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 있어요" 고백했던 공주…무당과의 결혼식에 유럽 들썩
노르웨이 국왕 하랄드 5세의 장녀 메르타 루이세(52) 공주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무속인 듀렉 베렛(49)의 결혼식이 29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열린다.
이날 BBC에 따르면 이들의 결혼식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노르웨이 서부의 마을 게이랑에르에서 거행된다. 하객들은 배 위에서 웅장한 산과 폭포를 보며 가벼운 점심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스웨덴 왕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타인 신시아 베일리 등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참석한다. 하객들은 결혼식 기간 동안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쓸 수 없고, 소셜미디어에 어떤 내용도 올리지 말 것을 요구받았다.
하랄드 5세의 두 자녀 중 장녀인 루이세 공주는 이번이 재혼이다. 작가인 아리 벤과 결혼하고 세 딸을 뒀지만 2017년 이혼했다. 전 남편인 벤은 우울증을 앓다가 2019년 크리스마스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루이세 공주는 유럽 왕실에서 오랜 논란 속에 있던 인물이다. 2007년부터 ‘천리안’이 있다고 주장했고, 2018년까지는 천사들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운영했다. 그녀는 지난해 BBC와 인터뷰에서 “제가 신기(神氣, being spiritual)가 있다고 지난 몇 년간 많은 비판을 받았다. 노르웨이에선 터부시되는 일이다”라고 고백했다.
루이세 공주가 2022년 6월 무속인 베렛과 약혼을 발표한 건 노르웨이에 또 다른 충격을 줬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베렛은 자신이 “파충류와 안드로메다의 혼혈”이며, 전생에 파라오였다고 주장했다. ‘할리우드의 영적 지도자’를 자처하고, 죽었다가 부활한 적도 있다고도 했다. 여든이 넘은 하랄드 국왕은 당시 무속인 사위를 두고 노르웨이 언론에 “우리는 서로 잘 이해하게 됐고,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데 동의했다”며 웃었다.
결국 루이세 공주와 베렛은 이달 마지막 날인 31일 노르웨이의 교회에서 교구사제의 집례에 따른 전통 혼례를 치를 예정이다. 베렛은 특별한 직함은 없지만 왕가에 편입될 것이라고 노르웨이 언론들은 보도했다.
다만 유럽 왕실의 또 하나의 스캔들로 치부될 법한 이번 결혼식에는 ‘왕실 산업’의 측면도 숨어있다. 루이세 공주가 노르웨이 언론의 결혼식 취재를 불허하면서 노르웨이 언론은 이번 결혼식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루이세 공주가 스페인에 본사를 두고 영어권 독자들을 상대로 발행하는 ‘헬로 매거진’(Hello! magazine)과 결혼식 독점 취재 계약을 맺어서다.
독점 계약을 따낸 헬로 매거진은 결혼식 전 파티의 드레스 코드는 “섹시와 쿨(sexy and cool)”이라며 헬로 매거진을 구입해 루이세 공주와 베렛의 인터뷰를 읽어 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 중이다.
루이세 공주는 한 술 더 떠서 자신과 베렛에 대한 “심도있고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넷플릭스와 지난 1년간 준비해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유럽 언론에서는 영국의 해리 왕자 부부가 자서전 ‘스페어’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벌어들인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루이세 공주는 베렛과 유럽식 민간요법인 ‘대체 의학 사업’을 하고 있고, 결혼식 기념으로 양주의 일종인 진을 출시했다. 또 헬로 매거진에 실리는 독점 화보를 위해 친구들과 동업 중인 패션브랜드의 옷을 베렛과 함께 차려입고 나왔다. 루이세 공주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고 말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루이세 공주의 결혼식을 보도하며 “유럽의 모든 군주제는 일일연속극에 불과하고, 노르웨이는 지금 소재를 제공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잘 관리된 스캔들은 군주제의 미래”라고 촌평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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