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비 60만원" 1.3억 결혼식 청구서 받은 美커플의 자구책 [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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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비가 450달러(약 60만원)인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까?"
최근 미국에서 이처럼 하객에게 결혼식 비용 일부를 분담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자에서 소개했다. 고물가로 결혼식 비용이 급등하면서 달라진 결혼 세태다. 설상가상 금전적 부담을 느낀 하객들이 결혼식 참석을 거부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州) 휴스턴에 사는 하산 아메드(23)는 내년 결혼식 준비를 하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몇 년 전보다 연회장 대관료나 서빙 아르바이트의 인건비, 각종 식자재가 등 많은 게 올랐기 때문이다. 결혼식 비용을 따져봤더니 총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아메드는 결혼식 하객들에게 참석 티켓(450달러)을 팔기로 했다. 문제는 그의 요구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이다. 아메드는 "125명을 초대했는데, 많은 사람이 (참석 여부를) 회신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참석비는 커녕 결혼식을 빛낼 하객 수 채우기도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이런 사례는 최근 들어 흔해졌다. 결혼식 비용이 오르는 만큼 하객에게 요구하는 참석비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 웨딩플래닝 업체 노트(Knot)가 신혼부부 9318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미국에서 결혼식에 든 비용은 평균 3만5000달러(약 4600만원)였다. 이는 전년 대비 5000달러(약 700만원)나 오른 수치다. 뉴욕·시카고 등 대도시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높은 6만 달러(약 8000만원)를 결혼식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축의금 문화가 없는 미국에 결혼식 참석비가 유행하게 됐다. 비용도 해마다 커지고 있는데, 노트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식 참석 비용은 평균 580달러(80만원)에 달했다.
이런 세태에 대해 "(결혼식 티켓을 파는 것은) 하객을 마치 (물건을 사는) 고객처럼 취급하는 것" "하객에게 티켓을 파는 건 사회적으로 무례를 범하는 것" 등의 비판이 쏟아진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건 아니다. 결혼하는 커플의 경제적 부담을 일부 덜어줄 수 있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웨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에서 결혼한 한 부부는 하객들에게 참가비 333달러(약 40만원)를 받는 대신 이층 버스를 대절해 결혼식이 열리는 대성당에서 출발해 극장, 연회장까지 이동하는 '웨딩 투어'를 기획했다. 원래 350명을 부를 계획이었지만, 버스 탑승 인원을 고려해 하객 명단을 60명까지 줄였다. 이와 관련, 부부는 "우리는 결혼식에 꼭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원했다"고 신문에 말했다.
결혼식 비용을 줄이는 '스몰 웨딩'도 대세다.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 대신 모이사나이트(인조 다이아몬드)를 선택하는 커플이 늘어나는 것도 대표적인 현상이다. 노트에 따르면 지난해 10명 중 3명꼴로 모이사나이트를 선택했는데, 특히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커플(40%)의 비율이 높았다.
종이 청첩장 대신 문자나 e메일로 대체하는 경우도 늘었다. 미 웨딩업체들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청첩장에 드는 평균 530달러(70만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온라인 그래픽디자인 플랫폼 캔바를 통해 내려받은 청첩장 관련 서식은 8000만건에 달했다. 이런 추세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결혼식 비용은 계속 증가세다. 지난달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발표한 설문조사(신혼부부 1000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신혼집에 드는 비용을 제외한 결혼식 비용은 평균 6298만원이었다. 서울 시내 예식장의 1인당 평균 식대가 8만원대로 치솟으면서 하객들의 축의금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축의금 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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