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물줄기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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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기자]
▲ 구름처럼 모여든 단양군민 |
ⓒ 박서진 |
물과 햇빛가리개 종이모자를 나눠주는 테이블 주변으로 종이모자 조립 중 떨어진 종이조각이 쌓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담았다.
하트 모양의 조각을 보고 "이거 아이들 가져다주고 싶다. 애들 좋아할 텐데" 어린이집 밖에서도 아이들 생각뿐인 원장님이 참 좋다.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의 염원이 활활 불타오른다. 펄럭이는 깃발이 자유롭게 하늘을 비상하는 걸 보니 우리의 승리를 귀띔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어머니 날이 너무 덥죠? 저쪽 그늘에 가셔서 조금 앉았다 오세요."
▲ 울긋불긋 깃발이 기세등등하다. |
ⓒ 박서진 |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일방적 단양천댐 결사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 단양군 각각의 단체에서 단양천댐 결사반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
ⓒ 박서진 |
▲ 모두의 염원이 담긴 한걸음 한걸음 |
ⓒ 박서진 |
지난 2005년 9월 '단양 소규모댐 건설 기원 실천결의대회'가 있었다. 각 기관, 단체, 의회, 주민 등 3천여 명의 군민이 모여 단양읍 상진리 군부대 앞에서 진행한 행사다. 단양군은 2021년 8월 어렵게 수중보를 준공했으나 지금까지 말도 탈도 많다.
현장에선 이쪽저쪽 뛰어다니며 상황 보고하는 경찰관과, 안전을 위해 가이드 라인을 치며 움직이는 경찰관들이 있었다. 이들의 대화를 들으니 많은 인원이 집결했음을 알 수 있었다.
교통이 통제 되었지만 경적을 울리는 차 한 대 없이 모두가 기다려주었다. 간간이 관광객인 듯한 모습의 사람들도 손을 흔들어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이번에 또 댐이 생기면 우리 집은 또 잠기고 잊혀질겨."
"충주댐 만들 때 우리도 제천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뭐여! 우린 인구가 자꾸 줄고 있잖어, 충주댐 건설 이전만 해도 단양군민이 5만이 넘었는데 지금은 2만 조금 넘어!"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4학년때 신단양이 생기고 반 학급수가 훌쩍 줄었다. 이주민들은 신단양이란 새로운 동네보다는 이미 터를 잡아 안정적인 인근 제천시로도 이사를 갔다. 제천만큼 발전할 거라는 말이 야속하다는 어르신들이 이해된다.
환경부가 발표한 단양천 댐을 추진하면, 단양의 아름다운 8경 중 세 곳이 물에 잠긴다고 한다. 여름이면 피서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일대이다. 물이 맑고 차가워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곳이다. 이 맑은 청정계곡수가 공업용수로 쓰일 계획이라니...
뜨거운 여름, 엄마는 집에 손님이 오시면 이곳 계곡으로 모셔 왔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야외 취사가 가능했던 터라 부엌 살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커다란 솥에 닭도 삶고, 감자를 갈아 즉석 감자 부침개도 만들어 먹었다. 이런 추억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장소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다.
시내 중심지를 지나 강변으로 향한다. 흐르는 땀이 강바람에 흩날린다. 앞서가는 사람, 뒤따르는 사람, 발맞춰 함께 나아가는 옆사람. 땀에 젖어 끈끈한 살이 부딪혀도 상쾌하다. 푸른 남한강이 강바람에 일렁인다. 햇빛에 비춰 반짝이는 물결이 더위를 잊게 한다. 그 누구도 이 물줄기를 막을 수 없다.
▲ 목적지 도착 후 질서정연하게 뒷정리하는 사람들 |
ⓒ 박서진 |
환경부가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면 자다 가도 떡이 생긴다는 것을 속히 깨우치길 바란다. 나는 내 고향 단양에 또 흉 남는 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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