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은 보상책일 뿐, 예방은 시작도 안 했다"

류승연 2024. 8. 3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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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맹성규 국토위원장 "악덕 임대인 처벌 강화하고 공인중개사 책임 높여야"

[류승연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유성호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2대 국회 들어 계속된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첫 번째 법률이다. 지난 2023년 5월 전세사기특별법이 최초로 제정될 때까지만 해도 여야는 6개월에 한 번씩 보완 입법을 약속했지만 민주당이 추진한 '선 구제 후 구상' 방안을 두고 여야가 반목을 거듭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선 보상 후 구상' 방식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 끝에 폐기된 바 있다.

여야가 '구제책'을 두고 지난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동안, 정작 '예방책'은 제대로 논의선상에 오르지도 못 했다. 그러는 새 전국에서는 지역과 시점만 달리한 전세사기 사건이 계속 터져나왔다. 올해만 서울 관악구와 경기 안산, 대전과 부산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 수도 2만 명을 넘어섰다.

전세사기를 저지른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줄줄이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기 불과 하루 전, 인천 미추홀구에서 148억 원대 피해를 낳았던 '건축왕' 남아무개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형량은 1심 징역 15년에서 8년이나 줄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고도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을 "피해자들의 호소에 정치권이 응답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예방을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특히 맹 의원은 지난 27일 '건축왕' 남아무개씨 항소심 판결에 대해 "형량이 낮아진 데 대해 유감"이라며 가해자 처벌 강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전세사기는 다수의 피해자를 낳는 만큼, 일반 사기 사건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에 따라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 수익 몰수' 대상에 전세사기 범죄를 포함하는 안도 고심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맹 의원은 전세사기의 예방책은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1차 관문에 서 있다고 본 것이다. 맹 의원은 "공인중개사 손을 거친 계약 건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피해가 생길 경우 공인중개제도라는 틀 안에서 '선 보상'을 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맹 의원은 일선 공인중개사들에게 세입자가 알아야 할 부동산 기초 지식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맹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피해자들 호소에 정치권 응답... 사각지대 등 보완해야"
 지난 5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맹성규 의원(왼쪽에서 세번째), 임미애 당선인 등이대구 남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있는 한 다가구주택을 방문해 피해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조정훈
-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듯하다.
"이번 개정안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가 쟁점 법안 가운데 처음으로 합의한 민생 법안이다. 법안 단독 처리→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재의결 실패→법안 자동 폐기라는 '입법 마비 상태'를 해소했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 2023년 5월 25일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많이 있었다. 피해자들의 호소에 정치권이 응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이번 개정안은 2023년 5월 통과된 전세사기특별법과 비교해 어떤 내용이 추가로 보강됐나?
"먼저 이번 개정안을 통해 피해자 인정 범위가 확대됐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피해자'나 '피해자 등'으로 인정받으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보증금 기본 한도 금액도 기존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높아졌다.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추가 2억 원을 인정받으면 최대 7억까지 한도가 높아진다.

또다른 핵심 내용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로 사들여, LH가 산정한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익으로 피해를 보상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LH의 매입으로 공공임대주택이 된 피해 주택에서 그대로 거주할 경우 최장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하도록 했고, 낮은 가격에 추가로 10년까지 유상 거주할 수 있게 했다. 물론 피해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하길 원치 않는 경우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일시 지급할 수도 있다. 또 피해자가 다른 민간 주택에서 거주하길 원하는 경우도 대비책을 마련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건데, LH가 집주인과 직접 전세 계약을 맺고 LH가 피해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하루 전, 법원은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했던 148억 원대 전세사기 범죄의 가해자에게 1심 보다 8년 줄어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바라봤나?
"형량이 낮아진 데 대해 유감이다. 악의적인 임대사업자는 강력히 처벌받아야 한다. 다중이 피해를 보는 만큼 일반 사기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더 형량을 높일 수도 있다. 실제 정부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동의해, 사기죄의 양형기준을 13년 만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위 단독 해결 사안이 아닌 만큼 정부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또 '범죄 수익 몰수'라는 개념이 있다. 범죄로 얻은 피해 재산을 박탈해 국가가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그 대상에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른 전세사기범죄를 포함하는 등 전세사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전세사기를 치면 망한다는 수준의, 사회적 인식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악덕 임대인에 대한 처벌 이외에,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
"공인중개제도의 보완을 생각하고 있다. 전세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첩경이 공인중개제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소한 공인중개사 손을 거치면, 전세사기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의 활동 공간을 보장함과 동시에 공인중개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보완해야 한다."

- 공인중개사의 책임 강화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부과해야 할까?
"가령 소액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인정되는 최우선변제금의 개념과 임차인이 사고 예방을 위해 권리관계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에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식이다. 또 공인중개사가 중개한 거래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면 공인중개제도라는 틀 안에서 '선 보상'을 하고 후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세입자들이 드는 보증 보험에 공인중개사협회가 관여하도록 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즉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과실로 계약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상하는 '공제 제도'에 대한 개선, 공인중개사의 정보제공 강화 등이 핵심이다."

- 민주당이 당초 추진해왔던 건 '선 구제 후 구상권'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이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빠졌는데 추가 법안 발의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민주당은 그동안 정부안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왔다. 정부의 전세사기 지원 방안이 '형평성'과 '실현가능성' 부분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피해 주택이 얼마에 낙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매 낙찰 차액은 우연에 기대는 측면이 있어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또 LH 등이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경매 절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어 현실성 문제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세사기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고 피해자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게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게 됐다. 또 부족하지만 정부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재정 투입을 포함한 대안을 낸 상황이라 피해자들이 도움받게 될 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경과 보고 등을 통해 법 시행 과정, 피해자들이 겪는 추가적인 '사각지대' 범위 등을 확인해 꼼꼼히 살펴보려 한다. 다만 피해자들이 원하는 금융 지원은 국토위가 홀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다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만큼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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