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사랑 일반인 출연자 논란 방송사 탓인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4. 8. 3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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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사랑' 포스터 일부. '끝사랑' 출연자들.ⓒ 사진=JTBC

JTBC 예능 ‘끝사랑’에서 일반인 출연자 논란이 터졌다. 남성 출연자의 사기결혼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부터가 ‘끝사랑’일 정도로 러브라인의 판타지를 내세우는 설정인데 그런 프로그램에서 사기결혼 의혹은 충격이다.

문제가 제기된 해당 출연자는 심지어 로맨틱한 판타지의 중심 캐릭터이기도 했다. 189cm의 키와 호감형 외모, 능수능란한 요리실력 등으로 여성 출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첫 회에 첫인상 투표 몰표를 받았다. 시청자들에게도 이른바 ‘호감 픽’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프로그램 방송 후 사생활 폭로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유부남이었던 그가 과거 미국에서 미혼이라 속이고 한 여성과 사기 결혼을 했다는 주장이다. ‘들통 나니 여자 덤터기 씌우고 다시 사기 결혼하고 한국으로 도망’이라는 내용도 있다. 또 다른 누리꾼의 노골적인 폭로도 추가로 나왔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에 대해 아직까지는 반박이나 해명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 반응이 부정적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제작진은 제작발표회 당시 “진정성을 기준으로 섭외를 했다”며 “출연자들의 개개인의 인생 서사가 어떻게 반영될까 궁금증이 있었다. 많게는 3~4차까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터지니 출연자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예능의 일반인 출연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로맨틱한 러브라인 판타지를 내세운 또 다른 프로그램인 채널A ‘하트시그널’의 한 출연자에 대해 과거 ‘(그의) 막말과 인격 모독, 심한 언행으로 인해 학업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자퇴를 하는 후배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후배를 기숙사 방으로 불러 무릎을 꿇게 하거나 삿대질, 욕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바 있고, 또 다른 출연자가 성폭행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출연했다는 폭로도 나왔었고, Mnet ‘고등래퍼’ 출연자들의 논란도 여러 건 있었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출연한 어떤 예비 신부가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일반인 출연자 논란이 있었고 특히 요즘 들어 이런 일들이 범람이라도 하듯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제작진이나 방송사를 향한 질타가 거세게 일어났다. 하지만 제작진도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물론 오로지 시청률만 생각하며 웬만한 문제는 덮고 가려 한다든가, 아니면 정말로 부실 검증을 했다면 문제다. 그런데 그동안 많은 논란을 통해 여러 프로그램들이 타격 받았었기 때문에 이젠 의도적으로 문제를 덮거나 부실 검증하는 제작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 제작진들은 나름 심도 깊은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다. 아무리 심층 인터뷰로 검증한다고 해도 상대가 속이면 그만이다. 방송사가 수사 기관이 아닌 이상 상대의 뒷조사를 할 방법이 없다.

가장 안전한 건 비교적 오랫동안 검증과정을 거친 사람들만 출연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결국 연예인들만의 방송이 된다. 지금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리얼리티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엔 연예인들도 나오지만 신선한 일반인들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방송사가 아무리 열심히 거른다고 해도 사고는 필연이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는데, 그렇게 속을 알기 힘든 사람들이 인터뷰 검증 정도만 거치고 잇따라 예능에 등장하니 일이 안 터지는 게 이상하다. 결국 폭증하는 일반인 출연자 논란은 ‘대 리얼리티’ 시대의 부산물인 것이다.

시청자가 리얼리티를 원하는 한 일반인 출연자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만 아무리 방송사가 역부족이라고 해도 제작진이 할 수 있는 한은 출연자 검증에 엄격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출연자 스스로가 자신이 화제의 예능에 나왔을 때 피해자가 그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생각해야 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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