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다 충주맨 따라하기 질린다"…'김선태병' 걸린 지자체 홍보담당자들
김선태 주무관 "새로운 도전은 필요하다"
“요즘 김선태병 걸린 홍보담당자가 너무 많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글의 제목이다. 글 작성자는 “우리 시의 사업 홍보자료 이딴 식으로 만들어서 행감(행정사무감사) 때 털렸다”면서, 질책받은 홍보자료라고 주장한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 포스터는 유명한 인터넷 밈(Meme)을 적극적으로 빌려 썼다. 총을 겨눈 개구리 캐릭터 ‘페페’가 “입 벌려. 프로그램 이수만 하면 돈 들어간다”라고 한다. ‘최대 350만원’ ‘현금 박치기’란 문구가 총구 양쪽에 적혀 있다.
‘김선태병’이란 표현은 ‘B급 감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자체의 획일적인 홍보 방식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B급 감성은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충주시 유튜브를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로 꼽힌다. 다른 지자체에서 공공연하게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공식 유튜브 채널은 B급 감성 콘텐츠를 통해 ‘제2의 충주맨’으로 주목받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김선태는 B급 감성이지 C급이진 않았다” “공공기관들이 요즘 전부 따라 해서 보기 싫다”라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홍보담당자는 “저희 SNS 댓글에 (김선태병에 걸렸다고) 많이 달린다”고 전했다. 그는 “다들 재밌게 홍보 콘텐츠를 만들려다 보니 그런 댓글이 달리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B급 감성의 홍보 획일화’라는 비판에 대해 지자체 홍보담당자들은 그런 시선 자체는 이해하지만, 획일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장아라 광주 북구청 홍보실 주무관은 “김선태병이라기보단 더 재미있게 정책을 홍보하면 알리기 쉬우니 유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규태 서울 성동구청 홍보팀 주무관은 “(반응이 터졌다는) 방식을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똑같이 따라 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윗선'에서 그런 콘텐츠를 만들라고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도권의 또 다른 한 지자체 홍보담당자는 “김선태란 이름의 파급력은 VIP가 언급했을 정도”라며, “압박을 느낀다기보다는 경각심을 느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SNS 담당 주무관은 “충주시처럼 하면 조회 수가 많이 나오니까 그런 식으로 하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올해 청년도전 지원사업과 상반기(6월) 행감을 동시에 실시한 지자체는 30곳이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행감에서 홍보부처를 상대로 ‘충주시’를 언급했다. 파주시의회 행감 회의록(속기록)에 따르면, 최유각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김선태 주무관 팀장이 됐죠. 약 올라 죽겠다. 우리 파주시도 누구 하나 좀 키워야 하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최 의원은 “작년에도 말씀드렸는데, 우리 의원들도 좀 활용해서 쓰라 그랬다. 왜 의원들 활용해서 안 쓰냐”며 담당 공무원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열심히 만든 콘텐츠인데 조회 숫자로만 얘기하는 게 사실 조금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선태 충주시청 주무관은 “김선태병은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B급 감성 획일화 문제와 윗선의 압박에 대해선 “충주시 유튜브가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충주시와 다른 것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테지만, 새로운 도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행감에서 지적받았다는 ‘페페 홍보 포스터’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 포스터는 올해 고용노동부의 ‘청년도전 지원사업’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청년도전 지원사업은 전국의 지자체 72곳에서 만 18~34세 청년을 위한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청년 참여자에게 참여 수당과 취업 인센티브를 합쳐 최대 350만원을 지급한다. 지자체 72곳 가운데 이번 상반기(6월) 행감을 실시한 30곳의 행감 회의록(속기록)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와 관련해 홍보부처를 지적한 내용은 없었다. 속기록은 발언자의 표정과 자세까지 상세히 기록되고, 공정력(행정 행위에 잘못이 있더라도 감독청이나 법원의 판정 없이는 누구에 의해서도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 것)이 있어 임의로 수정·삭제할 수 없다.
30곳의 홍보담당자들은 모두 입장이 같았다. 정책 홍보에는 지자체의 공식 캐릭터를 쓰지, 외부 캐릭터를 쓰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행감에서 지적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권혁주 경북 구미시청 홍보실 주무관은 “‘입 벌려 OO 들어간다’란 밈을 활용한 청년월세 지원사업 포스터를 인스타그램 게시글과 스토리로 올린 적이 있다”고 했지만, “개구리가 아닌 사람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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