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 하이'에 욕설로 받아쳤는데…2심서 "무죄" 뒤집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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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상대 유저가 '벌레들 하이'라고 도발했다는 이유로 성적 표현으로 받아친 20대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3월16일 오후 5시쯤 강원 원주시 한 피시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게임 이용자 B씨(23·여)가 '벌레들 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유사 강간 행위를 연상케 하는 저속한 표현을 대화창에 입력해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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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표출일 뿐 성적 수치심 준 것 아냐"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상대 유저가 '벌레들 하이'라고 도발했다는 이유로 성적 표현으로 받아친 20대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24)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A씨는 지난해 3월16일 오후 5시쯤 강원 원주시 한 피시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게임 이용자 B씨(23·여)가 '벌레들 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유사 강간 행위를 연상케 하는 저속한 표현을 대화창에 입력해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B씨가 기분 나쁜 인사 메시지를 보내 분노의 감정에서 보낸 것"이라며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씨가 피해자가 여성이란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상태에서 B씨와 B씨 가족 등과 관련한 저속한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포함돼있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성과 관련한 표현이 담긴 욕설이나 비속어가 적지 않지만, 이러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보긴 어려우며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 또한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A씨와 B씨가 당시 게임에서 우연히 상대 팀으로 만나 서로의 성별이나 나이를 몰랐고, 피해자가 '벌레들 하이'라는 말로 피고인이 속한 팀원들을 상대로 욕을 했다고 생각해 피해자에게 그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모욕감, 분노 등을 유발해 통쾌감과 만족감 등을 느끼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롱이나 모욕 수준을 넘어 피해자를 상대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해당 발언을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지만, 채팅 내용에 문제가 있고 그 수준이 형사처벌 수위에 근접한다"며 "앞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무시하고 욕설하지 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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