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장애인 사격선수… 파리에서 4년 뒤 꿈 키운 유연수
4년 뒤에 설 무대를 보며 희망을 키웠다. 프로 축구선수에서 장애인 사격 선수로 변신한 유연수가 2024 파리 패럴림픽을 찾았다.
다큐멘터리 촬영차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대회가 열리는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를 방문한 유연수는 30일(현지시간)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마침 내가 온 날 금·은·동 메달을 다 볼 수 있어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사격대표팀은 P1 남자 10m 공기권총 조정두(BDH파라스)와 R2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 이윤리(완도군청), R4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서훈태(코오롱)이 3개의 메달을 따냈다.
서훈태와 친분이 있는 유연수는 "사격을 위해 무슨 운동부터 시작해야 하고, 총 관리는 누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을 자세하게 많이 알려줘 도움이 됐다"며 "첫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고, 다음 대회 때 더 잘하면 되니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항상 응원한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유연수는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사고를 당했다. 동료 선수들과 숙소로 복귀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하반신 마비 장애을 입었다. 결국 작년 11월 축구 선수로 한창인 나이에 은퇴했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좌절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재활치료를 하며 재활훈련센터 운영, 바리스타 등에 끝없이 도전했고, 그 길의 끝에서 다시 승부의 세계로 돌아왔다. 장애인 체육에 도전하겠다고 마음 먹은 유연수는 여러 종목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그 중 사격을 선택했다.
유연수는 "몸이 좋은데 왜 사격을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사격은 한 발, 한 발에 순위가 정해지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고,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내가 예전에 했던 골키퍼와도 맞닿아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유연수가 새로운 꿈을 키우는 데에는 아버지 유웅삼(58)씨의 조력이 컸다. 함께 파리에 온 유웅삼씨는 "사고 후 생업으로 했던 개인택시를 잠시 세워두고 아들만 봤다”며 “아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희망을 갖는 모습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로서 한없이 응원할 뿐이다"고 말했다.
유씨는 "뭐든 차분하고 끈기 있게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을 꼽으며 “사실 내 아들은 처음부터 축구를 잘해서 프로에 간 게 아니고, 완전히 노력파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이번에도 그럴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유연수의 목표는 명확하다. 패럴림픽 출전이다. 유연수는 "나를 위해 부모님들이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만큼 내가 사격을 잘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어 "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는 데 집중할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2028 LA 패럴림픽에도 나갈 수 있고, 메달도 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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