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엑스' 못 쓴다... 접속하면 하루 1200만 원 벌금

브라질 대법원, 엑스 서비스 중단 명령... "무법천지 만들어"

[윤현 기자]

▲ 브라질 연방 대법원의 자국 내 엑스 서비스 중단 결정을 보도하는 AP 통신 ⓒ AP

브라질 대법원이 법원 결정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서비스를 차단했다.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30일(현지시각) 브라질 방송 및 통신 감독기관인 아나텔)에 전국에서 엑스 접속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앱스토어에서 엑스를 삭제하고 가상 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이 적발되면 5만 헤알(약 1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주요 통신사들은 이날 자정부터 자국 내 엑스 접속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룰라 "머스크, 돈 많다고 다 되는 것 아냐"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판결문에 "엑스는 반복적이고 의도적으로 브라질 사법 시스템을 무시했다"라며 "머스크는 자신을 초국가적 실체로 내세우며 각국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라고 적었다.

이어 "엑스는 극단주의와 증오, 반민주주의 담론의 게시물을 계속 장려하고 관할권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라며 "이 때문에 사회적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법원 명령을 준수하며 벌금을 내고, 법률 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가짜 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digital militias)의 행위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특정 계정을 폐쇄하라고 엑스에 명령했다.

또한 오는 10월 브라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엑스를 통한 증오나 혐오, 인종차별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브라질 내 법률 대리인을 지정하라고 명령했으나, 엑스가 이를 따르지 않자 서비스 차단 명령을 내린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이날 오전 현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브라질에서는 누구든 브라질 헌법과 법률을 따라야 한다"라며 "머스크가 돈이 많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머스크 "불법적 검열 따르지 않을 것" 반발

그러나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이 명령이 검열이라고 반발하며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폭군이고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우리는 정치적 반대자를 검열하라는 불법적인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브라질의 비선출 가짜 판사가 이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머스크가 2022년 엑스를 인수한 이후 광고주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브라질에서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4천만 명이 한 달에 최소 한 번 엑스에 접속한다"라고 전했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머스크가 소유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계좌도 동결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계좌 동결로 인해 사용료를 받지 못하더라도 브라질 군을 비롯한 사용자들에게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