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또 유행하는 엠폭스… 국내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일상 전파 가능성 낮아… 국내 누적 환자 수 11명
엠폭스는 감염 동물로부터 인수 감염을 통해 확산되는 급성 발열·발진성 질환이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5~21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상(발열, 오한, 피로, 근육통, 호흡기 증상 등)을 겪으며, 1~4일 후에는 머리부터 팔다리 쪽으로 발진이 진행된다.
엠폭스는 남성의 발병률이 높아 동성 간의 성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된다는 오해가 있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주요 감염 경로가 성접촉인 것은 맞지만,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진이나 가족도 감염될 수 있다. 또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여성과 영유아의 감염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엠폭스가 급속한 확산세에 들어서자 지난 14일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바 있다.
다만 엠폭스는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질환과 달리 일상에서의 전파 가능성이 낮고, 국내에서는 확진되더라도 증상이 경미해 3~4주 내로 완치된다. 질병청은 엠폭스 예방을 위해 현재 일반 국민과 해외여행자에게 엠폭스 예방수칙과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한편 지난 26일 질병관리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엠폭스 누적 환자 수는 11명(23일 기준)이다. 지난해에는 총 151명의 확진자를 기록한 데 비해 올해는 소규모에 한해 발생하고 있다. 주로 20~40대 남성에서 많이 발생했으며, 질병청은 감염자와의 피부·성 접촉을 통해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변이의 유전형은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변이(클레이드 1b형)과 달리 클레이드 2b형이다. 클레이드 1b는 전파력이 약한 반면 사망률이 최대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클레이드 2b형은 치사율은 1% 이하인 반면 전파력이 클레이드 1b형보다 강하다.
◇백신, 모두 맞아야 하는 건 아니다… HK이노엔, 3세대 백신 개발 중
엠폭스 예방을 위해 접종하는 백신의 경우 일반 국민은 접종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역학조사 결과 관리 대상 접촉자(엠폭스에 노출된 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엠폭스 노출 가능성이 높은 ▲치료병상 의료진 ▲진단검사 실험실 요원 ▲역학조사관 ▲고위험군을 위주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고위험군의 정확한 기준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이들에게 접종 방법을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3세대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3세대 백신은 사람 두창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2세대 백신과 비교했을 때 엠폭스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접종 방식과 부작용 위험에서도 이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2세대 백신이 소위 '불주사'라고 불리는 분지침 방식(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바늘침으로 피부에 상처를 내면서 약을 묻히는 방식)으로 접종됐다면, 3세대 백신은 피하주사라는 점에서 접종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 3세대 백신은 생백신인 2세대 백신과 달리 '약독화 백신'이기 때문에 2세대 백신보다 부작용 위험이 낮은 편이다. 약독화 백신이란 비약독화 백신과 동일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면서 독성이 약화된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개발한 백신을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2세대 두창 백신은 임산부나 면역 저하자 등 취약한 사람들에게 접종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며 "3세대 백신의 경우 바이러스를 약독화시켰기 때문에 접종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가 더 넓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3세대 백신으로는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의 '진네오스(유럽 제품명 임바넥스)'가 사용되고 있다. 진네오스는 병원성을 약화한 바이러스를 사용했으며, 사람 두창과 엠폭스에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에 지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엠폭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으며,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2022년 7월 임바넥스를 엠폭스 예방 용도로 승인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지난 202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 도입이 인정됐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현재 HK이노엔이 질병관리청과의 용역 계약을 통해 공동 개발 중이다. HK이노엔은 지난 2008년 2세대 사람 두창 백신을 개발해 허가받았으며, 정부에서 생물테러(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독소 등을 이용해 대량 살상이나 질병을 일으키는 것)를 대비하기 위해 약 3500만명분을 비축해 둔 바 있다.
HK이노엔은 이와 같은 개발 경험과 엠폭스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에 따라, 질병관리청과의 협력을 통해 엠폭스에 대응이 가능한 3세대 백신을 개발 중이다. HK이노엔의 3세대 백신은 현재 임상 1상 시험을 신청한 상황이다.
◇검사 카트리지 각국 공급도… 에스디바이오센서 "신속진단키트도 곧 출시"
한편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엠폭스에 대응하기 위해 엠폭스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 카트리지를 제조·공급하는 체외진단 전문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공급되고 있는 카트리지는 모두 분자 진단에 사용되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eal-time PCR) 기술이 적용되며, 엠폭스 1b형 변이(클레이드)와 2b형 변이 모두 검출이 가능하다.
가령 에스디바이오센서에 따르면, 각 국가에 공급하고 있는 분자진단 카트리지 2종(스탠다드 M10 MPXV, 스탠다드 M10 MPX/OPX)은 엠폭스를 58분 이내에 검출할 수 있다. 스탠다드 M10 MPXV는 의료기관 등에서 의료진이 환자들의 엠폭스 확진 여부를 파악할 때 사용할 수 있으며, 스탠다드 M10 MPX/OPX는 연구용 카트리지다.
항원 항체 반응을 통해 엠폭스 감염 여부를 30분 이내에 확인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도 머지 않아 출시될 예정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스탠다드 M10 카트리지는 1b형 클레이드와 2b형 클레이드 모두 표적으로 하고 있다"며 "정확한 출시 일정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신속진단키트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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