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수를 닮았다…액상 감기약 56년 ‘롱런’ [장수 브랜드의 비밀]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8. 3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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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동화약품 판콜

종합감기약 시장에서 약 50년간 ‘만년 2위’에 머무른 감기약이 있다. 판매량은 많았지만 매번 강력한 경쟁자의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약을 만든 회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꾸준히 투자하며 점유율 상승에 집중했다. 마침내 2023년, 판매 시작 58년 만에 라이벌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화약품이 만든 종합감기약 ‘판콜에스’. 발매 이후 2위 자리만 차지하던 판콜에스는 지난해 동아제약의 ‘판피린’을 제치고 종합감기약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라섰다.

판콜은 라인업을 다양화해 소비자의 선택폭을 늘렸다. 맨 왼쪽부터 약국용 판콜에스, 편의점 판매용 판콜에이, 어린이를 위한 판콜 아이콜드시럽. (동화약품 제공)
1968년 동화약품에서 선보여

발매 첫해에만 34만병 판매고

판콜은 1968년 동화약품이 선보인 종합감기약 브랜드다. 당시는 의료 제도와 약품 보급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기였다. 흔한 질병인 감기에도 고생하는 이가 많았다. 이에, 동화약품은 서민층을 위한 약의 필요성을 절감, 개발에 착수했다. 활명수를 제작하며 쌓아온 경험을 활용해 액상 감기약 판콜을 내놨다.

인기는 상당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이 나오자, 구매 행렬이 이어졌다. 발매 첫해에만 34만병이 팔렸다. 인기에 힘입어 다른 형태 제품도 차례로 공개했다. 1969년 판콜 시럽, 알약 형태 판콜정 판매를 시작했다. 1972년부터는 대중 광고를 송출했다.

서수남, 하청일, 설운도, 임하룡 등 당대 유명 스타를 모델로 내세웠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에도 시대 변화에 맞춰 ‘판콜에스 캡슐’ ‘판콜에스내복액’ 등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다만, 오랜 라이벌 동아제약 판피린에 막혀 시장점유율 1위는 달성하지 못했다.

판콜과 판피린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으로 효과가 비슷해 1960년대 출시된 이후 종합감기약 시장을 두고 경쟁했다. 현재 두 약품이 국내 종합감기약 시장의 매출 50%가량을 차지한다. 1961년 먼저 출시한 판피린이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판피린은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중독적인 문구를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숙원인 시장 1위를 달성하기 위해 동화약품은 2019년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도입했다. 2002년 이후 17년 만에 TV 광고를 재개했다. 동시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채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존 소비자층은 물론,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까지 포섭해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 지난해부터는 인기 가수 싸이를 제품 모델로 발탁, 제품 알리기에 전력을 기울였다.

전략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판콜 인지도가 급격히 오르면서 매출이 급상승했다. 판콜 전체 브랜드 연간 매출액은 2022년, 2023년 연달아 500억원을 넘겼다. 2023년 판콜에스는 1968년 판매 시작 이후 처음으로 종합감기약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해가 바뀌어도 인기는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판콜 브랜드는 매출 286억5500만원을 올렸다. 동화약품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동화약품 최고 효자상품 활명수(18%)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판콜’ 꾸준한 장수 비결은

다양화, 포지셔닝, 매스 마케팅

종합감기약은 오랜 역사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한 브랜드가 시장점유율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례는 쉬이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판콜처럼 56년 만에 순위를 뒤바꾼 경우는 다른 제약 업종에서도 드문 사례다.

판콜 브랜드 질주를 두고, 전문가들은 ‘3가지 전략’이 유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판매 채널 다양화다. 본래 판콜은 종합감기약이라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유통 경로가 약국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매출을 키우는 데 한계가 컸다. 2012년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가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했다. 동화약품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브랜드를 세분화해 약국용 제품인 종합감기약 판콜에스와 일반의약품 판콜에이로 나눴다. 그리고 판콜에이를 즉각 편의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시장을 활발히 개척한 게 매출 증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편의점용 판콜에이내복액의 유통금액은 156억9000만원에 달한다. 약국용 판콜에스 판매량이 소폭 줄었음에도, 판콜에이 판매량이 굳건한 덕분에 판콜 브랜드는 2년 연속 매출액 500억원을 넘길 수 있었다.

둘째,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 활용이다. 포지셔닝 전략이란, 경쟁사와 다른 브랜드만의 특징을 소비자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마케팅 방법이다. 판콜은 편의점용 브랜드를 내놓으면서도 ‘액상 감기약’이라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판콜이 15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때, 판피린은 45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제약업계는 익숙한 제형의 판콜을 선호한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셋째, 적극적인 광고 전략이다. 판콜은 초창기부터 대형 스타를 앞세운 광고를 송출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배경에도 가수 ‘싸이’를 발탁한 영향이 컸다. 광고에서 싸이가 외치는 “감기 없는 코리아, 판콜이야”라는 문구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동화약품은 시기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활용, 판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사진은 판콜 TV 광고 모습. (동화약품 제공)
‘판콜’ 브랜드 고민 없나

압도적 1위 굳히기 과제

종합감기약 1위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는 판콜에 남은 과제는 ‘1위 굳히기’다. 오랜 경쟁자인 판피린부터, 신흥 강자로 떠오른 콜대원까지 경계해야 할 대상이 적잖다. 판피린은 상반기 매출 228억원을 기록하며, 판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판피린은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지 않아도 5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다. 경계 1순위 대상이다.

3위 콜대원은 2020년부터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는 브랜드다. 휴대성이 높은 ‘액상 파우치’ 형태 제품을 선보여 판콜·판피린을 맹추격하고 있다. 2019년 65억원에 그쳤던 콜대원 매출은 2023년 273억원까지 치솟았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감기약 시장 1등이라는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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