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도시, 꼭 재밌어야 하나?…전문가의 대답은[노잼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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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재미없는 도시, 이른바 '노잼도시'를 아시나요? 놀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해 현지인은 심심하고 타지역에서는 방문하지 않는 도시를 말합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교수), 이훈 한양대 관광연구소장(관광학부 교수),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곽민재 에코힐로지교육센터 연구원, 이창길 인천 개항로프로젝트 대표 등 도시의 재미에 대해 고민해온 전문가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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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엇이 도시의 재미를 만드는가
'노잼도시' 논란이 만든 질문들
지역 전문가들이 답하다
"우연성 있어야 노잼 탈출…로컬·골목상권에 재미 담아야"
편집자주
재미없는 도시, 이른바 '노잼도시'를 아시나요? 놀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해 현지인은 심심하고 타지역에서는 방문하지 않는 도시를 말합니다. 2019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도시를 두고 노잼도시라는 호칭을 붙였는데요. 재미로 시작된 일종의 '밈'이 대전, 울산, 광주, 청주 등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꿀잼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정도입니다. '노잼' 오명을 쓴 도시는 정말 재미없고 따분한 곳일까요?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자 합니다.
살기 좋으면 됐지, 꼭 도시가 재밌어야 하나? 서울을 따라 하면 도시에 재미가 생길까? 무엇이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가?
2019년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한 재미없는 도시, 일명 '노잼도시' 논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교수), 이훈 한양대 관광연구소장(관광학부 교수),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곽민재 에코힐로지교육센터 연구원, 이창길 인천 개항로프로젝트 대표 등 도시의 재미에 대해 고민해온 전문가들을 만났다. 전문가들은 삶의 수준이 올라간 대한민국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획일적이지 않고 우연성을 갖춘 도시가 다양한 재미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살기 좋은 도시만으론 부족…이제 재미를 찾는 시대'꿀잼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대전·울산·광주·청주 등 네 곳은 살기 좋은 도시다. 그럼에도 재미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 된 현실에 지역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를 언급했다. 일상의 편리함을 넘어 삶의 지루함과 권태로움을 해결할 우연한 재미를 만드는 것이 이제는 필요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살기 좋은 건 기반이 잘 갖춰진 도시인 것이죠.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살기 좋은 도시에는 일자리, 교육이 들어가 있지 재미는 포함이 안 되거든요. 기본적인 삶의 수준이 되면 그다음에는 사람들이 재미를 추구하는 삶을 삽니다. 1인당 소득이 높아지면 점차 재미를 추구하는 삶에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 이훈 교수
"시대가 변할수록 인간의 욕구는 다양해지잖아요. 예전에는 먹고사는 문제, 의식주만 해결이 되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만, 삶이 고도화되면서 그 욕구도 변화하고 높아지는 것 같아요. 자아실현이나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재미나 삶의 만족도, 삶의 질과 연결되는 것이죠. 재미라는 가치가 추상적이긴 해도 결국 '이 지역에 살아야 하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 곽민재 연구원
"재미라는 건 기본적으로 의외성, 우연성, 오감을 자극하는 것을 말합니다. 뻔하고 예측 가능한 건 재미가 없어요. 동네 가게들을 보면 다 독립적이죠. 골목 곳곳에 숨어있기도 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 워낙 변화무쌍하다 보니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재미의 반대는 예측 가능한 편리함입니다. 이래서 (재미 측면에서) 백화점이 동네를 못 이기는 겁니다." - 모종린 교수
서울이 기준? 로컬이 답이다'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재미 요소를 심으려는 국내 도시들은 서울 따라하기에 나서곤 했다.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중심지가 곧 서울이라는 관점으로 '멋지다' '예쁘다'의 표준도 서울에 두고 서울을 획일적으로 모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리는 방법만이 재미를 만들 수 있다며 "로컬이 답"이라고 외쳤다.
"O리단길처럼 지방은 서울을 닮아가고 벤치마킹하는 것에 몰두합니다. 인구 유출 및 부족으로 지방 소멸 시대를 살고 있는데요. 서울을 벤치마킹하면서 문화적으로도 소멸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성공한 것을 비슷하게 갖다 놓아야 기본적으로 팔린다 생각하니 자꾸 비슷해집니다. 실제로 보면 오히려 자기(그 지역)가 개발해낸 스스로의 브랜드들이 더 오래 살아남지 않나요?" - 주혜진 연구위원
"전 '로컬이 강한 도시가 꿀잼도시'라고 정의합니다. 동네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해요. 그래야 지속 가능해요. (노잼도시 논란에 있는 도시들도) 로컬 문화나 그 지역만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성공 사례인 양양, 제주, 경주, 전주, 강릉도 원도심 전체가 관광지가 됐어요. 그걸 주로 견인하는 게 골목 상권이에요. 동네 가게,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하죠. 이런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가게가 자리 잡으면서 동네를 살린 겁니다." - 모종린 교수
"지금은 카피가 쉬운 시대입니다. 내가 만든 것을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사람들은 카피된 곳을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로컬(지역)에 가는 이유는 서울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역이 가진 강력한 특색을 만들어 내야 그 지역에 가야 할 이유가 만들어질 겁니다. 이러한 특색은 따라 할 수도 없어요. 관(지자체)은 민간이 이러한 특색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창길 대표
전문가들은 로컬의 특색이 살아있는 '꿀잼' 도시가 되기 위해선 지역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미라는 가치가 다양한 종류와 범주로 존재하는 점을 고려해 입체적인 재미를 도시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개방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성과 다양성이 있는 도시가 가장 재미있는 도시가 될 겁니다. '서울 따라 하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서울이 가장 개방적이고 다양성이 높은 곳이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재미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흐뭇하고 안정감이 있으면서 편안한 것 ▲그것보다 더 기쁘고 즐거운 상태 ▲열광적이고 폭발할 듯한 재미 등으로 나눌 수 있죠. 한 도시에서 이러한 여러 유형의 재미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도시는 어떤 프로그램과 장소, 재미를 만들까 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 이훈 교수
"재미의 층을 쌓아가는 시도, 그리고 이를 지원해주는 것이 재미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업적인 큰 페스티벌이 있다면 같이 균형 맞출 수 있는 다른 것을 지원해준다거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지원을 시(市)가 해야 합니다. 랜드마크도 만들어야 하겠지만 자잘한 것을 하찮게 여기거나 없는 것처럼 여기면 진짜로 도시가 없어집니다. 서울도 다양성의 도시라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가다 보면 종로나 강남만 남고 나머지는 똑같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인간의 삶에 그런 자잘한 재미가 없어진다면 ‘찐’ 재미가 없는 것 아닐까요?" - 주혜진 연구위원
▶직전 기사 : "재미를 찾아줄게" 대전·울산·광주·청주시장이 공개한 꿀잼 스팟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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