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색출하라" 美 조사받던 中과학자, 돌연 극단선택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던 재미 중국인 과학자가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자료를 근거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 의대 전직 연구교수인 제인 우 박사가 지난달 10일 시카고 자택에서 60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31일 보도했다.
우 박사 사망의 구체적인 동기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SCMP는 중국인 과학자들을 스파이로 색출하기 위해 시작된 미 당국 조사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은 2018년 11월부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미국에서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를 저지하는 수사 프로그램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종적 편견·공포 조성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2022년 2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종료했지만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슷한 시기 미 국립보건원(NIH)도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부당 자금지원이나 연구 규정 위반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6년간 대부분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과학자 250여명이 적발됐고 이 중 112명이 직장을 잃었다. 우 박사 역시 NIH 조사를 받으면서 소속된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대 연구실이 문을 닫았다.
그는 중국의 해외인재 양성 국가 프로젝트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실을 운영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NIH의 표적이 됐다고 SCMP은 전했다.
우 박사와 함께 연구해온 동료들은 그의 사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조사 대상이 된 데다 직장까지 잃으면서 심한 압박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문은 "우 박사의 죽음은 중국과 은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연구자들을 추적하려는 미국 당국의 조치에 대한 비판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1963년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에서 태어난 우 박사는 1986년 상하이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암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 박사후과정과 워싱턴대 조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노스웨스턴대학에 재직하며 분자생물학 및 신경과학 분야 연구를 선도해 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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