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이 겹지인방으로 진화할 때 국가는 무엇 했나"

김화빈 2024. 8. 3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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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범죄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N번방이 '겹지인방'으로 진화할 때까지 국가와 정치는 무엇을 했나"라며 엄정한 수사와 철저한 후속대책을 촉구했다.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는 31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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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종로서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수사 촉구' 집회... "여가부 폐지 정부, 젠더폭력 아니라는 정치권 책임져야"

[김화빈 기자]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교(영풍문고) 앞에서 진보당이 주최한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수사 촉구' 집회가 열렸다.
ⓒ 김화빈
텔레그램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범죄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N번방이 '겹지인방'으로 진화할 때까지 국가와 정치는 무엇을 했나"라며 엄정한 수사와 철저한 후속대책을 촉구했다.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는 31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피해자를 비롯해 대학생·청소년·학부모 등 시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끝내자' '경찰은 강력 수사에 나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작금의 사태는) 한국사회와 정부가 디지털 성폭력을 얼마나 사적이고 가벼운 것으로 취급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인천대학교 재학생 조아무개씨는 집회 참석 이유를 묻자 "한국사회 성차별 문화를 바꾸기 위해 남성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했다. 곽아무개(경기 소재 대학교)씨는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사태를 희화화하는 분위기에 반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두 딸의 엄마라고 밝힌 학부모는 "등교를 준비하며 우는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집회라도 나왔다"며 "누나, 여동생, 심지어는 부모도 능욕의 대상이 된다는데 국가는 대체 무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옥문 열린" 딥페이크 사태와 한 여성 정치인의 후회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화빈
"12년 전,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 등원한 날 다리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로 언론으로부터 '돈 받으러 가는 룸싸롱 마담'이냐는 모욕을 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휴대폰 번호가 노출돼 새벽 1시에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고, 공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농락과 희롱을 받았다." -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여성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피해를 공론화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젠더 이슈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정치권과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고소·고발 끝에 잡았던 범인이 청소년이어서, 내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다"며 "정치인이기 때문에 성범죄 피해를 홀로 감당하려고 했던 과거가 참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그렇게 (여성들이 피해를 홀로 감내하는 동안) 성범죄는 더욱 대범해져 이제는 모두에게 공개된 온라인상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자행되는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린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두 달 전에는 정치부에 속한 남성 기자들이, 일주일 전에는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국정원 직원이 동료 여성 기자들을 노리개로 취급하고 희롱한 사건이 공론화되기도 했다"며 "우리 사회서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대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은 이미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교(영풍문고) 앞에서 진보당이 주최한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수사 촉구' 집회가 열렸다.
ⓒ 김화빈
그는 "그런데도 딥페이크 성범죄가 젠더이슈가 아니며 여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젠더갈등을 조장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며 딥페이크 사태를 "급발진 젠더팔이"(개혁신당)로 규정한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자가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 닷새 만에 '디지털성범죄대응TF'를 해산시켰을 때 우리는 이러한 사태를 이미 예견했다"며 "저를 비롯한 정치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구조적 성차별과 범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는 물론 자녀를 둔 학부모, 대학생, 10대 청소년, 교사 등의 규탄발언도 이어졌다.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교(영풍문고) 앞에서 진보당이 주최한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수사 촉구' 집회가 열렸다.
ⓒ 김화빈
"우리가 믿을 건 수사기관밖에 없는데, 그조차 믿지 못해 신고도 못하는 피해자가 수두룩하다. 경찰과 정치가 제 몫을 했다면, 피해자가 망설일 필요도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만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A씨

"반 학생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로 농담을 하거나 N번방 사건 가해자의 이름을 들먹였다. (중·고등학교에서 딥페이크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현실에서는 이 사건을 장난과 무관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기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B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불안을 과장하면 안 된다'고 한 말이나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산을 깎는 정부 행태는 2차 가해나 다름없다.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 그보다 더 많은 소지자·시청한 사람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 서울 소재 여대 재학생 C씨

TF 구성 진보당 "대학가 중심 반성폭력 행동팀 운영"
  3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교(영풍문고) 앞에서 진보당이 주최한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수사 촉구' 집회가 열렸다.
ⓒ 김화빈
집회를 주최한 진보당은 딥페이크 대응 TF 구성에 이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반성폭력 문화를 만들어가는 행동팀(반격)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는 "딥페이크 피해학교로 언급되는 곳만 500곳이 넘는다"며 "범죄에 분노하고 피해자에게 연대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대응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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