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방정식 깨졌나...흔들리는 K-엔터 [스페셜리포트]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8.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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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진짜 좋은 타이밍입니다. 여윳돈만 있었으면 저희 회사 주식 삽니다.”

지난해 11월 말이었다. JYP엔터 최대주주이자 프로듀서인 가수 박진영 씨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 출연했다. 이때 그는 JYP엔터 자사 주식 ‘마케팅’에 나섰다. 바닥권으로 떨어져 매수에 나서기 좋은 때라고 했다.

당시 9만5000원대였던 JYP엔터 주가는 반 토막 났다. 박진영 씨 말을 믿고 주식을 샀다면 적잖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JYP엔터뿐 아니라 다른 엔터사 주가도 하락세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역시 최근 1년 새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엔터주 가운데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하이브 역시 7월 초 20만원대였던 주가는 17만원대로 떨어졌다. 에스엠 주가 역시 7월 이후 12% 빠졌다.

주가 급락 이유는 실적 악화다. K팝 인기는 여전하지만 어느 엔터사라고 할 것 없이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JYP엔터는 ‘어닝쇼크’에 가까웠다.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은 매출 957억원, 영업이익 93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6%, 79% 추락했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 12곳에서 리포트를 내놨는데 이 중 9곳이 목표주가를 낮췄다.

JYP엔터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와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해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이브는 2분기 매출액 6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 감소한 509억원이었다.

엔터업계에서는 ‘K엔터 위기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주요 기획사 오너 리스크가 부각하고 있는 데다 시끄러운 멀티레이블, 대형 아티스트 부재, ‘공장식’ 육성법의 한계 등이 언급된다. 아울러 K팝 최대 시장인 중국이 막혀 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 위). 이날 민 대표는 “하이브 경영진이 뉴진스를 서자 취급하고,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하는 레이블의 아티스트를 밀어주는 ‘군대 축구’식 경영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아래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명 여성 BJ와 동행 중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 중요한데 오너가 되레 잡음

내부 갈등·편법 사익·사법 리스크

엔터업계에서는 K팝 신화를 창조했던 초기 창업자들이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의외의’ 논란으로 주주 화를 돋웠다. 그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유명 여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동행하는 것이 유튜브에 포착됐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내부 갈등을 전혀 봉합하지 못했고, BTS 슈가의 음주운전 혐의와 거짓 해명 등으로 시끄러울 때라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여파로 주가는 8월 9일부터 14일까지 4거래일 동안 12% 폭락하며 16만원 선까지 밀렸다. 지난 4월부터 따지면 시가총액은 3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주주 사이에서는 “BTS를 키워낸 공로를 인정하지만 후속 그룹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걸그룹 양성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심한데 불필요한 잡음만 일으킨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물러나야 한다”는 등 격앙된 반응이 주를 이뤘다.

과거에도 주요 엔터사 오너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1996년 남성 5인조 H.O.T 성공과 함께 한국 대중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이수만 전 에스엠 회장은 ‘K팝’을 발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상장사인 에스엠을 개인 기업처럼 운영해 구설에 올랐다. 1997년 설립된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그는 이 회사를 통해 에스엠 소속 가수들에 대한 프로듀싱 수수료로 매출의 6%를 가져갔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사적 편취’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졌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했지만 결국 카카오와의 분쟁 속에서 ‘K팝 대부’로서의 명성을 잃었다.

양현석 와이지 창업자는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다. 2019년 클럽 ‘버닝썬’ 성접대 의혹과 소속 아티스트 마약 투약 관련 보복 협박 혐의 등 논란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양현석 프로듀서의 동생인 양민석 와이지 대표에 대한 주주 반발도 거세다. 양 대표는 양현석 프로듀서 동생으로 지난 2018년까지 YG엔터 단독 대표·이사회 의장을 맡다가 2019년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난 후 2022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황보경 전 대표이사와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단독 대표에 다시 올랐다. 일부 주주는 “형제가 떠나야 와이지엔터가

산다”며 노골적으로 반발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한 엔터사의 전직 대표는 “일반 기업도 그렇지만 엔터사는 기업 이미지와 신뢰가 중요한데 오너가 되레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엔터 산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과 육성이 중요한 만큼, 프로듀싱 전성기가 지난 오너는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멀티레이블의 한계

“경영 간섭” 소통 부재에

K엔터 성공 비결이었던 ‘멀티레이블’ 체제가 오히려 국내 기획사 발목을 잡기도 했다. 김민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폭발적인 앨범 판매량 성장 이후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 멀티레이블 관련 리스크 부각 등 시장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엔터 4사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엔터업계에서 멀티레이블은 모기업 아래에 레이블을 자회사 형태로 여러 개 두는 형태다. 원래 ‘레이블’은 음반을 만들고 유통하는 회사를 의미하지만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사업과 음악 제작이 함께 가는 K팝 기업 구조상 국내에서는 소속사 개념으로도 쓰인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한 하이브는 과거 BTS에만 의존하던 매출 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했다. 이후 방탄소년단(빅히트뮤직, 이하 소속 레이블), 뉴진스(어도어), 세븐틴(플레디스) 외에 올 들어 투어스(플레디스), 르세라핌(쏘스뮤직), 아일릿(빌리프랩), 투모로우바이투게더(빅히트뮤직)와 보이넥스트도어(KOZ엔터테인먼트)가 앨범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 결과 한때 90%대였던 BTS의 매출 기여도는 올해 30%대까지 떨어졌다. 에스엠 역시 지난해 이수만 프로듀서와 결별하며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를 선언했다. JYP엔터도 2018년부터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했다.

기획사의 리더 한 사람이 모든 아티스트를 관리하던 과거 에스엠·JYP엔터·와이지 시스템에서는 한 번에 한두 아티스트만 활동할 수 있었다면 이런 멀티레이블 구조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러 아티스트가 동시에 활동할 수 있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모회사 입장에서는 각 레이블이 자회사로 분리돼 있으면 특정 아티스트에 쏠리는 실적 의존도를 줄이고 레이블별 성과를 명확히 할 수 있어 경쟁 유도와 외부 투자 유치가 쉽다. 산하 레이블 입장에선 일찍 업계에 자리 잡은 모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무기로 멀티레이블 체제는 K팝 기획사들이 외연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민희진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의 갈등이 이어지며 K팝을 키워낸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한계가 공공연히 드러났다.

멀티레이블은 모회사와 의사소통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내부 경쟁이 극심한 레이블끼리는 모회사조차 아티스트의 콘셉트나 활동 계획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모회사가 레이블에 경영 전략을 전달하면 레이블 측에선 경영 간섭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월 어도어는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이 담긴 주주간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내는 등 경영 독립을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어도어와 하이브 간 갈등은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멀티레이블 체제의 공통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그는 “레이블을 전문경영인이 아닌 아티스트가 주로 맡아 경영하다 보면 모회사의 경영적인 판단과 충돌하거나 레이블 간 기 싸움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멀티레이블은 색깔 다양한 아티스트를 키워내고 모회사도 키우는 방법이지만 결국은 돈, 즉 수익이 목표라 레이블 간 무한경쟁이 발생하고 내부통제가 어려운 한계에 부딪힌다”고 지적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걸그룹 뉴진스(사진 위) 표절 논란을 제기했던 신인 걸그룹 아일릿(아래). 모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의 걸그룹이다. (어도어, 빌리프랩 제공)
버리지 못하는 ‘K팝 방정식’

‘공장식’ 아이돌 찍어내기 여전

이런 일련의 충돌과 기 싸움이 멀티레이블 체제가 자리 잡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아이돌그룹이 중심인 K팝 시장에선 개성과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멀티레이블을 해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중음악 산업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는 실력 있는 아티스트와 뜻이 맞는 레이블 회사가 만나 음반을 내는 등 멀티레이블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테면 유니버설뮤직 산하 아일랜드레코드는 레게 음악의 전설 밥 말리를 배출했고 에이미 와인하우스, 뮤즈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 음반을 발매했다. 마이크 올드필드, 섹스 피스톨즈 등의 전설적인 음반을 낸 버진레코드는 록을 비롯한 대중음악 분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멀티레이블 체제를 안착시킨 이들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레이블마다 정체성이 확고하고 겹치는 영역이 없다.

반면 아이돌그룹이 중심인 국내 대중음악 산업은 역사가 짧고 외연이 넓지 않다. 소비층은 젊은 층에 한정돼 있다.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멀티레이블 체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K팝이라는 장르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카니벌라이제이션(기업 내 레이블 간 잠식 현상)이 나타난다는 평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의 이유 중 22%가 ‘획일적이고 식상함’으로 꼽혔다.

콘셉트가 서로 비슷하다 보니 레이블별로 내부 경쟁이나 갈등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하이브는 최근 3년 내 세 개 이상의 걸그룹을 데뷔시켰다. 뉴진스(어도어), 르세라핌(쏘스뮤직), 아일릿(빌리프랩) 모두 하이브라는 한 지붕 아래 다른 가족들이다.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베꼈다”거나 “하이브 경영진이 뉴진스를 서자 취급하고,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하는 레이블의 아티스트를 밀어주는 ‘군대 축구’식 경영을 했다”고 토로한 배경에도 국내 멀티레이블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에 있었다.

BTS·블랙핑크 뒤를 누가 잇나

밀어내기 판매 피로도도 높아져

K팝 앨범 판매가 줄어든 표면적인 이유는 BTS, 블랙핑크를 이을 ‘메가 지식재산권(IP)’이 없다는 점이다. 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대형 아티스트들의 공백기에는 K엔터 실적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형 아티스트 활동이 재개되면 실적이 되살아난다지만, 주요 아티스트와 높은 금액에 재계약하면서 원가율이 높아지고 신인 IP 개발 비용까지 더해져 수익성에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JYP의 경우 스트레이키즈, 트와이스의 활동 공백이 이어지면서 음반 매출이 감소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 실적 공백을 감안해도 영업이익률이 종전 20~30%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주요 IP가 모두 재계약을 하면서 원가율이 높아졌고 신인 개발 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YG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위너 멤버들 군 복무로 팀 활동에 공백이 생겼고, 블랙핑크와는 개별 재계약 대신 팀 재계약만 진행하며 유의미한 활동을 보이지 못한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인 투자 비용이 공격적으로 집행되는 가운데,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백으로 전속금 등 무형자산 상각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인 중 메가 IP가 나와주지 않으면 실적을 이어가기 녹록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 주기가 평균 4년 정도인데 4년마다 아이돌그룹을 지속적으로 데뷔시키고 성공시키는 게 쉽지 않다”며 “한 그룹을 어렵게 데뷔시켜도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진 오로지 비용만 드는 셈인데 히트상품(아이돌)이 나오지 않으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K엔터 실적 악화가 ‘음반 인플레이션’ 거품이 빠진 결과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K팝 산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각 아티스트별로 형성된 ‘팬덤’이다. 팬들이 앨범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덕에 아티스트들이 국내뿐 아니라 빌보드 등 해외 주요 차트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획사마다 팬덤을 발판 삼아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초동판매량(음반 공개 첫 일주일 판매량)’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획사들은 같은 앨범이라 해도 여러 종류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각 앨범 종류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 이벤트 응모권 등이 달리 들어가기 때문에 팬들은 앨범을 여러 장 살 수밖에 없다.

일례로 아일릿 멤버는 5명. 포카는 각자 4장씩 모두 20종류. 앨범 하나에 2장씩 들었다. 일정 금액 이상 앨범을 사면 미공개 포카(미공포)를 준다. 세븐틴의 경우 13명 멤버의 사진으로 각 4장씩 52종류 포토카드(포카)를 만들었다. 수백만원어치를 사도 포카를 다 얻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지난 5월 일본 시부야에는 포카만 빼고 남은 세븐틴 앨범이 대량으로 버려진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관련해 빌보드는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는데도 음반사가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과 굿즈가 수반된 패키지 CD를 도입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K팝 앨범 사행성에 대한 비판은 팬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팬덤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K팝 팬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케이팝레이더가 총 100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초동 경쟁이 지나치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라이트팬(월 5만원 미만 소비)의 63.3%, 코어팬(월 5만원 이상 소비)의 74.4%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초동을 위해 팬덤이 무리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각각 66.9%, 71.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올 상반기 JYP엔터테인먼트는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 등의 활동 공백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효자 시장’ 중국 언제 열리나

본격적인 본토 K팝 공연 아직

효자 시장인 중국이 여전히 닫혀 있다는 점도 K엔터로서는 고민거리다.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풀리고 있다지만, 본격적인 공연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직후인 2017년 중국의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는 K-POP 차트가 모두 삭제됐다 중국의 3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QQ뮤직을 통해 겨우 복원됐다. 이후 K-POP 아티스트의 현지 음악 방송 출연·음반 발매 행사, 팬사인회 등은 간헐적으로 개최됐으나 주요 엔터 기업 소속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투어 등 대형 공연은 2017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국 인디밴드 세이수미(saysueme)가 7월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개최 3주 전 취소당한 사례가 있다. 중국 당국이 한국 가수의 베이징 라이브 단독 공연을 허용해 화제를 모았지만 결론은 ‘무산’이었다.

BTS도 한한령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슈가가 지난해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서 팬들과 소통하던 중 한 팬으로부터 ‘중국 투어에 와달라’는 말을 듣고 “중국에서 공연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중국 투어를 하지? 지금 한국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하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K-POP그룹 안에 요즘 한국인도 있고, 중국 친구도 있고 다른 나라 친구도 있는데 다른 국적 친구들은 중국에서 일을 할 수 있지만 그 팀은 중국에서 일을 못하더라”라며 현장에서 느끼는 한한령 실태를 전했다.

음반 수출도 저조하다. 올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1억3032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 9년 만에 ‘역성장’했다. 일본 수출액이 4693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3045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1840만달러 수출액로 전체 수출 비중의 1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대중국 음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 넘게 감소했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획사들이 미국과 일본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지만 중국에서의 앨범 판매 회복과 공연 재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K엔터 반등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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