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9종 중 8종에 기술… 피격·침몰 등 표현 다양

이도경 2024. 8. 3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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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는 고교생용 한국사 교과서 중에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이 누락된 교과서가 있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을 설명하는 용어도 '피격' '침몰 사건' '폭침' '사건' 등 중구난방이었다.

보수 성향 교과서로 평가받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보면 '이명박정부 때는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관계는 갈등 상태에 빠졌다'며 '천안함 피격 사건'이라는 용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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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용 한국사 교과서 내용 보니
비상교육 본문서 누락… 9종 중 유일
‘북 도발로 남북 경색’ 대부분 명시
한 곳은 이승만정부 ‘독재’ 표현 안써
새 교육과정 적용으로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학교에서 사용할 중학교·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결과가 30일 공개됐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 게재된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 가운데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이 가장 앞쪽에 실려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는 고교생용 한국사 교과서 중에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이 누락된 교과서가 있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을 설명하는 용어도 ‘피격’ ‘침몰 사건’ ‘폭침’ ‘사건’ 등 중구난방이었다. 다만 북한이 일으킨 도발이고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됐다는 점은 대다수 교과서들이 명시했다.

비상교육이 펴낸 한국사 교과서의 본문에는 천안함이 누락됐다. 정부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유일하다. 대다수 교과서들은 ‘한반도 분단 극복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노력’ 단락에서 천안함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 교과서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일으켜 남북 관계를 경색시켰다는 내용으로 썼다. 비상교육의 경우 ‘이명박정부 시기에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었고, 북한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일으키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기술했다. 천안함 폭침을 ‘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0일 “교과서 집필기준에 개별 사건을 명시해 넣지는 않는다. 비상교육 본문에 천안함이 없지만 교과서 맨 뒤쪽 연표에는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과서 맨 끝인 163페이지 연표에 천안함 표현이 담겨 있다.

보수 성향 교과서로 평가받는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보면 ‘이명박정부 때는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관계는 갈등 상태에 빠졌다’며 ‘천안함 피격 사건’이라는 용어를 썼다. 씨마스와 동아출판, 해냄에듀 등도 천안함 피격으로 기술했다. 미래엔은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사건’, 천재교육은 ‘천안함 사건’ 지학사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기술했다.

북한과 관련한 기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을 국가가 아닌 ‘정권’으로 표현한 점이다. 고교 한국사 대부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과 ‘북한 정권’이 세워졌다고 명시했다. 북한이 정식 국가가 아닌 정권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논란과도 맥이 닿아 있다. 진보 역사학계는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보수 역사학계는 국가 수립으로 본다. 보수 역사학계는 1948년을 정부 수립이란 의미를 부여하면 ‘친북’ 역사관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을 1948년에 수립된 국가라고 표현하면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이고, 북한은 정부 수립보다 중요한 국가 수립이 된다는 논리다.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서 이승만정부에 대해 ‘독재’란 표현을 쓰지 않은 점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 교과서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을 다룬 단원에서 이승만 정권이 ‘집권 연장’을 위해 노골적인 부정 선거를 자행했고, 전국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독재라는 표현 없이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면 물러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마무리했다. 반면 다른 교과서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를 언급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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