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기 딱 좋은 나이"…日 88세 현역 트레이더[일본人사이드]

전진영 2024. 8. 31.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업 투자가 후지모토 시게루씨
19세에 증권사 손님 만나 주식 입문…투자 경력 68년
4종목 매수로 시작해 165억원 자산가로

'오를 때 사서 내릴 때 판다.'

주식의 기본 원칙인데 이게 참 안 지켜지죠. 저도 경제지 있으면서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판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판다' 등 저 이야기의 다양한 버전들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저대로 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왜 저는 꼭 내릴 때 사서 오를 때 팔게 되는지. 마법의 주식 시장이죠.

요즘 저도 일단 사서 연금이라 생각하고 버틴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최근 88세 현역 트레이더 할아버지의 비법서가 출간돼 주목받더라고요. 제가 80세에 주식을 하면 과연 노하우가 생겨날까요? 오늘은 88세 현역 트레이더, 후지모토 시게루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투자 루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후지모토 시게루씨. (사진출처=닛케이CNBC X)

후지모토씨는 1936년 효고현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고 하는데요. 대학은 꿈도 못 꿨고 고등학교를 나오고 나서 바로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가게에 취직합니다. 그곳에서 손님이었던 증권사 임원과 안면을 트기 시작하면서 주식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하빈다. 그리고 19살이 되던 해 4개 종목의 주식을 샀던 것이 주식 투자의 시작이었다고 하네요. 그 뒤로 쭉 투자를 이어왔으니 경력 68년의 트레이더라고 합니다.

후지모토씨는 주식 투자가에게 필요한 3요소를 마음, 기술, 몸으로 정의합니다. 주가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적의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냉정한 마음, 그리고 '지금이다'라고 생각될 때 매매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건강한 신체와 자금 융통성을 둘 다 의미하는 몸이라고 하는데요.

그는 실제로 끊임없이 배우는 주식투자가입니다. 원래는 직접 현장에서 거래했지만 66세가 되던 2002년 컴퓨터를 사고 인터넷 거래로 데이 트레이드를 시작했다고 해요. 지금도 모니터 3개를 방에 두고 장중 닛케이와 CNBC 시황 방송을 켜두고 종목을 상시 체크해 1일 130종목 정도의 매매 주문을 한다고 합니다. 88세 연세로 모니터 3대를 보며 이를 체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모토는 '투자에 나이는 없다'라고 합니다. 실제로 X(옛 트위터)도 운영하시는데, 매일 일본 각종 조간을 읽고 오늘 장중 흐름을 짧게 예측해서 올려놓으시더라고요. 가령 '오늘 일본 시장은 엔비디아 실적과 FOMC 의사록을 앞두고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은 소폭 상승했지만, 간밤 닛케이평균선물은 하락하며 약보합권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의 브리핑입니다.

후지모토씨가 장 브리핑을 하는 X(옛 트위터).(사진출처=후지모토 시게루 X)

경력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할까요. 단순한 감으로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니혼게이자이(닛케이) 등 일본 경제지에도 투고를 여러 번 하셨는데요. 투자 방법에 대해 "저는 데이 트레이더기 때문에 오르면 팔고 내리고 사는 것이 기본"이라면서도 "다만 기술 지표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 상대강도지수(RSI), 그리고 현재 가격과 이동평균선의 괴리 등을 잘 살핀다고 합니다. 아무리 잘 오르고 있는 종목이라도 고평가됐다고 생각하면 절대 사지 않다고 합니다. 그는 닛케이에 "올라가는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산다"며 소문으로 뜨는 테마주 등은 사지 않는다고 하네요.

올해 초였나요. 워런 버핏 씨가 일본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었죠. 이에 대해서도 그는 "최근 워런 버핏이 일본 상사주에 투자한다고 해서 미쓰비시 상사 등이 상승세였다"며 "지금 5%인 지분율을 향후 10% 가까이 올린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대감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신기하게도 남들이 다 미쓰비시 상사를 따라 사는데 후지모토씨는 이 주식 일부를 매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버핏 정도 되는 사람이 앞으로 정말 매입할 생각인 주식에 대해 일부러 주가를 끌어올리는 말을 할 리가 없다. 상대가 비싼 값에 사게 하고 싼값에 팔게 하는 게 투자의 기본"이라며 "버핏이 상사주를 더 살 생각이 있다면 언급 없이 조용히 10%까지 매수할 것"이라고도 분석했습니다.

닛케이 평균 주가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날 후지모토씨가 올린 신문들.(사진출처=후지모토 시게루 X)

다만 본인도 잃는 일은 많았고, 시련도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 5일 닛케이 지수가 블랙먼데이를 넘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을 때 2억6000만엔(23억9300만원)을 손해 봤는데, 6일에 오르면서 1억4000만엔(12억8800만원)을 복구한 이야기도 시원시원하게 언론에 털어놨었는데요. 그러면서 "값이 떨어질 때 파는 손절매는 가장 추천하지 않는 악수"라며 "보유종목이 급락하는 일은 다반사기 때문에 이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우량 종목을 사서 장기보유하는 것을 동시에 해야 한다"라고도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약과라고 합니다. 그는 일본의 버블경제시기 고도 경제 성장도 겪어봤지만 버블이 붕괴되면서 10억엔(92원)이었던 자산이 2억엔(18억4000원)으로 줄어들기도 했고, 한신 대지진으로 주식이 아니라 안전이 위험해진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자산은 18억엔(165억원)으로 다시 복구된 상태고, 매달 6억엔(55억2200만원)가량을 매매한다고 하네요. 그는 최근 발간한 비법서에서 "돈을 늘리고 싶은 것은 둘째고 일단 즐거우니까 한다"라고도 밝혔는데요.

후지모토씨가 분석한 일본 경제지와 그래프들.(사진출처=후지모토 시게루 X)

물론 주식과 관련해서는 서로 전문가라고 자평하는 사람들도 많고, 안티팬들도 많죠. 후지모토씨도 "최근 많은 사람이 내가 지병으로 은퇴한다고 소문을 내더라"라며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긴 하다. 현재 투자하는 것들을 순차 매각하고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즐기고 싶다"라고 X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해요. 그는 "앞으로도 여러분들을 위한 투자 지도는 계속할 것입니다. 오랜 경험을 전달해 저를 만들어준 주식 시장에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아마 이 기사를 읽고도 '그게 무슨 투자로 번 거냐' 등 많은 반응도 우려됩니다만, 사실 88세 연세에도 무엇인가를 꾸준히 몰두하는 힘 자체가 부러운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88세에는 몇십억 시드로 주식을 운용하는 똑똑한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