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200억 넘는 회장님 퇴직금의 비밀…근로자와 다른 규정
근로자와 다른 임원퇴직금 규정
중간정산 없는 '스노우볼' 효과
진통제 게보린의 제조사로 유명한 삼진제약의 두 공동창업주가 20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수령한다는 공시에 삼진제약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주들은 지난해 삼진제약의 전체 영업이익보다 많은 퇴직금이 지급된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사측은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임원 퇴직금은 직원들의 퇴직금과는 산정 방식 자체가 다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되는 직원 퇴직금과 달리 임원 퇴직금은 상법과 세법에 따라 연봉과 근속연수, 직급별 지급배수 등이 감안된다. 특히 창업 이후 수십년간 퇴직금 중간정산없이 회장직을 영위한 창업주들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영업익 뛰어넘는 삼진제약 창업주 퇴직금…뿔난 주주들삼진제약이 지난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퇴직한 조의환 전 회장과 최승주 전 회장에게 퇴직금이 각각 217억7377만원씩 지급됐다. 삼진제약은 해당 공시에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임원퇴직금규정에 따라 평균임금(1억670만원)과 재직기간 및 직급별 지급배수를 곱하여 산정"했다고 밝혔다.
공시 이후 퇴직금 지급이 과하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 전 회장과 최 전 회장이 53년 넘게 삼진제약을 이끌며 키운 창업주라 해도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보다 많은 퇴직금은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삼진제약 주주토론방에는 "상식을 벗어난 규모로 주주 이익 침해"라던가 "400억으로 주가방어를 해야한다"는 등의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삼진제약 측은 퇴직금 자체는 퇴직연금 형태로 적립한 돈을 지급한 것으로 퇴직시점에 발생한 비용이 아닌만큼 실적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시가총액 대비 퇴직금 규모가 컸기 때문에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30일 기준으로 삼진제약의 시가총액은 약 2587억원 정도다. 연초 2만1650원으로 시작한 삼진제약 주가는 현재 1만8000원대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의 16.7% 이상이 퇴직금으로 지급된 셈이다.
근로자와 다른 임원퇴직금 규정…임원 보수한도와 달라이러한 논란의 주된 요인은 일반 직원과 다른 임원들의 퇴직금 지급 기준 때문이다. 먼저 일반 직원들의 퇴직금은 퇴직전 3개월간 임금총액 평균을 근로일수로 나눠 계산한 1일 평균임금을 기반으로 계산한다. 하루 평균임금에 30을 곱한 뒤, 재직일수를 365로 나눠 구한 재직연수를 다시 곱하면 일반 직원들의 통상적인 퇴직금이 계산된다.
그러나 임원들은 다르다. 기업 임원들은 연간 총급여의 평균 환산액, 즉 평균연봉의 10분의 1 금액에 자신의 근무연수를 곱하고, 다시 직급별 지급배수를 곱해 퇴직금을 계산한다. 직급별 지급배수란 각 임원들의 사내 직급별로 퇴직금 계산시 곱해지는 숫자로 2배수, 3배수, 5배수 등 각 회사 규정에 따라 직급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국세청에서는 임원 퇴직금의 과다지급을 막기 위해 임원 퇴직금을 법인세의 퇴직급여 항목에 손금산입을 할 수 있는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해당 상한금액을 초과한 금액은 퇴직자 개인의 근로소득으로 잡히면서 별도의 소득세를 내야한다. 해당 한도는 2020년 법 개정 이후 현재는 평균연봉의 10분의 1과 근무연수, 직급별 지급배수는 2배수로 고정해 이를 모두 곱하여 산출한다. 만약에 2019년 12월31일 이전부터 임원으로 근무를 했다면, 임원이 된 시점부터 2019년 12월31일 이전까지 근속기간에 대해서는 직급별 지급배수를 3배수로, 2020년 1월1일부터 그 이후 근속기간에 대해서는 2배수로 곱한다.
예를 들어 평균 연봉이 3억원 정도인 기업의 대표이사가 2021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직을 맡은 후 퇴직을 하게 되는 경우, 평균연봉의 10분의 1인 3000만원X3(근무개월 수의 12분의 1)X 2(직급별 지급배수)를 계산한 1억8000만원까지가 손금산입 한도다. 해당 액수보다 퇴직금을 많이 받게 되면, 한도 이상의 금액에는 소득세가 붙게 된다.
중간정산없이 계속 임원직 유지하는 오너들…스노우볼 효과퇴직금 중간정산없이 임원 근속기간이 매우 긴 창업주, 오너들의 경우에는 임원 보수한도를 크게 웃도는 퇴직금을 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사의 퇴직금 산정은 상법 제388조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는 법규에 따라 별도의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사업보고서상에 공시되는 임원 보수한도를 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삼진제약의 두 창업주는 특히 근속기간이 53년4개월, 즉 640개월이었던만큼 장기간 퇴직금이 누적되는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가 더해지면서 천문학적인 숫자의 퇴직금이 발생한 것이다.
오너가 아닌 직원으로 입사해 승진한 일반 퇴직임원들의 경우에는 수백억대 퇴직금이 나오기 쉽지 않다. 평균 국내 대기업들의 임원 재직기간이 5년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대 대기업의 지난해와 올해 반기보고서를 비교해 퇴직임원으로 파악된 388명을 조사한 결과 임원으로 일한 평균 재직기간은 5.6년에 불과했다. 평균 49.6세에 임원으로 발탁돼 54.2살에 물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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