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1·2 ‘즐거운생활’ 음악·미술 강화는 미봉책…예술교육도 단독 교과로”
임지혜 2024. 8. 31. 09:46
미술·음악 교육 관련 교수 및 현직 교사들이 초등학교 통합과목인 ‘즐거운 생활’에서 미술과 음악 과목을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즐거운 생활이 각 교육과목의 본질을 다루지 못해 창의성을 심어줄 시기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음악교육 미술교육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초등학교 1~2학년 음악·미술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우리도 초등학교 1~2학년에서부터 예술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자라나는 학생들은 예술 발달의 최적기에 누구나 음악·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 1·2학년은 1981년 도입된 통합 교육과정으로 ‘즐거운 생활’에 체육, 음악, 미술이 묶인 통합교과를 지금까지 배워왔다. 그러나 지난 4월26일 국가교육위원회(교육위)는 즐거운생활에서 신체활동(체육)을 분리해 안전 교과와 합쳐 통합교과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국가교육과정 변경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체력 저하가 심화했다며 초등 1·2학년 학생들의 신체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체육 과목을 별도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인 체육 교과가 분리되는 것은 40년 만의 일이다.
이와 함께 국교위는 음악·미술 교과 학습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기존의 즐거운 생활에 있는 음악과 미술 관련 교육 목표와 성취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술·음악 교육 관련 교수, 현직 교사들은 ‘혼란만 더 키울 수 있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최성희 광주교대 교수는 “주제 통합을 위해 음악·미술 교과의 내용을 도구로 활용하는 통합교과 ‘즐거운 생활’의 통합 방식과 음악·미술 교과의 고유 내용 체계를 바탕으로 예술 통합을 추구하는 목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즐거운 생활은 초등 1~2학년에게 음악·미술 교과를 가르치지 않는 문제를 비롯해, 예술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3~6학년 미술, 음악 교과와도 대립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핀란드, 호주, 캐나다 등 외국의 교육과정을 분석해 보면, 음악 교과가 1학년 때부터 독립 교과로 제시돼 있다”며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미술, 음악 학습 내용이 위계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국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과 관련 없이 통합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수업 부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양소영 서울교대 교수의 ‘음악교과 관점에서 본 현행 통합교과 즐거운 생활 운영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초등 1~2학년 담당 교사 중 54%는 현재의 통합교과 구성과 운영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놀이 경험 활동이 대부분(29%), 기초 지식을 다루는 내용이 없어서(27%), 교과서 구성이 낯설어서(25%) 라고 응답했다.
통합교과 수업 중 ‘함께 만들어요’ 주제 만들기에서 음악을 중심으로 한 주제를 구성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교사 10명 중 8명(83%)이 ‘없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음악 중심 주체 활동이 어렵다’ ‘주제 만들기 활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교과서에 다양한 음악활동이 없다’ 등의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발달 중요 시기인 초등 1·2학년에 심층적인 음악·미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즐거운 생활에서 각 과목이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완욱 춘천교대 교수는 “미술교육은 아동의 인지적, 감정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도 돕는다”며 “즐거운 생활 교육과정에서 미술교육은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져야 하며, 1~2학년 학생들의 발달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그들의 전반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고은 서울교대 강사도 “초등 1~2학년 시기는 음악성의 기초 형성 및 음악성 신장에 있어 중요한 시기로, 환경·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즐거운 생활은 음악 고유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미적 경험과 다양한 음악적 활동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으므로 교육과정이 체계적으로 개편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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