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빛낸 클래식 스타들, 하반기 한국팬들 만난다
지난 7월 26일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프랑스가 자국의 문화예술을 뽐내는 자리였다. 특히 장 필립 라모, 조르주 비제, 카미유 생상스, 모리스 라벨, 에릭 사티 등 프랑스가 배출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선율이 개막식 내내 흘렀다. 여기에 개막식에는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프랑스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캉토로프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라벨의 ‘물의 유희’와 사티의 ‘짐노페디’를 연주했다.
이에 앞서 파리올림픽을 기념한 올해 ‘파리 콘서트’(Le concert de paris)에는 프랑스의 스타 연주자들 그리고 프랑스와 인연이 깊은 연주자들이 대거 출연했다. 7월 14일 ‘바스티유의 날’에 열리는 파리 콘서트는 2013년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에펠탑 근처에 무대가 마련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파리 에펠탑 콘서트’로 불린다. 올해는 파리시청 특설 무대에 크리스티앙 마첼라루가 지휘하는 프랑스 국립관현악단, 라디오프랑스 합창단과 함께 성악가들 및 기악 연주자들이 출연했다. 기악 연주자들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과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형제,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피아니스트 랑랑 등이 참가했다. 흥미롭게도 파리올림픽 개막식 및 파리 에펠탑 콘서트에 출연했던 기악 연주자들이 올 하반기에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우선 개막식에 나왔던 캉토로프가 오는 10월 5일 통영, 6일 수원에 이어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가진다. 현재 27세의 젊은 연주자 캉토로프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전 세계 클래식계에서 가장 핫한 연주자로 등극했다. 지난 2022년 첫 내한 공연에서도 부드러운 감성과 화려한 테크닉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번 내한에서 캉토로프는 브람스 ‘두 개의 랩소디’ 중 1번,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첫 번째 ‘오베르망의 골짜기’와 초절기교 연습곡 제12번 ‘눈보라’,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제1번, 브람스가 편곡한 바흐의 왼손을 위한 샤콘느 ‘무반주 파르티타’ BWV 1004 등 고도의 피아니즘을 보여주는 레퍼토리들을 들려준다.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르노 카퓌송과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형제는 파리 에펠탑 콘서트뿐만 아니라 성화 봉송에도 나란히 참가했다. 형인 르노 카퓌송(48)이 스위스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먼저 한국을 찾는다. 1942년 설립된 로잔챔버오케스트라는 초기 바로크에서 현대 창작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실내악 오케스트라다. 카퓌송은 2021년부터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한국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첼리스트 한재민이 함께하는 이번 내한공연에선 카퓌송의 솔로 협연, 트리오 협연, 지휘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29일 대구, 30일 천안, 31일 통영, 9월 1일 고양을 거쳐 9월 3일 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만나는 이번 내한공연에선 베토벤 ‘로망스’ 1번과 2번, 베토벤 ‘삼중 협주곡’, 라벨 ‘쿠프랭의 무덤’, 프로코피예프 ‘고전 교향곡’ 1번 등이 연주된다.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은 솔리스트로서도 뛰어나지만, 실내악 분야에서 다양한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있다. 카퓌송이 10월 4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프랑스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계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한 장이브 티보데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두 연주자 모두 여러 차례 한국에 온 적 있지만, 듀오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전부터 현대음악, 재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해온 두 연주자는 이번에 슈만의 환상소곡집, 브람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드뷔시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등 늦가을 감성의 레퍼토리들을 들려준다.
스웨덴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23)는 9월 1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바이올린 신동’으로 불리며 15세인 2016년 도이치 그라모폰의 최연소 아티스트가 된 로자코비치는 17세에 발표한 데뷔 음반으로 유럽 클래식 차트 1위를 휩쓸었다. 그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프랑스에 정착한 거장 이브리 기틀리스가 2020년 타계한 이후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 상시(ex-Sancy)’를 모헷 헤네시 루이비통(LVMH) 재단으로부터 대여받는 등 프랑스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로자코비치는 지난해 1월에는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자선 단체 주최 콘서트에 참가해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셧다운’ 샘플링 원곡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바이올린 연주로 들려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과 3번을 무반주로 들려준다. 섬세하고 유려한 바이올린 선율만으로 공연장을 채울 예정이다.
조지아 출신의 프랑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는 영국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협연자로 11월 21일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2일 대구, 23일 세종, 24일 인천에서 공연한다.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한 적 있는 부니아티쉬빌리는 뛰어난 기량과 함께 수려한 외모로 ‘피아노계의 비욘세’로 불린다. 원래 지난해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었으나 출산 때문에 취소된 바 있다.
ASMF는 영국의 거장 지휘자 네빌 마리너가 1958년 창단한 챔버 오케스트라로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여 왔다. 우리나라에도 스타 솔리스트들과 함께 자주 공연했다. 부니아티쉬빌리와 함께하는 이번 내한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피아졸라의 ‘피아노와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3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출신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은 11월 30일 예술의전당에서 2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와 결혼한 랑랑은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한다. 파리 에펠탑 콘서트 외에 파리올림픽 성화 봉송에도 참여했다. 랑랑은 지난 3월엔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으로만 채운 ‘생상스’를 발표하는 등 프랑스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올해 서거 100주년인 프랑스 작곡가 포레의 ‘파반느’를 비롯해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 쇼팽의 ‘마주르카’ ‘폴로네즈’를 통해 자유롭고 감각적인 피아니즘을 보여줄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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