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윤 대통령 사진 올린 여중생,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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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도 기자]
▲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꾼 중학생 계정 |
ⓒ 임병도 |
중·고등학생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학교마다 난리가 났습니다. 학생들은 자주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이 해킹당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했고, 혹시나 모를 사진 유출을 막기 위해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이마저도 안심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프로필 사진을 대통령 사진으로 바꾸거나 나이가 많은 성인처럼 보이기 위해 꽃사진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트로트 가수 얼굴이나 정치 뉴스를 게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계정을 나이가 많은 어른처럼 꾸미는 이유는 딥페이크 범죄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불법 합성 영상물은 10대들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된 사진이나 영상을 이용합니다. 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입니다.
▲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딥페이크 관련 대화 |
ⓒ 연합뉴스 |
딥페이크 영상 피해 미성년자는 2021년 53명에서 2022년 81명, 2023년 181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피해 미성년자들이 신고를 꺼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피해 사례를 보면 더 심각합니다. 지난 7월 충남의 한 중학생이 소셜미디어에 교사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을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했다가 적발돼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 혐의로 중학생 A군을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A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B양 등 여학생 4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딥페이크 이미지를 제작해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B양은 지인을 통해 A군의 휴대전화에 딥페이크 이미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달 1일 A군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현재 A군은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해외로 출국한 상태입니다. 만약 지인이 딥페이크 이미지를 발견해 신고하지 않았다면 A군을 조사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29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 피해 사례 접수 이틀 만에 12건이 신고됐습니다. 이 중에는 초등학교 여학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 30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경찰청에서 대전 경찰과 대전시, 대전시교육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딥페이크 성 착취물 관련 범죄 집중단속 회의를 하고 있다. 2024.8.30 |
ⓒ 연합뉴스 |
허위영상물 범죄 혐의로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5.4%, 2022년 61.2%에서 2023년 75.8%로 커졌습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집계된 피의자 73.6%가 10대였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10명 중 7명이 10대인 이유는 범죄가 아닌 장난처럼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놀이처럼 인식하는 문화가 10대에서 유행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뽐내기 위해 일부러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경찰이 사건 접수 단계부터 텔레그램이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수사하기 어렵다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문제로 꼽습니다. 경찰의 이런 무책임함 때문에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 수사를 요청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유포된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이나 사진을 모두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피해자들은 누군가의 장난으로 시작된 영상과 이미지로 평생 고통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사진을 SNS 프로필로 바꾸는 학생들이 유별난 게 아니라, 범죄를 예방하지 못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사법당국과 정부의 안일함이 문제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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