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핑계대는 14개 댐 건설도 헌법불합치다
[박은영 기자]
▲ 청다리도요 금강에 청다리도요가 찾아왔다. |
ⓒ 임도훈 |
청다리도요 다섯 마리가 금강에 놀러욌다. 얼가니새(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가 물가로 나가 사진을 찍으니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이 함께 사진을 찍는다. 둘이 자기 사진이 좋네, 새를 아네, 모르네 하면서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새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직감하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이다.
청다리도요는 봄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로 등이 회색이고 몸 아래쪽은 흰색, 다리는 푸른빛이 돈다. 멀리서 보면 희미하게 청색빛이 도는 듯하다. 검정색 부리가 달린 얼굴을 두리번거리면서 총총거리며 걷는 모습이 귀엽다. 세상모르고 물가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같다고나 할까.
새들의 순진한 얼굴을 보면 작은 생명이 뛰어노는 강을 그저 자기에 맞게 개조해서 이용하려 드는 인간이 참 못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강 하나 틀어막아서 일확천금이라도 얻을 것처럼 굴지만 실상은 그저 강 위에 오리배 몇 대 떠다니는 정도일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엄청난 치적인 양 으스대지만,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곳이 전국 곳곳에 널려있다.
▲ 청다리도요 탐조 중 사진촬영 중인 나귀도훈과 얼가니새 |
ⓒ 봄봄 |
우리들은 적어도 세종보를 닫으면 예견되는 '녹조라떼의 강'에 반대한다. 지금처럼 맑은 물과 자연을 세종시민들이 가까이 다가가서 대대로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이곳에는 흰목물떼새, 수염풍뎅이, 흰수마자와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다. 세종시는 이를 깃대종으로 정하고 아이들이 강에 오면 언제든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만 오면 잠기고, 망가지고, 떠내려가는 예산 낭비 애물단지 친수공간을 늘어놓는 수변공간 아니라 모래강을 즐기고 홍수의 위험을 낮출 완충지대로서 강을 바라고 있다.
이런 모습의 강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이자르강이 있다. 시민들이 맑은 물에서 강수욕을 즐기고 일상을 보내는 강을 만들었다. 독일은 지금의 이자르강을 만들기 위해 보를 해체하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복원을 했다. 세종시민들은 이런 강을 바라는데, 세종시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보 수문을 틀어막았을 때의 과거 악몽 같은 시간으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는 게 개탄스럽다.
▲ 지천댐 주민설명회 항의하는 주민들 청양에서 열린 지천댐 주민설명회에서 댐 추진에 반대하며 항의하는 모습 |
ⓒ 김미선 |
이 판결을 접한 뒤 최근 '기후위기 대응댐'을 만들겠다고 지역순회설명회를 하고 있는 환경부가 떠올랐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징후는 극한 가뭄과 극한 홍수이다. 댐으로 이를 막는다는 게 가능할까? 사상 최악의 폭염 경고가 내려졌던 올여름만 해도, 댐과 보 등 물을 가둬둔 곳에선 사상 최악의 녹조가 폈다. 대체 이 물을 어디에 쓸 것인가. 게다가 댐은 극한 홍수 때 자칫 물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 댐을 철거하는 해외 추세에도 역행한다.
따라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환경부가 '지금 이러고 다닐 땐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았을까. 사법부조차 지금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산림을 다 수장시키고, 온실가스 배출이 불 보듯 뻔한 댐 건설사업을 하겠다고 다니는 '윤석열 환경부'의 모습을 보며 기괴하기까지 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고향의 봄 금강변에서 고향의 봄이 울려퍼졌다 |
ⓒ 임도훈 |
처서에 갑자기 시원해지는 것을 요즘엔 이렇게 표현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처서가 지나고 어제오늘 농성장의 바람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을바람이다. 물론 한 낮에는 여전히 덥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만큼은 아니다. 정말 농성을 할 만하게 만드는 바람이다. "금강이 잘 흐르기를 염원하며 돌탑을 더 많이 쌓아야겠다"는 세종시민 '잿빛개구리매'의 한마디가 마음을 더 시원하게 한다.
금강변 천막에는 리코더 연주로 '고향의 봄'이 울려 퍼진다. 이제 곧 물떼새들은 이곳을 떠났다가 봄이 되면 다시 고향인 금강을 찾을 것이다. 그때도 금강은 흐르고 있어야 한다. 굽이쳐 흐르는 금강을 오늘 하루 더 지켜내고, 끝내는 세종보를 철거할 수 있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사정으로 115일차~122일차 기사를 쓰지 못해 123일차부터 다시 씁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평생 유족들의 '보호자'로... 34년생 인혁당 생존자의 삶
- '서이초 사건' 이전... 먼저 세상을 떠난 선생님이 있었다
- 일본 재벌들이 두려워하던 청년의 업적
- '참전 허용하라' 혈서 쓴 재일청년들... 한국전쟁의 또다른 비극
- 집 고칠 때 화장실에 '이걸' 설치하면 좋습니다
- "전세사기특별법은 보상책일 뿐, 예방은 시작도 안 했다"
- '설악 사진' 50년, 그가 빠진 설악산의 매력
- '알렉세이 포피린' 돌풍, 조코비치 이기고 그랜드슬램 첫 16강
- "철거돼야 할 것은 혁신파크가 아닌 오세훈 시장의 탐욕"
- 조국 "윤석열·김건희 비리 덮으려 전직 대통령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