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예술영화는 극장에서 봐야”…‘사운드’가 바꾼 관람 풍경 [콘텐츠 속 ‘사운드’①]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는 아우슈비츠 옆 독일군 공관의 평화로운 일상을 통해 나치의 악행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예술영화다. 역사의 비극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재미’보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었지만,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로 꼽히며 2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사운드’가 있다.
화면 없이 흐르는 오프닝 사운드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가 하면, 불쾌한 잡음, 거리감을 무시한 소리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야기해 작품의 메시지를 강화한다. 이 영화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영화관의 풍성한 사운드가 ‘필수’라는 관람평이 이어졌다.
지난해 개봉한 음악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의 배급사는 이 영화를 상영하는 ‘사운드 특화관’ 정보를 안내해 마니아들의 관람을 유도했다. ‘소리’가 중요한 음악영화부터 ‘경험’이 중요한 블록버스터, 최근에는 예술영화까지. ‘사운드’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돌비 애트모스 상영관, CGV의 사운드엑스 등 ‘사운드 특화관’이 확대되면서 ‘사운드’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돌비 애트모스는 사운드 회사 돌비가 운영 중이며, 최대 64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훨씬 풍성한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 기존의 영화관은 6개의 스피커로 운영이 된다. 여기에 스피커 배치 또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창작자의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
아이맥스관, 4DX 스크린관 등 완성도 높은 ‘볼거리’를 구현하는 특수관도 관객들에게 인기지만, 이렇듯 사운드에 방점을 찍은 특수관들도 관객들의 선택을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코엑스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관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관객이 가장 많았던 돌비 상영관이었다.
가수들이 돌비 애트모스로 음원을 선보이기도 한다. 지니뮤직, 애플뮤직 등 다수의 음원 플랫폼이 돌비 애트모스 서비스 지원을 시작하면서, 그룹 방탄소년단 정국의 첫 솔로 앨범 ‘골든’을 비롯해 여러 가수가 돌비 애트모스 포맷으로 음원을 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운드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의미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화 사운드는 대사, 음향, 음악으로 구성이 됐는데, 의미를 전달하는 대사나 감정을 배가하는 음악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음향은 관객들이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요소들이 공간을 생동감 있게 채워야 ‘현실감’이 갖춰지는데, 과거에는 전문가가 아닌 관객들은 이 차이를 알기 힘들었다. 그러나 영화 ‘더 문’에서는 우주 공간을 채우는 공간음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등의 사례와 같이 최근 관객들은 ‘사운드’의 차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한 영화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운드가 주목받는다’라고 하면, 주로 음악 영화나 혹은 영화 속 음악의 활용에 한정된 면이 없지 않았다. 대사, 음악으로만 ‘사운드’를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완성도 높은 사운드가 콘텐츠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운드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며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즐기는 등 음향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는 층은 원래도 있었다”면서 “여기에 영화관은 좌석, 화면, 사운드가 특별함을 배가하는 요소지 않나. 영화비가 상승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가 확대되면서 요즘엔 ‘영화관을 찾는 이유’가 중요하다. 그러면서 사운드에 향한 관심도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질 높은 사운드를 제공하려는 극장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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