰어들었다고 하던데?
“빌딩 중개회사를 그만두니 귀신같이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채무가 계속 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건지, 대출상환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를 묻더라. 사실 그동안 내가 강의를 해야겠다는 일념에서 마이너스 통장도 만들고 수천만원을 써가며 강연을 들으러 다녔고, 군 제대 후 다른 기회를 걷어차고 여행인솔자가 됐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강의로 돈을 벌어봐야겠다 싶어서 마케팅 공부를 한 뒤 강의 시장에 뛰어들었다. 책을 출간하는 법, 네이버를 통해 마케팅하는 법 등의 주제였고 1명 당 200만원에 팔았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3개월 만에 빚도 다 갚고 이대로 인생이 탄탄대로일 거라 생각했다. 사무실을 임대한 것도 아니고 1인 기업인데 월 매출이 2000만원대였으니까. 근데 하필 코로나19가 터졌다.”
“20대 시절을 모두 나만의 사업 안목 기르는 데 투자”
“인생에서 가장 값진 직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게 직장은 근로소득을 버는 수단이라기보다, 월급을 받아가며 뭐든 배울 수 있는 학교나 다름없었다. 비즈니스 분야 기자였던 만큼 사회 각계의 사업가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습득했는데, 메인스트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료로 강의를 듣는 셈이었다. 특히 그때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 더욱 높였다. ‘SEO’(search·engine·optima) 기법을 활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핵심 단어를 제목과 기사 본문에 적절히 넣으면서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기사 검색 시 상단 노출을 끌어내는 법을 익혔다.”
그러고 나서 마케팅 대행사를 차린 건가?
“그렇다. 강의를 홍보하는 회사였다. 그 전에 ‘클래스 101’이라는 강의 플랫폼 회사에 가서 여러 강의를 들으면서 어떤 주제가 먹히는지, 또 청중을 사로잡는 강연자의 능력이 뭔지 현장에서 눈으로 봤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강연자의 경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강연자 본인은 모의투자만 하는데 주식투자 강의로 한 달에 3000만원을 벌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강의 내용도 좋고 강연자 본인의 학력이나 이력도 뛰어난데 정말 인기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특성들을 관찰한 뒤 어떻게 해야 잘 팔리는 강의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연구했고 대행사를 차린 것이다. 주로 잠재력은 있는데 홍보나 다른 조건이 부족해 알려지지 않은 강연자를 발굴해 키워나가는 데 주력했다. 인터넷이나 SNS 홍보는 물론이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기획과 대본을 짜준 뒤 촬영은 물론 편집해서 섬네일을 제작하는 것까지 전부 도맡았다.”
그러던 중 ‘장사는 건물주다’를 창업했다. 계기가 뭐였나?
“공군 부사관으로 제대 후 20대 시절을 모두 나만의 안목을 기르는 데 투자했다. 여러 직장을 전전했지만 모두 1년이 채 되지 않은 것은 특정 분야의 노하우를 터득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장사는 건물주다’는 예비 창업자를 클라이언트로 받아 건물주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교육, 부동산, 마케팅 등 제가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배운 모든 것의 집약체인 셈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예비창업자가 자영업자가 되는 것, 자영업자가 매출을 향상시키는 법, 사업가·기업가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 자산화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돕는 회사라고 보시면 된다. 이러한 비전을 만드는 우리 회사의 핵심은 강의다. 저희는 최소 강의시간이 9시간부터 시작이다.”
다른 외식업 강의업체와 차별성이 있다면?
“다른 경쟁업체의 강의를 들어보면 현업에서 동떨어져 있는 얘기를 하는 전문 강사들의 콘텐트가 대부분이다. 저희는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매장에 돌아가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강의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장사를 해도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을 알아볼 것 같은데?
“장사는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영역은 아니다. 지루하고 귀찮고 힘든 일을 꾸준히 하는 거에 익숙한 사람이 매장 한두 개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거기서 실행력이 좋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에 부담이 없을 경우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상식적이고 열심히 하고 루틴을 지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프랜차이즈를 창업하는 데는 운이 엄청나게 개입된다. 반면 절대 장사를 해선 안 되는 부류는 한탕주의가 심한 사람이다. 요새 쉽고 빠르게 돈 버는 게 인기인데, 그런 시류만 보고 장사를 시작하면 거의 망한다고 봐야 한다.”
“절대 장사해선 안 되는 사람? 한탕주의 심한 사람”
사실 한탕주의가 요새 청년층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공군에서 나올 때 나를 뜯어말리던 친구들이 이제는 나를 찾는다. 회사 그만두고 장사를 하고 싶다고. 이제는 내가 뜯어말리고 있다. 왜냐면 대체로 유튜브에 나오는 청년 사업가들의 일상을 보고 혹해서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인데, 그런 영상 대다수가 허상임을 저는 알기 때문이다. 그런 영상을 보면 다들 외식업체 매장 몇 개는 여유롭게 돌리면서 외제차 끌고, 1000만원은 돈도 아닌 것처럼 군다. 그런데 자세히 보라. 그런 영상에 출연하는 사업가는 허름한 빌라에 사는 게 대다수다. 무엇보다 그런 부류의 청년 사업가들이 저희 회사를 많이 찾아온다. 좀 살려달라고. 그래서 재무제표를 보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매출 수천만원이라는 것도 특정 시기에 한정된 경우가 많고 몇 개월은 영업이익이 제로거나 마이너스에 허덕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오히려 저희 커리큘럼을 잘 따라서 성공하는 분들을 보면, 고정 수입이 있는 직장인들이 자기 시간을 확보해서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한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마신다. 집과 직장의 연속이다. 체력이 좀 떨어져서 최근에는 출근 전 양재시민의숲에서 2시간가량 테니스를 친다.”
스트레스를 일로 푸는 상사는 인기 없을 텐데?
“그래서 야근할 때 직원들을 챙기는 편이다. 쉴 때도 커리큘럼에 어떤 강의를 추가하면 좋을지, 어떤 강연자가 오면 클라이언트들에게 좋을지 고민하고 기획한다. 강연자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는 물론, 강연자가 운영하는 매장에 가서 현장 답사도 한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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