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서재, 중장년 사랑방…1인가구에 진심인 관악

희망제작소 2024. 8. 3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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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천만시대, 지방정부의 해법②]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

우리나라 1인세대 수는 972만4256세대(2023 행정안전통계연보)로 1천만 돌파를 앞뒀습니다. 전체 세대의 41%에 달합니다. 가구 수로는 전체 가구의 33.4%로, 세 집 중 한 집이 혼자 삽니다. 지방정부들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1인가구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지방정부 단체장들을 만나 1인가구가 행복한 지역 만들기 해법을 들어봅니다. <기자말>

[희망제작소]

서울 관악구의 1인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62.2%(2024년 7월 기준)나 됩니다. 특히 20~30대 청년 1인가구가 많아서, 관악구 전체 1인가구의 63.7%에 이릅니다. 서울대학교가 있어 대학생 1인가구가 많고,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와 편리한 교통 덕분에 혼자 사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1인가구에 적합한 소형주택이 밀집해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관악구는 매월 1인가구 현황을 파악해 분석하고, 세대별 정책수요에 기반해 주거·일자리, 안전, 건강·돌봄, 사회적 관계망 확충 등 4개 분야에 걸쳐 체계적인 1인가구 정책을 추진합니다. 1인가구 1천만 시대를 앞서 경험하며 관련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박준희 관악구청장을 희망제작소 이은경 소장이 만났습니다.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좌)과 이은경 희망제작소 소장
ⓒ 희망제작소
- 1인가구 현황을 매월 조사하고 분석해서 관련 정책에 활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야든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야 그에 맞는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3년에 1인가구 실태조사를 실시해 1인가구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수요를 조사했습니다. 이후 매월 1인가구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데요. 최근 통계로는 전체 약 28만 6천 세대 중 17만 7천 세대, 약 62.1%가 1인가구입니다. 2015년에 49.8%이던 것이 2021년 59.9%, 2022년 61.3%로 뛰었어요.

정책수요를 조사해보니 연령별로 선호하는 정책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청년층은 주거와 안전에 대한 수요가 높고,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신체건강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같은 주거 분야라도 청년층과 중장년층은 주택 구입비와 전월세 자금 대출 지원을 선호하고, 노년층은 주택 개보수 지원을 선호합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서 2024년 1인가구 종합지원계획을 수립했습니다. '1인가구와 동행하는 행복한 관악'을 목표로 주거·일자리, 안전, 건강·돌봄,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 4가지 분야에 걸쳐 17개 부서가 46개 세부사업을 추진하는데, 올해에만 총 126억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
ⓒ 희망제작소
청년은 '신림동쓰리룸' 중장년은 '이웃사랑방'…교류·소통 공간 풍성

- 1인가구 정책수요가 연령별로 다르다고 하셨는데, 관악구는 전국에서 청년인구 비율이 가장 높고 그만큼 청년 1인가구도 많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청년수도'를 모토로 새롭고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하셨는데, 이와 연계해 청년 1인가구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민선7기인 2018년에 관악구청장에 취임하고 보니, 청년이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정책이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공간을 조성하는 등 크게 3가지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먼저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18년에 서울시 25개 구청 중 최초로 청년정책 전담부서인 청년정책과를 신설했습니다. 2022년에는 청년문화국으로 승격시키고 청년 문화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위한 조례도 만들었습니다. 또한 청년들이 정책 참여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악 청년청을 독립청사로 봉천역 근처에 설립하면서 청년청장을 위촉하고 청년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청년청을 직접 운영하도록 했습니다.
 신림동 쓰리룸
ⓒ 관악구청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청년들의 공동체 형성과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간을 조성한 것인데요. '신림동쓰리룸'이라는 청년문화공간, 네트워크 공간이 대표적입니다. '쓰리룸'은 청년들이 많이 사는 원룸이나 고시촌에는 없는, 거실·서재·공방의 기능을 하는 대안공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이곳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모임을 열고, 공연을 하고, 마음건강 상담도 받습니다. 지금까지 누적방문자 수가 55만 명이나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신림동쓰리룸과 같은 청년정책이 청년 1인가구만을 위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애초 관악구 청년 정책이 누구도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고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면서 다양한 취향과 취미의 공동체를 만들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청년 1인가구 맞춤정책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1인가구 정책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주거와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SH공사와 협력해 청년 수요자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주거 환경수준을 올리기 위한 청년주거 기초교육도 진행합니다. 청년 1인가구를 위한 무료 건강검진도 실시하고 있는데, 학업과 직장생활 등으로 평일 검진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서 서울시 최초로 토요일 건강검진을 시행합니다. 건강한 식생활 형성과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저염실천챌린지' 프로그램도 운영 중입니다.
 관악구 중장년 1인가구 행복한 밥상 프로그램
ⓒ 관악구청
- 돌봄과 고립에 취약한 중장년 1인가구를 지원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신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사회적으로 고립된 중장년 1인가구를 위한 '독거중장년 돌봄안전망 형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자기돌봄 역량이 취약한 고립 가구에 식사를 지원하면서 상담을 실시하고, 이렇게 발굴된 대상자에게 다른 고립 가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자리를 제공해서 '서로돌봄'을 활성화하는 사업입니다. 중장년 1인가구 비율이 높은 대학동과 중앙동에서 시행 중인데, 특히 대학동은 고시생이 감소한 이후 중장년 1인가구가 많아졌어요. 5월부터는 이 대학동에 '이웃사랑방'을 열고, 중장년층이 차를 마시며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웃사랑방에선 상주 직원이 복지상담도 하고, 월 1회 천원식당도 운영하며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정리와 특수청소도 지원하는데, 전문 역량을 갖춘 지역 내 3개 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돌봄이나 고립에 취약한 1인가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려면,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관악구는 중장년 1인가구에 밀키트와 발효유를 지원하는 '행복한 한끼 나눔 사업'을 hy(한국야쿠르트) 강남지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hy프레시매니저가 주 2회 가정에 밀키트와 발효유를 배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하고 복지서비스를 연계합니다. 또한 지역 내 1인가구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복지관과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과 협력해 다양한 1인가구 정책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관악구 중장년 1인가구 주민들이 '천원식당'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 관악구청
외로움과 고립 문제 '지역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 1인가구 증가와 '나 홀로 라이프'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관악구는 1인가구 비율이 높은 만큼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많으실 텐데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지요.

지난해 12월에 고립 위험이 높은 가구를 신속히 발굴하고 대응하기 위해 '위기가구 발굴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부터는 위기가구 발굴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두문불출한다면, 그 이웃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알아채기 마련이니까요. 또한 취업이나 대인관계 등의 문제로 힘든 청·장년들에게 맞춤형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2050 청장년 마음 안아주기 사업'과 고립·은둔 대상자와 그 가족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별빛 마실 학교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장을 보고 요리도 하면서 전문가의 상담도 병행되는, 일상회복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 그동안 추진하신 1인가구 정책 가운데 가장 호응이 큰 정책이나 사업은 무엇인지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1인가구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친구가 좋아'와 1인가구 소통공간 '씽글벙글 사랑방'이 호응을 많이 받았습니다. '친구가 좋아'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청년, 중장년, 어르신 1인가구 모임을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개인이 참가신청을 하면 구에서 신청자가 희망하는 활동주제별로 모임단을 매칭해 동아리를 구성합니다. 현재 런닝, 영어회화, 요리, 에세이, 서울지역탐방, 구기운동 등 총 8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역 내 유휴공간을 세 곳을 활용해 조성한 '씽글벙글 사랑방'은 주민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서로 어울리며 소통하는 곳입니다. 영화감상, 차담회, 물품교환 등의 이벤트도 주기적으로 열립니다.

관심사와 취미, 취향이 비슷한 또래 친구와 이웃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느슨하지만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1인가구뿐 아니라 외롭고 고립되기 쉬운 도시민 누구에게나 절실한, 일상의 작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추진한 1인가구 정책 가운데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돕고 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도 그런 이유일 거라 짐작합니다. 이웃을 만나고 서로 돌보며 소통하는 일은 관의 일방적인 지원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 다양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활동과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민간분야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협력하면서 1인가구 정책수요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나갈 생각입니다. 1인가구 카카오톡 채널 '관악 1인가구 동행록'과 유튜브 콘텐츠 '나혼자한다'를 활용해 행정과의 실시간 소통도 더욱 원활하게 만들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는 게재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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