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조합 이사장, "불합리한 승강기 안전검사제,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

김종화 2024. 8. 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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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선 승강기조합 이사장, "인증TF 마무리, 이제 검사TF 꾸려야"
승강기산업 진흥법, 국내 승강기 산업 되살리는 시금석 기대
2026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분속 120m 고시, "中企 시장 넓힐 것"

"승강기 안전검사제도의 개선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겠다."

손영선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29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불합리한 안전검사제도를 고치기 위해 내년 초부터 행정안전부와 논의를 시작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손영선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자신이 경영하는 경기도 수원시 소재 (주)새한엘리베이터 공장에서 레이저 작업관에서 레이저로 강판을 자르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종화 기자]

2022년 8월 승강기 안전인증제도를 간소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한국승강기안전공단(안전공단)·대한승강기협회·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 등이 모여 발족한 '승강기 안전인증 개편 실무TF(인증TF)'가 얼추 마무리되자, 내친김에 승강기 업계의 남은 과제인 안전검사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국내 제조 승강기는 2018년 3월부터 개정·강화된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승강기 부품 14종, 에스컬레이터 부품 6종 등 20종의 부품의 강제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 생산된 부품으로 조립된 완제품에 대한 안전인증(모델인증)은 물론, 시설에 직접 설치한 이후 안전검사(설치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승강기 업계는 20종의 부품을 강제인증 대상으로 채택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만큼 20종 중 7종의 부품을 인증보다 한 단계 낮은 '확인'으로 완화해달라고 행안부 등에 요청해왔고, 인증TF가 꾸려진 것이다. 인증TF는 지난 3월까지 15차례의 회의를 거치며 이를 논의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수인분당선 수내역과 12월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가 발생하자 행안부가 "왜 안전을 풀어야 하느냐"면서 TF에서 논의하던 사안 수용에 난색을 표했다.

이와 관련 손 이사장은 "인증TF는 사실상 종료됐고, 연말쯤 행안부에서 확정 고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검사TF를 꾸려야 할 때"라면서 "검사제도 개선도 더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인증은 부품을 생산하기 전에 샘플로 안전을 확인받는 절차이고, 검사는 부품 생산 후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받는 절차다. 승강기 업계는 모델인증과 설치검사가 겹치는 만큼 둘 중 하나를 면제시켜 달라고 호소한다. 모델인증을 받은 제품도 건물 등에 설치하고 난 후 다시 설치검사를 받아야 해서 비용이 두 배로 들기 때문이다.

승강기 업체 직원들이 고층건물의 승강로에서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경우 인증·검사비용이 전체 매출의 5%에 달한다. 연평균 50여대 안팎의 승강기를 생산하는 S사의 경우 2018년 이전 연평균 인증·검사비용으로 5000만원을 지출했으나, 2020년 3억5000만원으로 7배가 늘었다. 2022년 3억원으로 줄었으나 이는 코로나로 인한 중국산 제품의 저가 폭격에 생산물량이 절반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늘어난 비용 등을 견디지 못한 S사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안전공단의 검사 업무가 밀리면서 인증과 검사처리 기간이 법정처리기간의 2배 이상 걸려 납품 기일을 지키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내는 업체가 다수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손 이사장은 "폐업 이유가 오로지 인증·검사비용 때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인증과 검사에 과도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함으로써 발생한 원가 상승과 간접비 증가, 안전공단 독점에 따른 검사기한 연장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실제 2018년 3월 승강기안전관리법 개정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행안부로 승강기 산업이 이관된 이후 중소 승강기 업체들의 수출 물량은 70% 이상 줄었다"고 덧붙였다.

세계 승강기 시장규모는 100조원 규모지만, 국내 승강기 시장은 연간 신규 설치 대수 기준으로 세계 3위, 보유·가동 대수로는 세계 7위로 5조원 규모에 불과하다. 현대엘리베이터·TK엘리베이터·오티스엘리베이터·미쓰비시·GS엘리베이터 등 5개 대기업이 4조원을, 나머지 1조원을 두고 중소기업이 경쟁하는 구도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 따르면 승강기(에스컬레이터 포함) 신규 설치 대수는 지난해 4만6945대였고, 지난달 31일 기준 현재 운행 중인 승강기(에스컬레이터 포함)는 85만5510대에 달하지만, 신규 설치가 줄면서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승강기 업계는 지난달 31일 시행된 '승강기산업진흥법'에 희망을 걸고 있다. 손 이사장은 "그동안 행안부에서 할 수 없어 산업부나 중기부를 통해 지원받아야 했던 승강기 업체 연구개발 지원사업 등을 행안부가 직접 시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승강기산업진흥법이 국내 승강기 산업을 되살리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승강기조합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승객용 승강기의 정격속도를 분당 120m로 높여 등재하는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중소기업은 분속 105m 이하의 승강기까지만 제조·설치할 수 있다. 최근 손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주)새한엘리베이터와 한국승강기대학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기부의 '성과공유형 공통기술 개발사업'에 참여, 분속 150m 승강기 개발에 성공했다.

손 이사장은 "분속 150m 승강기를 바로 시장에 진입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분속 120m 승강기는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단체 표준화 작업을 완료하고, 2026년 중기부가 고시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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