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허용하라' 혈서 쓴 재일청년들... 한국전쟁의 또다른 비극 [윤태옥의 길 위에서 읽는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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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인천 수봉공원에 있는 재일학도의용군이라는 특이한 존재를 상기하고자 한다.
한국전쟁에 일본군이 참전한다는 루머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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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옥(답사 여행객)]
▲ 인천 수봉공원에 있는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 |
ⓒ 윤태옥 |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인천 수봉공원에 있는 재일학도의용군이라는 특이한 존재를 상기하고자 한다. 이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생과 청년들이었다. 일본에서도 한국인들은 좌우의 첨예한 갈등이 있었고 학생과 청년들이 그 전면에 나서곤 했었다. 이들에게 한국전쟁 발발 소식이 전해지자 궐기대회 헌혈 모금운동 등이 잇달았는데 학생과 청년들이 지원병 파견이라는 의제를 스스로 제기했다.
지원병이 거론되자 일본 각지에서 지원의사가 몰려왔다. 특이한 것은 좌우익의 갈등이 치열했던 곳에서 더 많은 지원자가 모였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원의사를 모아고 미군 극동군사령부에 지원의사를 타진했는데 이때는 낙동강까지 전선이 밀려가는 최악의 시점이었다. 병역의무도 없고, 의무를 부가할 수도 없는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 최악의 전황에도 불구하고 참전하겠다고 나섰으니.
참전 의지는 투철했지만 실제 참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디로 어떻게 입소할 것인지는 물론 수송수단까지 해결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미군은 처음에는 이들의 참전요청을 거절했으나 참전을 허용하라면서 시위에 농성은 물론, 혈서까지 등장하자 결국 이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총 642명이 수 차례로 나눠 일본의 미군 기지에 입소해서 한반도로 배치됐다.
그러나 미군에 소속해서 한반도로 오긴 했지만 실제로는 참전이란 말이 무색했다. 간단한 제식훈련 이외에 집총훈련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었다. 그저 미군 군수기지에서 군무원도 아니고 노무자도 아닌 애매한 생활이었다. 이들은 자기들만의 독립부대를 만들어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결국 단일부대를 창설하기로 하고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열흘 만에 다시 해산하고 말았다. 이유는 어처구니없었다. 한국전쟁에 일본군이 참전한다는 루머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에 의해 국군으로 편입해 전선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전선이란 생사가 오가는 현장이다. 642명 가운데 52명은 전사했고, 83명은 행방불명이 됐다. 265명은 생활 근거지인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또 하나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전선에 아직 남아 있던 242명이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이 1952년 4월 미국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어 주권을 회복하면서 재일동포는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고,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상태라 이들의 일본 입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대한해협을 중간에 두고 생이별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들을 국내 대학에 편입하거나 생활안정 지원을 하기는 했으나 또 하나의 불행이 그들을 덮친 것이다.
병역의무도 없는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전했으나 근거지를 잃고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이 기막힌 일은 도대체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 인천 수봉공원에 있는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 |
ⓒ 윤태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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