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도, 장애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하나로 뭉친 '조벤저스'
'조벤저스(조정+어벤저스)'가 떴다. 성별도, 장애도, 생김새도 제각각 다르지만 다섯 명의 조정 영웅이 하나로 뭉쳤다.
최선욱(28·내쇼날 모터스), 이승호(20·SH서울주택도시공사), 강현주(25), 배지인(26·이상 넷마블), 서하경(22·경기대)으로 구성된 한국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 쉬르 마른의 스타드 노티크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조정 혼성 유타포어(PR3 Mix4+) 예선 2조 경기에서 7분 51초27을 기록, 5위에 올랐다.
한국이 이 종목에 출전한 건 처음이다. 이번 대회는 10개국이 나섰고, 예선 조별 1위가 결선에 직행한다. 나머지 8개국은 31일 패자부활전을 통해 4개국이 추가로 결선에 오른다. 다음달 1일 열리는 결선에선 6개국이 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나머지 4개국은 7~10위 결정전을 치른다.
성별과 장애가 다른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경기다. 남녀 선수 각각 2명과 1명의 콕스(Cox·조타수)를 포함한 5명이 탄다. 장애에는 제한이 없으나 시각 장애 선수(B1, B2)는 최대 2명까지 가능하다. 장애 정도가 낮은 B3 등급은 1명만 탈 수 있다. 콕스는 남녀, 장애 유무와 관계없다. 팔만 써 2개의 노를 젓는 싱글 스컬, 더블 스컬 경기와 달리 온몸을 사용해 하나의 노로 물살을 가른다.
최선웅은 "제일 큰 패럴림픽이란 곳에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고, 큰 대회가 처음인데 경험이 쌓인 것 같다"고 했다. 이승호도 "경기 전까지는 비가 많이 내렸는데 경기 중에는 괜찮아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현주는 "만족할 만한 경기력은 아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오늘 레이스보다 잘 할 수 있게 준비해보겠다. 훈련 때도 항상 비에 대비했기 때문에 괜찮았다"고 했다. 서하경은 "예선이 첫 단추였는데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배지인은 "아직 경기가 남아 있으니까 마지막까지 잘 하겠다"고 했다.
리더는 가장 경력이 긴 강현주다. 그는 2015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처음엔 수영을 했지만 조정으로 전향했고, 최고의 무대인 패럴림픽 출전까지 성공했다. 키(1m56㎝)는 작지만,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크로스핏 등으로 체력과 근력을 키웠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배지인은 손 마비 증상이 있어 재활 운동을 하기 위해 조정을 시작했다. 그는 "체력이 좋아지면서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러다 신인선수로 뽑혀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으나 1년 만에 그만뒀다. 직장을 다니던 그에게 대표팀이 러브콜을 보냈다. 배지인은 "현주가 같이 하자고 불렀다. 패럴림픽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승호는 오른손 절단 장애가 있다. 그는 "2살 때 다쳐서 기억이 없다"며 "중학교 때 조정 체험을 했다. 3학년 때 대한장애인체육회 신인 선수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큰 체격에 힘까지 뛰어난 그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은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선수는 최선웅이다. 선천적으로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그는 왼쪽 눈의 시력마저 떨어졌다. 처음엔 유도를 하다 조정으로 전향했고, 패럴림픽까지 나오게 됐다. 그는 "제대로 와서 배를 탄 건 올해 3월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부터다. 그 전까지는 로잉머신만 집에서 탔다"고 했다. 이어 "세 선수는 제가 오기 전부터 합을 맞췄는데, 저는 잘 보이지 않으니까 호흡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서하경은 팀내 유일한 비장애인으로 콕스를 맡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조정 특집에서 정형돈이 맡았던 포지션이다. 유일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팀원들에게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린다. 경기대에서 엘리트 선수로 활동하는 그는 패럴림픽을 앞두고 장애인 조정 대표팀에 합류했다. '동료들이 지시를 잘 따르냐'는 질문에 서하경은 "때마다 다르다"고 웃었다. 그는 "솔직히 부담이 없진 않다. 내 역할이 없는 게 아니니까"라고 했다.
조정 대표팀은 모든 선수가 20대라 화기애애하다. 동료들은 강현주를 분위기 메이커로 꼽았다. 강현주는 "다른 종목보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아서 우리 팀을 부러워한다. 1등"이라고 웃었다. 막내 라인인 이승호와 서하경이 "우리 덕분"이라고 말했고, "(최연장자인)최선웅 선수가…"라고 이야기가 나오자, 최선웅은 "만으로는 내년까지도 20대"라고 받아쳤다. 여느 젊은이들처럼 밝은 모습이었다.
사상 첫 패럴림픽 티켓을 따냈지만,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첫 패럴림픽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강현주는 "응원해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서 마지막 레이스는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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