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하이" 도발에 음란 표현 보낸 20대…무죄 준 판사의 조언

채혜선 2024. 8. 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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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사용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 게임 도중 ‘벌레들 하이’라고 한 상대방에게 저속한 성(性)적 표현을 써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부장 심현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24)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오후 5시쯤 강원도 원주시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중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게임 이용자 B씨(23·여)에게 비정상적인 유사 강간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성적 표현을 대화창에 입력해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벌레들 하이(안녕)”라는 B씨 말에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B씨가 기분 나쁜 인사 메시지를 보내 분노의 감정에서 보낸 것”이라며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하게 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피해자가 여성이란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상태에서 A씨가 메시지를 보내 B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줘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포함돼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욕설이나 비속어에는 성과 관련된 표현이 적지 않고, 성과 관련된 욕설·비속어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와 B씨는 당시 게임에서 상대 팀으로 우연히 만나 성별이나 나이를 서로 몰랐던 상태였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에게 화가 나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모욕감·분노 등을 유발해 통쾌감과 만족감 등을 느끼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심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지만, 채팅 내용에 문제가 있고 그 수준이 형사처벌에 근접한다”라며 “앞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무시하고 욕설하지 말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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