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물러선 두산 합병안, 절충안은 지속 추진...시장 설득 ‘관건’
김재민 2024. 8. 31. 06:02
- ‘시장 반발’ 밥캣-로보틱스 포괄적주식교환 철회
- 에너빌리티 소유 밥캣 주식 이전 등 절충안은 지속 추진
- 결국 시장 설득이 관건…액트 “본질 달라지지 않아”
금융당국의 압박과 소액주주의 반발에 두산그룹이 결국 합병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소유의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에 이전하는 절충안 등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와 관련한 시장 설득이 또 한 번 관건이 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 하려던 계획은 백지화됐다.
양사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철회는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의 두 번째 정정공시 요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11일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두산로보틱스가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의 합병비율을 놓고 시장 내 반발이 제기됐다. 연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 주식을 적자기업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 받는 데다 합병비율도 수긍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두산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이후 두산이 지난 16일 2차 정정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역시 최근 재차 정정공시를 요구받은 것이다. 금감원은 의사 결정 과정 및 내용, 분할신설 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로 인해 오는 9월25일 합병안 처리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일정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업계에선 앞서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2대 주주 국민연금 사례가 두산의 합병안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반발이 덜 했던 SK 합병안에도 반대했던 국민연금의 행보를 보면, 두산 합병안 역시 낙관적으로 전망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둔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6.94%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다만 두산 측은 효율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 사업구조 개편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의 지분 46.1%를 떼어내 신설법인을 만들고,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된다.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아닌 두산로보틱스가 지분 46.1%를 보유한 상장사로 바뀌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달 초 주주서한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 생산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선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분할합병을 마치게 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등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여전히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주주 등 시장 설득이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는 입장문을 통해 “포괄적주식교환을 철회했다고 이 사건의 본질이 변하진 않는다”라며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기존과 달라지는 것이 없고 기존안대로 밥캣을 로보틱스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이달 초 발송한 주주서한을 통해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추가 성장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분할 후 회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기에, 미래 성장 모습을 감안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 에너빌리티 소유 밥캣 주식 이전 등 절충안은 지속 추진
- 결국 시장 설득이 관건…액트 “본질 달라지지 않아”
금융당국의 압박과 소액주주의 반발에 두산그룹이 결국 합병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소유의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에 이전하는 절충안 등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와 관련한 시장 설득이 또 한 번 관건이 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어 상장폐지 하려던 계획은 백지화됐다.
양사는 각각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철회는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의 두 번째 정정공시 요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11일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두산로보틱스가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의 합병비율을 놓고 시장 내 반발이 제기됐다. 연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 주식을 적자기업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 받는 데다 합병비율도 수긍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두산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이후 두산이 지난 16일 2차 정정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역시 최근 재차 정정공시를 요구받은 것이다. 금감원은 의사 결정 과정 및 내용, 분할신설 부문의 수익가치 산정 근거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로 인해 오는 9월25일 합병안 처리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일정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업계에선 앞서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2대 주주 국민연금 사례가 두산의 합병안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반발이 덜 했던 SK 합병안에도 반대했던 국민연금의 행보를 보면, 두산 합병안 역시 낙관적으로 전망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둔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분 6.94%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다만 두산 측은 효율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 사업구조 개편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의 지분 46.1%를 떼어내 신설법인을 만들고,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된다.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아닌 두산로보틱스가 지분 46.1%를 보유한 상장사로 바뀌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달 초 주주서한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 생산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선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분할합병을 마치게 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등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여전히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주주 등 시장 설득이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는 입장문을 통해 “포괄적주식교환을 철회했다고 이 사건의 본질이 변하진 않는다”라며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기존과 달라지는 것이 없고 기존안대로 밥캣을 로보틱스에 빼앗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이달 초 발송한 주주서한을 통해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추가 성장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분할 후 회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주시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기에, 미래 성장 모습을 감안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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