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차례 아닐 땐 음소거?" 트럼프 vs 해리스, TV토론 마이크에 진심인 이유

정현진 2024. 8.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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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일 ABC방송 통해 대선 토론 예정
해리스, 마이크 음소거 여부 합의 변경 시도
트럼프 "달라질 이유 없어…'CNN 규칙' 따르라"

다음 달 10일 첫 TV 토론 맞대결을 앞두고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이 충돌했다. 상대방이 발언 중일 때 마이크를 음소거 할 지 여부를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잇따라 역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TV 토론을 계기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전 대통령·사진 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현 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마이크 음소거? 두 캠프에 무슨 일이

CNN방송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토론회를 주관하는 ABC방송은 지난 27일 양측에 보낸 토론 규칙 문서를 통해 "말할 순서가 된 후보자의 마이크만 켜지고 다른 후보자는 시간이 지나면 음소거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대방이 발언 중일 때 방해하지 못하도록 마이크를 꺼놓을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활동하던 지난 6월 양측은 ▲6월 27일 CNN방송 ▲9월 10일 ABC방송을 통해 두차례 대선 토론을 진행키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상대방이 발언할 때 마이크를 음소거하기로 했고 실제 6월 27일 토론회에서는 사회자가 발언권을 주면 본인 차례에 발언할 뿐 상대방이 답할 땐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지난달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리스 캠프 측은 다음 달 대선 토론 중 본인의 발언 차례가 아니어도 마이크를 통해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가 실질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해리스 캠프 측은 ABC방송이 규칙을 전달한 이후에도 해당 안이 합의가 필요한 '초안'이라면서 "최종안을 놓고 계속해서 방송국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 측은 지난 6월 합의 사항에서 달라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자들에 "어떻게 진행하든 큰 문제 없지만, 합의는 지난번 토론회와 동일하게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라면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잘 진행됐다. 바이든에게도 물어보라. 동일하게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튿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규칙은 모든 이에게 잘 맞아떨어졌던 CNN 당시 토론과 동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사퇴 만든 TV 토론…이들이 싸우는 이유

보통 미국 대선 토론은 마이크를 켜놓고 두 후보가 치열하게 다투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2016년에도 트럼프 당시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전 국무장관)가 서로의 발언에 쉴 새 없이 끼어들면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방송에 비쳤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토론 내내 상대의 약점을 꼬집고 막말 공격을 이어나갔고, 클린턴 후보는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결국 맞대응하며 진흙탕 싸움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CNN을 통해 생중계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 토론 모습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2020년 대선 당시에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은 혼란 그 자체였다. 서로의 발언에 끊임없이 끼어드는 사태가 벌어져 각자가 하려는 말이 들리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입 좀 닥쳐줄래?"라고 발언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였다.

토론 조건을 놓고 양측이 치열하게 갈등을 빚는 이유는 그만큼 유권자의 표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첫 TV 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원인으로 작용해 대선 판도를 뒤바꿨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해리스 부통령은 기세를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해리스 캠프 측이 기존 합의 사항을 바꾸자고 제안할 정도로 마이크 음소거를 없애려 하는 이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성을 잃고 흥분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내뱉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하고 정책에 대한 발언만 이어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 성·인종 차별적 발언이나 불쾌한 언사가 나올 경우 지지율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해리스 캠프 측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2020년 TV 토론 경험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선 해리스가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발언 도중 "부통령님,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손을 들어 끼어들기에 성공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어)이 됐고, 머그잔, 티셔츠 등 기념품이 생겨날 정도로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캠프 측은 해리스 캠프의 토론 규칙 변경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최근 수주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에 타격을 줄 만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토론회에서 상황을 반전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일간 가디언의 휴고 로웰 워싱턴DC 특파원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수석 고문들이 다음 달 대선 토론에서 유권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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