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당 후보의 정책 아킬레스건…트럼프는 낙태권, 해리스는 프래킹
미국 대통령 선거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양당 후보의 정책 ‘아킬레스건’도 조금씩 노출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등 여성의 재생산 권리(reproductive right)에 대한 오락가락하는 태도가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과거 반대했던 셰일가스 추출 방법인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에 대한 입장 번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두 후보 모두 상대의 정책적 빈틈을 연일 공격하고 있어, 대선 전까지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낙태권에 대해 애매모호한 발언과 수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낙태에 대해 입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낙태에 대해) 수사적·정책적 변화를 기꺼이 시도하고 있어 일부 보수주의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 30일 플로리다주에서 낙태 권리를 확대하는 투표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전날 자신이 낙태 권리 확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마자 보수진영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현재 임신 6주 후 낙태를 금지하는 플로리다주에서는 11월 낙태권을 주 헌법에 명시하는 개정안을 주민투표에 부친다.
트럼프는 그동안 낙태 권리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낙태 권리 강화를 주장하는 여성 유권자도 붙잡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호한 태도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보수 유권자와 여성 유권자 모두에게 비판받고 있다.
민주당이 노리는 트럼프의 ‘아킬레스건’도 낙태권 문제다. 민주당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앤 웨이드’ 판결이 트럼프 시절 보수화된 연방 대법원에서 2002년 폐기된 사실을 거론하며 트럼프가 재임할 경우 여성의 권리가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도 한동안 낙태권 폐기를 자신의 공적으로 자랑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불임 부부를 위한 체외인공수정(IVF)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 29일 미시간주 포터빌 유세에서 “우리는 친(親)가정”이라며 “IVF 시술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정부가 내거나 여러분의 보험사가 지불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보수파들은 체외수정 과정에서 파괴되는 배아에도 법적 인격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의 불임 시술 비용은 다른 모든 사람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보험사가 비용과 관계없이 연방정부가 선호하는 혜택을 제공하도록 요구한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을 트럼프가 모방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후보 해리스는 프래킹을 두고 태도를 뒤집은 것이 약점이 되고 있다. 해리스는 지난 29일 진행한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프래킹 반대 관점을 뒤집은 것이다. 해리스는 “왜 입장을 바꿨나”란 질문에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 (친환경적인)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프래킹은 암반에 액체를 고압으로 주입해 가스를 분리해 내는 방식이다. 환경단체와 진보 진영에서는 프래킹이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고 비판하지만, 프래킹 덕분에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반론도 많았다. 특히 프래킹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주요 수입원이어서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도 위험한 이슈다. 펜실베이니아에는 선거인단 19명이 걸려있다. 이번 대선의 경합주인 러스트벨트(북동부 공업지대)와 선벨트(남부지역) 중에서도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최대 승부처다. 해리스가 미국 노동절(9월 2일)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첫 유세를 계획하고 있는 지역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다.
해리스와 달리 트럼프는 프래킹 찬성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해리스의 여러 발언 영상을 편집해 올린 뒤 “카멀라 동지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는 프래킹에 대한 견해를 번복한 것을 해명하려 했지만, 대통령이 되면 에너지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석유·가스 옹호자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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