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잦은 젊은층, 과민성대장증후군 아닌 완치 어려운 ‘이 병’ 확인을

오상훈 기자 2024. 8. 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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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에 생기는 염증은 위염, 대장에 생기는 암은 대장암. 이처럼 병명을 보면 유추가 되는 질환이 있는가 하면,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질환도 있다. ‘크론병’은 식도부터 항문까지 전체 소화관 어디든 염증이 생길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완치하기 힘든 크론병에 대해 알아봤다.

◇정확한 원인 없는 크론병, 10·20대 젊은 환자 증가세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장질환으로 입에서부터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항문까지 음식물이 지나가는 소화관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이다. 크론병이라는 이름은 1932년 이 병을 처음 발견한 미국의 의사였던 ‘버나드 크론’ 박사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소인이 있고 특정한 환경적 인자가 자극되었을 때 우리 몸에서는 자연스러운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데, 크론병은 면역 반응이 생길 때 면역계의 교란이 발생하면서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크론병에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최근 한 유명인의 크론병 투병 고백과 의학 드라마 속 사례로 언급되며 조금씩 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원래 크론병은 서양의 질병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국내에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장질환이 최초 등장했던 것이 1990년대였다. 이후 크론병 환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해 2023년 크론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3만3238명이다. 2019년 2만4133명에 비해 27% 넘게 증가했다.

보통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는 연령대로 50~60대를 꼽지만, 크론병은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청년 환자들이 주를 이룬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서구화된 식습관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는데 인스턴트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가 학업 또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때이기도 한 만큼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청소년기에 크론병이 생기면 음식을 잘 먹더라도 장에 염증이 있어서 복통, 설사 등의 이유로 신체적인 성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가 있다”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크론병이 발병하게 되면 단체나 조직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사·복통 등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 주의
설사나 복통 등의 크론병 증상이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크론병의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잦은 복통과 설사만으로 두 질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론병은 소화관 외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눈의 이상 ▲피부 발진 ▲관절통 등 ’장관 외 증상‘이 동반된다면 크론병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크론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병력 청취, 내시경과 조직 검사, 또 내시경으로 보기 어려운 소장에 대해서는 CT나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해야만 한다. 차재명 교수는 “크론병은 어느 검사 결과 하나만 가지고 확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임상소견, 혈액 검사, 내시경 소견, 영상 검사 등을 모두 종합해야 한다”며 “일부 검사만으로는 크론병을 확진할 수 없으니 반드시 염증성장질환진료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치료에서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 적용
크론병은 다양한 내과적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염증에 효과가 있는 항염증제를 먼저 사용한다.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며,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제제가 널리 사용되면서 환자들의 증상이 급성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협착이 생기거나 천공, 혹은 암이 생긴다면 결국 외과적인 수술을 할 수밖에 없기에 크론병은 내과적인 치료는 물론 외과적인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와 동고동락, 평생 가는 의료진·생활 습관 관리 중요
크론병의 발생 기전이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스턴트 음식을 최소화하는 등 과거 우리 조상이 했던 것처럼 한식 위주의 밥상을 가까이한다면 크론병의 위험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는 만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임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차재명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크론병으로 치료받던 환자들이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고 결혼해서 아이와 함께 병원을 오는 것을 보는데 크론병 치료는 환자들의 인생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며 “어떤 병이든 오래 지속되면 지치기 마련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여러 가지 합병증은 물론 불필요한 치료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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