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약 ‘국민소환제’ 살리자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재의 결정이 있기까지 최장 6개월 동안 직무는 정지되고 기능은 마비된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더라도 국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상의 무고에 해당하는데, 대변인의 면피용 발표조차 드물다.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최후 수단인 탄핵이 지나치게 가볍게 언급되는 것도 문제지만, 어지간한 이슈에 대해서는 특검이다. 드라마에서 정치인의 사활이 걸린 현란한 정치 게임으로 연출된다면 보는 재미라도 있겠지만 엄연한 실제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정작 필요한 입법은 뒤로만 밀리고 있으니, 애가 타고 속이 썩는 것은 국민이다.
간호사 처우 개선이나 전세사기 방지가 도대체 탄핵과 무슨 관련이 있어 뒤로 미뤄지는가? 제2의 구하라가 어디에선가 울고 있는데, 특검이 무슨 소용인가? 날로 뜨거워지는 날씨에 전기 사용은 하루하루 최대치를 기록하는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없이 발전 용량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기껏 내놓은 민생 법안이 받고 싶지도 않은 25만원 법안으로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재부를 무력화하려 한다. 집값 때문에 무너진 정당이 가계부채와 집값 안정화는 모르쇠다. 정치력 없이 무기력하게 손놓고 있는 여당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 지 오래다. 당 간판을 내려도 될 지경이다.
다수당인 야당은 틈만 나면 국민의 눈높이 운운하며, 국민 대표임을 자청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누가 선출했는가.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가 기관장이나 대통령의 임기를 중단할 수 있다면, 대통령 역시 국민의 최고 대표로서 국회를 중단시킬 수 있어야 논리적으로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도입은 국민 정서상 어렵다. 5공화국 헌법이 ‘대통령은 국가의 안정 또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국회 해산을 가능하게 했지만, 1987년 개정된 헌법에서 이를 삭제했다. 오늘까지도 대통령의 권한 강화는 금기에 가깝다.
국회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데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 대안은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을 살리면 된다. 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시·도의원, 교육감 등이 주민소환의 대상이니, 국회의원을 포함하면 된다.
국민소환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안한 10차 개헌안에 들어 있고,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가 단일화할 때의 약속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에서 6건, 21대 국회에서 7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는데, 주로 민주당 의원이 주도했다. 마침 다수당의 입장이니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검토하면 된다.
물론 국민소환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극단으로 치우친 정당 대결이 한순간에 완화될 리 없다. 오히려 과도한 선심성 공약과 의원 자리 메꾸기 같은 권모술수가 판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정치 팬덤이 있는 상황에서는 엉뚱한 의원이 소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럴지라도 당선만 되면 4년간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국회의원의 특권에 경고하는 의미에서라도 시도해볼 만하다. 정략적 목적으로 법을 악용하며 민생을 외면한 채로 4년이라는 기간을 흘려보낸다면 나라가 통째로 마비된다. 정말이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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