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재건의 상징이 된 로봇 ‘철인 28호’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건담 시리즈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게 일본에 또 있습니다. 일본 고베 서쪽 신나가타역에는 철인 28호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요. 재밌는 건 마케팅 차원에서 만든 건담과 그 취지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1995년 1월 17일 고베 대지진으로 힘들어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2009년 고베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거둬 고베에서 태어난 만화가 요코야마 미쯔테루(山 光輝)가 창작한 일본 최초의 거대 로봇을 동상으로 만든 것이거든요.
1956년 만화로 첫선을 보인 ‘철인 28호’는 워낙 인기가 좋아 1963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는 등 여러 차례 제작됐는데요. 일본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철인 28호’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군이 태평양 외딴섬에서 최종 결전 병기로 개발한 28번째 로봇이라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 28번째 폭탄이 첫 원자폭탄 실험에 사용된 것에서 영감을 얻은 겁니다. 하지만 출격 직전에 미군 폭격을 맞아 땅에 묻히고 마는데 10년 뒤 악당들이 철인 28호를 발굴해 범죄에 사용합니다. 그러다 소년 탐정 가네다 쇼타로가 조종 리모컨을 탈취하면서 정의의 로봇으로 바뀌어 범죄를 해결하는 데 이용합니다. 이처럼 리모컨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의의 수호자거나 악의 화신이 되는 위험한 무기를 만든 이가 알고 보니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최종 악당을 제거한 뒤 철인 28호를 용광로에 밀어 넣습니다.
원자폭탄 기술이 난치병 치료제로
이처럼 일본의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일본 정서와는 사뭇 달랐고 또한 똑똑하면서도 순진무구한 소년 탐정 쇼타로가 워낙 인기가 좋아 여성이 어린 소년을 사랑하는 심리를 의미하는 ‘쇼타로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고 합니다.
잘 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핵융합 가속기를 완성 직전 단계까지 도달시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패전 선언 직후 바다에 밀어 넣었습니다. 그 후 이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지금은 양성자치료기, 중입자치료기의 기반이 되는 입자 가속기로 운용해 첨단 의료기기 선도국이 됐습니다.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 난치병 치료의 구세주로 변신한 거죠. 철인 28호의 운명과 비슷한 점이 있네요. 철인 28호 동상이 세워진 배경인 고베 대지진이 일어난 지도 어언 30년이 됐습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연이은 지진을 근거로 조만간 난카이 대지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가 번지고 있는데요. 지난 8월 10일 일본 기상청이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대지진 주의)’를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처참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랍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4호 (2024.08.28~2024.09.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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