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나와 그들의 미래를 지키려 행진에 나선다
[유리]
▲ 제주는 올해 여름 열대야가 45일간 지속되는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
ⓒ 제주 MBC 뉴스 갈무리 |
밭일을 하다가, 야외 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외부에서 훈련을 받다가, 또 뜨거워진 집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황망한 죽음을 겪었다. 더위와 땀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어딘가에선 날씨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니. 이 두 세계의 간극은 얼마나 큰 것인가. 이들은 과연 동시대를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마저 들었다. 기후위기의 불평등은 그렇게 우리의 삶에 스며 들고 있었다.
이번 행진의 구호처럼 폭염 역시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시스템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에너지 소비와 더위 문제는 무관하지 않다. 2022년 기준, 대표적인 관광 도시인 제주도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로 분류되는 곳은 총 13곳으로 나타났다. 13이란 숫자는, 제주도 내 전체 건축물의 0.0009%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13곳이 사용하는 에너지 양은 도내 전체 건축물이 사용하는 에너지 양의 1/5에 달했다.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관광 숙박 시설에 해당했으며, 본 건물들이 쓴 에너지는 7만285 toe(석유환산톤)로 나타났다. 보통 전기 1toe는 약 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산술에 의하면 제주도 내 건물 13곳은 2022년 한 해 동안, 총 14만 57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14만 570톤은 상상을 넘어서는 값이다. 우리가 나무를 심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저감한다고 했을 때, 연간 탄소 흡수 능력이 가장 좋은 상수리나무(30년 수령 기준 연간 14.1kg의 탄소 흡수)를 식재할 때 총 996만9504그루가 필요하다. 살면서 본 적도 없는 '1000만 그루'가 흡수하는 양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대규모 관광 숙박 시설에서 내뿜고 있던 것이다.
▲ 제주녹색당을 비롯해 제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속한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이 제주도정에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 |
폭염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 경보가 떴을 때 물을 마시고 쉬며, 돌아다니지 않는 게 폭염을 대처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확실한 방법이 아닐 뿐더러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일을 개인의 노력으로만 바뀌기를 바라는,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사회는 우리의 일상을 지켜낼 수 없다. 폭염과 열대야를 지속시키는 근본을 되짚어야 한다. 지자체는 폭염 역시 현 시스템의 결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대기업이 운영 중인 관광 숙박 업체들도 탄소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다각도로 찾아야 할 것이다.
2024년 9월 7일, 나는 언젠가 기후위기 취약 계층이 될지 모르는 나의 미래와 그런 존재들을 위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행진에 나선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유리는 제주녹색당 당원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평생 유족들의 '보호자'로... 34년생 인혁당 생존자의 삶
- '서이초 사건' 이전... 먼저 세상을 떠난 선생님이 있었다
- 일본 재벌들이 두려워하던 청년의 업적
- '참전 허용하라' 혈서 쓴 재일청년들... 한국전쟁의 또다른 비극
- 집 고칠 때 화장실에 '이걸' 설치하면 좋습니다
- "전세사기특별법은 보상책일 뿐, 예방은 시작도 안 했다"
- '설악 사진' 50년, 그가 빠진 설악산의 매력
- '알렉세이 포피린' 돌풍, 조코비치 이기고 그랜드슬램 첫 16강
- "철거돼야 할 것은 혁신파크가 아닌 오세훈 시장의 탐욕"
- 조국 "윤석열·김건희 비리 덮으려 전직 대통령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