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묘목 없어서 못 판다'는 말, 이 농부가 찾은 대체품
무덥습니다. '온열질환' '폭염' 같은 걱정이 여름이 상징이 된 듯도 합니다. 그럼에도 역경을 딛고 자라나는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여름입니다. 이상기온을 뚫고 결실을 맺은 여름 농산물과 알알이 담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말>
[월간 옥이네]
▲ 주렁주렁 열린 포도. |
ⓒ 월간 옥이네 |
[숨숨농장 권성민] 몸에도, 자연에도 좋은 방식을 찾는 중입니다
2022년 안남면으로 귀농해 친환경 포도 농사를 시작한 권성민(35)씨. 그에게 왜 캠벨 얼리를 재배하기로 했는지 묻자,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 충북 옥천 숨숨농장의 권성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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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농사는 나무가 겨울 휴면기에서 깨어나는 2월부터 시작이다. 물을 대고 생육 주기에 맞춰 꽃눈을 따고, 가지를 유인하고, 순을 지르고, 꽃송이를 다듬는다. 병해충 방제도 빠짐없이 해줘야 한다.
"일반 농약은 한 달에 한 번이면 되지만 친환경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방제를 해줘야 해요. 부지런해야 하죠. 병충해가 발생하면 한두 그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반절 이상이 영향을 받거든요. 초생재배(유실수 재배지 지표면에 유익한 풀을 심는 유기농법)를 하는 이유도 최대한 약을 치지 않기 위해서예요."
▲ 충북 옥천 숨숨농장의 권성민씨와 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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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옥천 숨숨농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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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법의 특징은 알솎기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무의 세력을 적당히 조절해 적당한 수의 포도송이가 달리게 하는 게 핵심이죠. 이렇게 하면 필요한 노동력도 줄고 나무도 더 오래 키울 수 있어요. 보통 7년 정도 지나면 포도 맛이 떨어진다고 베어버리거든요."
6월을 넘어 7월이 되면 포도는 햇빛을 받으며 영글어 간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알맹이가 말랑말랑해지며 껍질도 진한 보랏빛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렇게 40일 정도가 지나면 새콤달콤한 포도가 된다.
"아직 실험하면서 저에게 맞는 재배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일단 유기농으로 포도에 맞는 생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또 지금처럼 캠벨얼리만 해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머스캣 함부르크, 매니큐어 핑거, 루비씨드레스, 플레임시드레스, 이탈리아, 세네카 같은 품종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 충북 옥천읍 마암리 황두현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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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샤인머스캣 가격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5년 전에 포도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손은 많이 갔는데 가격이 좋으니까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가격이 점점 내려가더라고요."
▲ 주렁주렁 열린 포도 BK시들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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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임에도 '묘목 시장에선 샤인머스캣 묘목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라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샤인'의 시대가 끝나간다"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사정을 알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대체 품종이 없을까 수소문하고 지인에게 연락하기를 여러 차례, 그렇게 찾아낸 게 바로 BK시들스다.
"군북면에서 묘목을 판매하시는 분을 만났어요. '샤인'의 대체 품종을 물으니 이걸 추천해 주더라고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거니까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먼저 심어보고, 상품성이 있는지 키워봐야 하니까,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 충북 옥천읍 마암리 황두현씨의 포도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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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가 BK시들스를 심은 지 3년이 지났다. 나무가 어느 정도 자란 작년부터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다는데, 올해는 나름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듯싶다.
"작년까지 키워보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처음엔 샤인머스캣과 똑같이 재배를 해봤는데 차이점이 많았죠. 대표적인 건 송이를 만드는 방법이에요. 샤인머스캣은 위쪽을 잘라내고 아래쪽을 키우는데, 이건 반대였죠. 올해는 알 크기가 잘 나왔어요. 남은 건 착색이 어떻게 나오느냐죠."
재배 시기가 겹친 복숭아밭까지 내팽개치고 매달린 포도가 수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단단하게 자란 포도알이 연해지며 익어가는 지금, 앞으로 한 달이면 검푸른 빛이 하우스 안을 가득 채울 테다.
월간옥이네 통권 86호(2024년 8월호)
글 임정식 사진 김혜리, 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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